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인터뷰]주지훈이 좋은 선배가 되고픈 이유

영화 '공작'의 배우 주지훈 인터뷰

김현록 기자 / 입력 : 2018.08.11 09:00 / 조회 : 3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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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공작'의 배우 주지훈 /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주지훈(36)은 말했다.

"지난 3~4년, 평생 산 것보다 더 좋은 것들을 배우고 있는 것 같아요."

점점 여유를 갖춰가는 그의 변화가 내심 궁금했던 터다. 작품을 따져봤다. 4년 전 그는 영화 '좋은 친구들'을 선보였고, 3년 전 드라마 '가면'과 영화 '간신'에 출연했으며, 2016년 '아수라', 지난해 말의 '신과함께-죄와 벌'을 거쳐 지금에 왔다. 그리고 올해, 그는 여름 최성수기 영화 2편의 주연을 맡았다. '신과함께-인과 연'에 이은 '공작'을 통해 주지훈의 존재감은 더욱 뚜렷해졌다.

옛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주지훈의 연기 데뷔작은 2006년 드라마 '궁'이다. 그는 이미 잘 나가던 모델이었다. 어머니 지인이 찍어보라던 프로필 사진을 친구에게 자랑했는데 덜컥, 사진 두 장만 달라던 친구가 그걸 잡지사에 보내버린 게 시작이었다. 다시 덜컥 '궁'에 캐스팅됐을 땐 안해본 연기를 해야한다니 2주를 안한다 버티다 출연을 했다.

"제가 낯을 어마어마하게 가렸어요. 모델이란 집단이 생각보다 작거든요. 작은 무리에 속해 있던, 연기를 꿈꾸지도 않았던 사람이 전 국민 앞에 까발려진 느낌인 거예요…. 그 땐 교복 입기도 싫었어요. 왕자님도 오글거리고. 아이고, 지금은 아니죠. '킹덤' 때는 왕자님이네 하고 좋아했어요.(웃음)"

그 데뷔작이 대성공을 거뒀다. 탄탄대로나 다름없는 시작이었다. 작품도 이어졌다. 하지만 주지훈은 "불행했다"고 그 시절을 돌이켰다.

"축복받은 상황이잖아요. 행복해 미쳐 날뛰어야 하는데 저는 불행했어요. 존경하는 배우들처럼 되고 싶어서. 선망하는 사람들이 명확한데 내가 너무 초라했어요. 진짜 열심히 했어요. '서양골동양과자점 앤티크' 땐 대본을 120번을 봤어요. 활자를 보면 헛구역질이 나올 만큼요. 안소니 홉킨스는 대본을 200번 본단다 하니 무작정 따라했는데 못 채운거죠. '아 나는 실패했어' 그런 생각에 빠져 있곤 했어요. 만족하기까지 허들이 높다고 할까요. 그런데 그런 사람들이 제 주위에 있어요. 그러다보니까 즐길 수 있는 일도 즐기지 못하고, 스스로를 탓하고 그랬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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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공작'의 배우 주지훈 /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주지훈의 고백은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는 이야기로 들렸다. 영화 '좋은 친구들'을 자신의 전환점으로 꼽는 그는 이제야 마흔부터 시작할 진짜 출발선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신과함께' 시리즈에 이은 '공작'은 그에 대한 믿음을 더해주는 작품이다.

주지훈은 '공작'에서 북한 보위부 장교 정무택 역을 맡았다. 사업가로 위장한 안기부 스파이 흑금성(황정민 분)을 끊임없이 의심하고 떠 보는 인물이다. 서사를 끌고가는 인물이 아닌 데다 분량은 제한적이다. 그 또한 윤종빈 감독을 처음 만났을 때 정부택 캐릭터를 두고 '그림입니까?'라고 물었을 정도. 하지만 그가 그린 정무택은 평면의 그림이 결코 아니다. 잠깐씩 등장해서도 긴장을 더하고 숨통을 틔워주며 제 몫을 확실히 해낸다. 하지만 액션 하나 없이 팽팽한 긴장감이 쌓여가는 작품을 촬영하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감독님 포함 모든 배우가 어렵다고 이야기할 정도였어요. 분명히 툭 치면 줄줄 나오게 연습을 해 왔는데 왜 안나오는 걸까…. 눈 깜박임 하나 호흡 하나만 잘못돼도 뭔가 잘못됐다는 느낌이 뒷골로 쫙 올라오면서 목구멍에서 대사가 안 나갔어요. 너무 어려웠어요. 상상을 못 한거죠. 목구멍으로 대사가 안 나온다는 상상을 어떻게 했겠어요. 정말 고민이 많았어요. '나만 이런게 아니구나' 하며 모두들 으쌰으쌰 하며 촬영했지만, 뭐라 표현할 수가 없었어요."

그렇게 완성한 작품을 두고 반응이 쏟아지니 흐뭇한 기색을 감출 수 없다. 진중한 메시지를 묵직하게 풀어낸 '공작'이지만 관객들이 지치지 않을 수 있게 쉴 곳을 마련해 둔 터. 바로 그 역할을 맡았던 주지훈은 "반응이 있으니까 너무 좋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고 웃음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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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공작'의 배우 주지훈 /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그는 스스로의 역할에 대해 "어른들이 많이 나오는 영화의 막내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했다. '신과함께', '공작'에 앞선 '아수라'도 염두에 둔 말이리라. 주지훈의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작품들을 이끌어준 선배들 이야기로 흘러갔다. '공작'의 황정민, '아수라'의 정우성, '신과함께' 시리즈의 하정우…. 그들과 함께 주지훈의 지난 3~4년이 있었다. 그는 "정말 행운이었던 것 같다"고 했다.

"정민이 형, 우성이 형, 정우 형이 하는 역할이 정말 어려운 역할이지요. 제가 그 형들이라면 너무 힘들 것 같아요. 분량도 제일 많은데 잘 해야 본전인 캐릭터들을 그렇게 해내는 대단한 사람들이에요…. 저도 그런 좋은 선배들처럼 되게 큰 욕망이 있어요. 나도 저런 선배가 되고 싶다. 후배들에게 안도감과 안정감, 평온함을 줄 수 있는, 그러면서도 친근하고…. 저도 그런 선배가 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주지훈의 뜨거운 시간은 여름이 끝나서도 이어진다. 공기가 서늘해지면 찾아올 다음 영화 '암수살인', 넷플릭스로 공개될 드라마 '킹덤'이 줄줄이 대기 중이다. 어른영화의 막내를 벗어난 또 다른 주지훈을 만날 기회다. 그와 이야기를 나누고 나니 그 만남이 더욱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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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영화대중문화 유닛 김현록 팀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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