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인터뷰]'공작' 윤종빈 감독 "나만의 '본' 시리즈를 찾아서"

영화 '공작'의 윤종빈 감독 인터뷰

김현록 기자 / 입력 : 2018.08.09 15:30 / 조회 :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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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공작'의 윤종빈 감독 /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윤종빈 감독이 실화 바탕의 첩보물에 도전했다. 1990년대 중반 활동한 실존 스파이 흑금성의 이야기를 그려낸 영화 '공작'이다.

'용서받지 못한 자' '범죄와의 전쟁:나쁜 놈들 전성시대' 등을 통해 섬세한 디테일로 그 시절 그곳의 공기를 포착해온 그의 솜씨는 '공작'에서도 여전하다. 북핵 실체를 파악하겠다며 사업가로 위장한 안기부 스파이가 조금씩 목표에 다가가며 목격한 진짜 남과 북의 이야기를 담은 총성 없는 첩보전을 숨막히는 긴장과 함께 담아냈다. 137분의 윤종빈표 첩보극엔 액션과 총성 대신 언어와 미술로 그 시절 그 사람들을 그려내려 한 감독의 야심이 가득하다.

말로 액션을 하라는 주문에 괴로워하던 배우들을 모아 놓고 '나도 힘들다' 토로했다는 윤종빈 감독이 이제야 풀어놓은 '공작'의 뒷이야기를 들었다. 진짜 하고 싶었던 이야기, 그래서 결코 포기할 수 없었던 것이 무엇인지 차근차근 들려준 그와의 인터뷰를 이곳에 옮긴다.

-지난 5월 칸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에서 공개됐을 당시 버전과의 차이가 있다.

▶4분이 줄었다. 크게 달라진 건 없다. 들어낸 신도 없다. 영화적 풍부함이라고 생각했는데 조금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나 몰입을 방해하는 대사들을 걷어냈다. 칸 버전이 베스트로 보고 작업했는데 돌아와 생각해보니 찜찜한 게 남아있어서 편집을 했다. 크게 달라진 건 없다. 잘 안 들린다고 해서 흑금성 내레이션을 녹음하기도 했다. 이게 베스트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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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화 '공작' 메인포스터

-흑금성과 리명운의 브로맨스가 눈에 띈다.

▶가장 손쉬운 단어라서 그렇게 표현하시는 것 같다. 일반적 남북관계 영화에서 전형적으로 등장하는, 티격태격 싸우면서 알콩달콩, 이게 싫어서 최대한 안 하려고 했다. 저는 다른 신념을 가진 남자들이 서로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이 영화의 본질적인 부분인데, 스파이라는 게 냉전시대의 산물 아닌가. 적으로 보던 한 대상을 인간으로 보게 되는 과정을 표현하고 싶었다. 뭐라 해도 상관은 없다. 결국에는 그걸 브로맨스라 이야기해도 되고.

-실화를 바탕으로 하면서 액션을 배제하고 갔다. 용기있는 각색이다.

▶애초에 제가 이 영화를 만들자고 했던 의도가 이야기가 주는 재미와 매력, 그 다음 스파이 영화의 본질을 건드릴 수 있겠다는 측면에 있었다. 그러면 액션을 넣을 수가 없다. 총을 쏘고 액션을 한다는 건 스파이 정체가 들통났다는 것 아닌가. 마지막 탈출신이 있어 일단 찍어놓자 해서 찍었는데 대본상에서도 긴가민가했고 자연스럽지 않아 1,2차 편집에서 걷어냈다. 영화에 필요가 없더라.

-스파이 영화의 본질이 뭐라고 생각했나.

▶스파이 무비 자체가 냉전 체제에서 생긴 부산물이라고 생각했다. 스파이는 군인이 아닌가. 군인에게 가장 중요한 건 피아의 식별이고 상대를 적으로 규정하다가 그것이 바뀌어가는 이야기가 스파이 영화의 본질을 건드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 '본' 시리즈도 그런 본질에 대해서 비틀면서 시작하는 이야기였는데 나도 나만의 또다른 '본' 시리즈 같은 영화를 만들고 싶었던 거다. 세계적으로 '본'의 유사품, 복제품 같은 것이 나온다면 저는 다른 방식으로 저만의 첩보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스파이 영화를 만든다는 게 영화의 출발이었나?

▶그렇지는 않다. 중앙정보부 이야기를 취재하다가 알게 됐다. 중앙정보부 이야기를 바탕으로 정치물을 만들려고 자료조사를 쭉 했다. 그러다가 신동아 기사에서 흑금성을 알게 됐고 거기에 꽂혀서 여기까지 왔다. 2015년 초 이 아이템을 잡은 것으로 기억한다. '군도' 다음 해, '검사외전' 촬영하기 직전쯤이 될 거다.

-2015년이니까 쉽지 않은 아이템이었을 거다.

▶조용히 찍고 싶었다. 실제 압력이나 피해를 받은 적은 없지만 흉흉한 소문이 도는 때였다. 그냥 조용히 찍고 싶었다. '흑금성'이란 제목 대신 '공작'이란 가제도 그래서 집어넣었고. 개봉 때 파장이야 그때 가서 어떻게 하더라도 일단은 촬영을 무사히 들어가야 하니까. 흑금성 실제 모델인 박채서 선생님은 당시 수감 중이어서 직접 만날 수 없으니까 딸과 처음 만났다. 그분이 왜 취재에 응했는지는 들은 적이 없다. 이런 일들을 널리 알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던 것 같다.

-직접 영화를 보고는 뭐라던가.

