'대패 후' 왜 SK 염경엽 단장은 아이스크림을 팬들에 돌렸나

김우종 기자 / 입력 : 2018.08.14 10:41 / 조회 : 7014
  • 글자크기조절
image
SK 염경엽 단장(가운데)과 류준열 SK 와이번스 대표이사(왼쪽) /사진=SK 와이번스 제공






지난 주말이었다.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펼쳐진 KIA와 SK의 2연전.

2연전 중 첫 날인 11일. 홈 팀 SK가 KIA에 4-18로 크게 패했다. 14점 차의 패배. 선발 박종훈이 4이닝 8피안타 6실점으로 못 버텼다. 3-9로 뒤진 8회초에 4실점한 뒤 9회초에 대거 5실점 하며 결국 큰 점수 차로 패했다.

다음날인 12일. 패배의 여파는 이날 경기까지 이어졌다. 선발 산체스는 ⅓이닝 동안(35구) 7피안타(3피홈런) 2볼넷 10실점(9자책) 했다. SK가 1회초에만 11실점을 한 것이다. 3회초가 끝난 시점에 점수는 0-15까지 벌어졌다. 결국 SK는 8-21로 또 한 번 큰 점수 차로 패했다.

연이틀 동안 SK는 KIA에 무려 49개의 안타를 허용했고, 5개의 실책을 범했으며 39점을 허용했다. 힐만 감독도 SK 선수단도 경기 후 고개를 숙인 채 그라운드를 떠났다.


12일 경기가 끝난 뒤 비슷한 시각. SK 홈 팬들이 출입하는 멤버십 게이트 앞에서 SK 프런트 직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팬들도 함께였다. 1회부터 너무도 허망하게 무너진 경기. 3회 사실상 승부가 갈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경기를, 9회말 끝까지 보고 떠나는 SK 홈 팬들이었다.

모처럼 일요일을 맞아 야구를 즐기러 왔는데 자신이 응원하는 팀은 크게 졌다. 물론 이들은 입장료를 냈다. 그런 홈 팬들을 위해 SK 구단 직원들이 직접 아이스크림 선물을 준비한 것이다. 경기장을 찾기 위해 투자한 시간과 돈에 비해, 몇 푼 안 되는 아이스크림 선물의 뜻은 바로 '미안함'과 '감사함'이었다.

경기에서 크게 패한 팀이 홈 팬들에게 미안해 경기 끝나고 구단 고위 간부들과 직원들이 직접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 아이스크림을 돌렸다. KBO 리그에서 처음 보는 풍경이었다. 누구의 아이디어였을까. 바로 SK 류준열 대표이사와 염경엽 단장의 아이디어였다. 류준열 대표이사가 이에 대한 회의를 직접 소집했고, 염 단장도 옆에서 함께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며 일이 성사됐다.

경기가 끝난 뒤 스타뉴스와 연락이 닿은 SK 염경엽 단장의 첫 마디는 "SK 팬들에게 죄송해서"였다. 이어 "모처럼 주말을 맞이해 많은 팬들께서 경기장을 찾아주셨다. 입장료를 환불해 드리고 싶은 마음도 있었는데, 그건 안 된다고 하더라. 사장님께서 회의를 직접 열었고, 아이스크림이라도 팬들께 드리면 어떨까 싶어 그렇게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염 단장은 "올해 저희 구장을 찾아주시는 팬들이 많이 늘었다. 늘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고마운 마음도 함께 전했다.

SK는 올 시즌 포스트시즌 진출이 매우 유력하다. 61승1무47패로 두산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다. 성적뿐만 아니라 관중 증가도 꾸준하다. LG(90만4627명), 두산(81만8930명)에 이어 77만5651명(이상 8/13 기준)으로 홈 관중 3위를 달리고 있다. 특히 지난해 대비 23%(8/7 KBO 발표 기준)의 관중이 증가해 10개 구단 중 가장 높은 관중 증가율을 나타내고 있다.

SK 팬들은 대패를 끝까지 지켜본 뒤 집으로 가는 길에 뜻밖의 선물을 받았다. SK 류준열 대표이사와 염경엽 단장도 함께 나섰다. 비록 경기는 크게 패했지만, 이 작은 아이스크림 선물 하나로 아주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지는 않았을까. 팬들이 다시 야구장을 찾게끔 만드는 일. 구단 성적도 좋지만, 이런 프런트의 따뜻한 마음도 있었기에 가능한 일 아닐까.

image
경기 후 아이스크림을 팬들에게 나눠주고 있는 SK 염경엽 단장 /사진=SK 와이번스 제공
기자 프로필
김우종 | woodybell@mtstarnews.com

안녕하세요. 스타뉴스 김우종 기자입니다.

이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최신뉴스

더보기

베스트클릭

더보기
starpoll 배너 google play app st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