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인터뷰]일상의 스릴러..'목격자' 이성민의 고민

김현록 기자 / 입력 : 2018.08.10 17:00 / 조회 : 3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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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목격자'의 이성민 인터뷰 / 사진제공=NEW


배우 이성민(50)은 올 여름 극장가에서 '공작'과 '목격자' 두 편의 영화를 이끈다. '공작'이 한국이기에 가능한 스파이물이라면, 오는 15일 개봉하는 '목격자'(감독 조규장·제작 AD406)는 한국이기에 가능한 스릴러일 것이다. 영화 '목격자'에선 가족의 보금자리이자 재산 1호인 아파트에서 벌어진 살인사건, 그 끔찍한 일을 목격하고도 신고할 수 없었던 한 남자 상훈의 이야기가 공포스럽고도 긴박하게 펼쳐진다.

'목격자'는 이성민의 첫 스릴러이기도 하다. 무서운 이야기에 질색하는 이성민이 '목격자'에 함께한 건 탄탄한 이야기 때문이었다. 무엇보다 일상의 공간, 아주 평범한 사람에게 벌어진 이야기가 그의 마음을 끌어당겼다. 언제라도 내 가족이 해를 입을 수 있다는 위기감 속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가장의 심정. 그는 눈 앞에 범인을 두고도 가족을 위해 신고전화를 내려놓는 주인공의 모습에 공감하며 '사탄과 거래라도 하는 듯했다'고 푸념했다.

이성민은 영화를 찍는 내내 스스로에게도 거듭해 물었다. 영화가 개봉을 앞둔 지금도 같은 질문이 쏟아진다. '상훈은 왜 신고하지 않았을까.' '당신이라면 신고할 수 있을까,' 그건 '목격자'가 대한민국의 관객을 향해 던지는 질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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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목격자'의 이성민 인터뷰 / 사진제공=NEW


-'공작'과 '목격자'가 여름에 동시 개봉한다.

▶일단 '공작'이 선전을 하고 있다. 나는 이제 또 시작이다. 가장이 무게를 짊어지고 있다. (웃음)

-초반 직장 동료들과 술마시고 취한 신이 인상적이다. 평소 술도 하지 않는데 술자리에서 사람들을 겪고 관찰하는 건가.

▶그런 건 아닌 것 같다.(웃음) 그 장면에서 '미생' 오차장이 살짝 보인다. 촬영때 감독님께도 말씀드렸는데 괜찮을 것 같다, 어차피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니까, 그러셨다. 보고 나니까 술취한 모습이 너무 '미생'이랑 비슷해가지고. 팬서비스로 생각해 달라.(웃음)

-아닌 게 아니라 오차장님 퇴근하고 벌어진 일 같은 느낌도 든다.

▶저희 촬영하면서도 그런 이야기를 했다. 오상식 차장이 집에 가서 벌어지는 일이라고. 술에 취해서 '우리 집 가자' 하는 것도 비슷하다. 그래도 무리가 없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 지점이 이 영화의 매력이었다. 평범한, 너무나 평범한 사람에게 벌어진 이야기니까.

-본격 스릴러는 처음이다.

▶저는 집에서 'CSI 과학수사대'도 제대로 한번도 본 적이 없다. 공포물은 더더욱 안 본다. 집에서 가족들과 TV를 보다가 무서운 거 나오면 짜증을 낼 정도다. '목격자'는 장르가 스릴러라서 한 게 아니다. 이야기가 재미있었다. 굉장히 잘 읽혔고 이야기 구조도 탄탄했다. 유독 눈에 들어왔던 작품이다. 다만 좀더 잔인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래야 상훈이 신고를 하지 못하는 데 대한 설득력이 생길 것 같았다. 그런데 우리 영화가 15세관람가라.(웃음)

-제안은 많았을 텐데.

▶내가 좋아하는 장르를 구분짓다보니 안한 것 같다. 확 오지가 않아서. 시나리오를 볼 때 리얼리티를 생각하는 편이다. 그러면서도 그때그때 다르다. 직접 해 보니까 굉장히 힘들었다. 에너지 소모가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번도 장르를 고려해서 영화를 선택한 적이 없었던 것 같다. 늘 그 메시지, 그 이야기에 끌렸다. 이번 '목격자'를 하며 조금 바뀐 것이 영화마다 장르가 있고, 장르가 가져가야 할 리듬과 속도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점이다.

-만약 상훈이 아니라 곽시양이 맡은 사이코패스 살인마 태호 역이 들어왔다면.

