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피로누적' LG의 불펜 균열이 초래한 무서운 나비효과

한동훈 기자 / 입력 : 2018.08.11 06:00 / 조회 : 7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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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부터 잘못됐을까. 곰곰이 따져보면 결국 불씨는 불펜에서 시작됐다. LG가 천신만고 끝에 8연패를 끊었지만 마운드 불안은 여전하다.

특별한 대형 암초를 만난 적도 없었던 LG가 급추락한 가장 큰 이유는 피로누적이다. 피로누적을 초래한 근본적인 원인은 불펜 붕괴다. 뒷문이 헐거워지면서 LG는 선발 의존도를 높였다. 동시에 1점이 아쉬운 상황에 내몰리며 야수 활용폭도 좁아졌다. 전반기는 잘 버텼지만 후반기 시작과 함께 LG는 지친 기색을 역력히 노출했다.

LG는 막강한 선발진을 바탕으로 전반기 상위권을 유지했다. 헨리 소사와 타일러 윌슨의 원투펀치는 리그 최정상급이다. 뒤를 받치는 차우찬, 임찬규까지 LG는 4선발을 무리 없이 가동했다.

반면 필승 계투진은 믿음을 주지 못했다. 올해 처음으로 마무리 보직을 맡은 정찬헌이 성공적으로 안착했지만 7~8회가 문제였다. 셋업맨 김지용은 시즌 초반 철벽 구원투수의 위용을 자랑하다 심각한 부진에 빠졌다. 지난해 홀드왕을 차지했던 좌완 진해수도 기복을 노출했다.

이 때문인지 LG는 중간 과정을 최대한 생략하려는 경향을 자주 보였다. 선발을 최대한 길게 끌고 가고 마무리까지 가는 길을 최소화시키려 했다.

LG 선발진의 투구수는 다른 팀들에 비해 유난히 높았다. 평균 투구수가 100개가 넘는 리그 선발투수 13명 중 LG 소속이 무려 3명이다. 두산, 한화, 넥센, KIA가 각각 1명, 삼성, 롯데, KT가 2명씩이다. 올해 가장 강력한 선발 야구를 펼친다는 SK는 1명도 없다. LG는 소사와 윌슨, 차우찬이 모두 100개를 넘겼으며 임찬규도 94.8개다. 경기당 선발투수의 투구수 또한 95.9개로 리그에서 가장 많다.

후유증은 7월부터 드러나기 시작했다. 7월 25일 차우찬이 고관절 통증으로 1군에서 말소됐다. 7월 30일에는 윌슨이 팔꿈치 통증을 느껴 엔트리에서 빠졌다. 6월까지 17경기 평균자책점 2.59로 리그를 호령하던 소사는 7월 이후 6경기서 단 1승에 그치며 평균자책점 4.93이다. 시즌 평균자책점도 3.17로 높아졌다. 연패스토퍼 역할을 해줘야 할 에이스급 투수들이 힘을 발휘하지 못하자 LG는 반격의 동력을 잃어버린 것이다.

위기감을 느낀 LG는 불펜을 강화하고자 7월 31일 SK와 트레이드를 단행해 문광은을 수혈했다. 하지만 이미 선발진의 체력이 밑바닥을 보이는 상황이라 효과가 당장 눈에 띄지 않는다. 고우석 외에는 새롭게 전력화에 성공한 불펜 요원이 없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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