▶저는 많이 힘들어하면서 할 것 같다. 저에게 없는 것을 만들어내야 하니까. 하지만 워낙에 스토리가 좋았으니까 태호 역할이 들어왔더라도 할 수 있었을 거다. 그리고 아마 했다면 범행 장면을 좀 더 잔인하게 했을 것 같다…. 실제로는 청불 버전 촬영도 했는데 들어가지는 않았다. 그랬다면 좀 더 자극적인 영화가 됐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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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목격자'의 이성민 인터뷰 / 사진제공=NEW


-살인사건이 발생하고 목격자인 상훈이 신고하지 않는다. 거기서 모든 일이 벌어진다.

▶끊임없이 질문했다. '관객들이 왜 바보같이 신고를 안해'라고 단정짓지 않게 하려 했다. 감독님 입장에서는 상훈이 관객들에게 비호감을 줄 것 같다고 해서 많은 이야기를 했다. 어떻게 해야 설득력을 가질까. 늘 고민이었다. 최대한 가족을 위해 신고를 못 하는 것으로 푸는 쪽으로 마무리가 됐다.

나와 범인 사이에 내 가족이 놓인 장면이 있다. 가족과 범인의 거리가 굉장히 중요했다. 아주 근접해 있는 상황에서 신고하려던 전화기를 집어던져버리는 거다. 영화를 보는데 사탄과 거래를 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실제로 연기하는 입장에서도 굉장히 공포스러웠다. 정말. 그 놈이 우리 가족 바로 뒤에 있는 걸 생각하면 정말 소름이 돋는다. 상훈의 그런 마음이 관객에게도 전달되면 이해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상훈은 경찰은 물론 가족에게도 사건을 목격한 걸 말하지 않는다.

▶가장들이 그렇지 않을까. 집에 힘든 이야기 잘 안하고. 아내가 걱정하는 걸 보고싶지 않고, 나 하나 짊어지고 말았으면 하는 마음이 있기도 하다. 모르는 게 낫다 생각하기도 하고. 사실을 이야기하려니 내가 실수한 걸 말해야 하니까 그러지 못했을 것이다.

-실제 가장으로서 이해가 되던가.

▶공감이 된다. 저도 만날 스스로 묻는게 '당신이라면 신고했을까요'다. 저는 '무조건 한다'고 이야기한다. 해야 일이 안 커지니까. 그런데 신고를 해버리면 영화가 진행이 안된다.(웃음)

정말 진심은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다. 이 영화를 준비하면서 저희 집을 봤다. 위에서 보면 담 너머 외진 골목이 보인다. 영화를 준비하며 '저기인데, 저기서 사건이 일어나야 하는데' 그랬다. 층수가 헤아려지는가 세 보기도 했다. 극중에선 6층인데 현장에서 보면 정말 가깝다. 무조건 노출된다고 봐도 될 정도인데, 그러면 신고하기 힘들 것도 같다. '나 말고 누군가 봤겠지' 하고 방관자가 될 수도 있고. 그렇게 보면 영화에서 상훈이 신고하지 않은 것이 어느 정도 설득력이 생기지 않을까.

-실제 격투도 있는데, 촬영 과정은 힘들었나.

▶육체적인 건 이제 힘 안든다. 감정적인 측면에서 많이 힘들었다. 범인을 두고 가족과 마주치는 장면은 눈도 깜짝하지 않고 찍었다. 생각보다 실제 연기할 때 에너지 소모가 많았던 신이었다. '공작'과 비교한다면 '공작'은 호흡이며 눈을 깜박이는 횟수까지 제한했다. '목격자'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상황만 가지고 들어가자 했는데, 실제 연기할 때 놀라운 힘듦을 겪었다. 기운이 빠지고 스트레스가 상당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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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목격자'의 이성민 인터뷰 / 사진제공=NEW


-긴박한 스릴러지만 집단이기주의, 타인에 대한 무관심 등 메시지도 강하다.

▶개인적으로 아팠던 건 첫 장면이었다. 피해자가 아파트로 넘어가면서 '살려주세요' 하는데 그것이 굉장히 와 닿았다. 상훈 역할을 해서 그럴까. 저도 모르게 탄식을 했던 신이었다.

영화를 보면 아파트가 무섭게 다가온다. 특수한 공간의 환경이 아니다. 너무 일상에 가까운 아파트라는 점이 굉장히 매력적이었다. 대개 스릴러들은 그런 식의 건물 공간에서 일어지는데 저희 영화는 그런 부분에서 현실감이 느껴진다.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흥행 면에서 목표가 있다면.

▶'신과함께2'와 '공작' 사이에서 어느 정도 살아남았으면 좋겠다. 늘 드리는 말씀이 손익분기점이다. 손익분기점을 넘는 게 첫번째 목표다. (황)정민이도 맨날 손익분기점 이야기인데 저도 그렇게 된다. 적어도 투자한 사람들에게 손해는 안 갔으면 하는 마음이다. '신과함께2', '공작', '미션 임파서블6' 등이랑은 결이 다르니까. 밤에 보기 좋은 영화로 사랑받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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