▶가족들 모두 잘 봤다고, 찡했다고 하더라. '대본이랑 영화는 많이 다르네' 하며 감동적으로 봤다고 들었다. 처음 시나리오를 드렸을 때는 그 분이 영화적으로 액션도 들어가야 하는 거 아니냐고 그러셨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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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공작'의 윤종빈 감독 /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평앙 시내 구현 등 미술에 큰 공을 들였다. 김정일 별장도 그렇고.

▶그 신이 터닝 포인트다. 중요하다. 진짜 같지 않으면 몰입이 떨어지기 때문에 어떻게든 사실적으로 구현하려 했다. 대한민국 국적을 가지면 그 곳을 찍을 수가 없지 않나. 찾아보니 북한 영상 소스를 파는 곳이 있더라. 구입해서 합성도 하고, 연변이 평양을 본떠서 만들어 비슷하다더라. 그래서 연변 소스를 촬영해 합성도 하고 오픈세트도 짓고 일제시대 숙소가 있는 강원도 폐탄광촌 리모델링도 하고 다양한 방식을 썼다. 김정일 별장은 세트인데 우리나라에서 제일 큰 세트를 거의 꽉 채워서 찍었다. 돈이 많이 들었다.(웃음)

-실감나는 김정일 분장은 어떻게 완성했나.

▶그것도 리얼리티가 떨어지면 안되지 않나. CG가 됐든 분장이 됐든 해보자 했다. CG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이야기가 나와 특수분장으로 돌렸고, 최종적으로는 최종적으로 프로스테틱르네상스라는 곳과 작업했다. (김정일 역할을 할 배우로) 키가 비슷하고 제가 좋아하는 연기를 하시는 분을 추려서 보여줬는데 어느 정도 비슷한 부분이 있어야 분장이 가능하고, 다르면 분장도 티가 많이 난다 하더라. 결국 기주봉 선배님이 캐스팅됐고, 선생님이 뉴욕 가서 본을 뜨고 1차 테스트를 하고, 다시 미국 가서 2차 본을 떠서 촬영을 했다. 처음 본뜰 때 10시간이 걸렸고, 촬영 땐 본뜬 걸 입히는 데 매번 6시간이 걸렸다. 그렇게 하면 10시간 촬영이 가능하다.

-함께 등장하는 강아지도 고증에 따른 것인가.

▶자료조사를 하면서 한국에 있는 북한 자료를 거의 다 봤을 것이다. '친애하는 지도자에게'라고 탈북시인이 쓴 회고록에 김정일과 만나는 장면이 나온다. 가린 눈을 풀었더니 몇백 명이 둘러싸고 있었고, 각 잡고 기다리고 있는데 말티스 한 마리가 조르르 와서 발을 핥더라는 이야기가 있다. 그것이 생생해서 거기서 차용을 했다. 김정일이 실제로 애완견을 좋아해 별장마다 다양하게 키웠다더라. 순종 말티스를 구입해 3개월 넘게 관리하고 교육시켜 촬영을 하는데 총 2500만원이 들었다. 피디님이 꼭 해야하냐고 했다. 저도 너무 고민한 게 데뷔작 '용서받지 못한 자' 제작비가 2000만원인데…. 저도 너무 고민했다. 하지만 독재자의 강아지가 상상하는 바가 분명히 있는데 해야 할 것 같았다. 강아지를 되팔아 최종 비용은 줄었다.

-촬영은 어땠나?

▶동물과 아기가 나오면 촬영은 지옥이다. '군도' 때 염소 까마귀 말….(웃음) 애들이 통제가 안된다. '군도' 때는 염소가 하정우씨 때문에 들어갔다. 돌무치 집에 염소가 한 마리 있었으면 좋겠다고 해서. 간단히 생각했다가 와…. 불이 나면 움직여야 하는데 그거 하려고 진땀을 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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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공작'의 윤종빈 감독 /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감독이면서 제작을 겸하는데 액션 없는 첩보 영화를 찍으며 미술에 공을 들이는 결정을 하는 게 쉽지는 않았겠다.

▶제 1의 정체성은 감독이다. 그걸 제작자의 아이덴티티가 이길 수는 없다. 내가 만들고 싶어 제작했는데 어쨌든 투자하는 데서 합의가 된 만큼은 하고 싶지 않나. 예산 때문에 어려움이 있기는 했다. 액션 없는 스파이물에 165억을 투자한다는 게 어려운 결정이니까. 배우들도 저도 희생했고, 주연배우들과 제 개런티를 깎아서 투자했다.

-영화 '공작'에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긴장감이다. 틀이 정해져서 전체의 큰 로드맵이 보이는 영화들은 보이는 길에서 재미를 보는 방식으로 찍는다. 어떻게 끝날지 뻔히 아는데 그 과정을 즐기는 거다. '미션 임파서블'만 해도 헬기에서 뛰어내리냐, 두바이에서 뭘 하느냐가 중요해지는 거다. '공작'은 이야기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 데서 오는 영화다. 긴장감도 있어야 하지만 인물들 애티튜드도 정확하게 파악이 되면 안된다. 그 부분을 중시했다.

-말로 긴장감을 준다. '대사를 액션처럼'이라는 주문에 모든 배우가 어려움 토로했는데.

▶배우들도 어려웠다고 하고 저도 어려웠다. 솔직히 나도 너무너무 힘들다 했다. '나도 정답을 모른다. 현장에서 해보고 아니면 수정하고 그러면 된다. 이야기하면서 해보자'고 했다. 대사를 액션처럼 해달라니 말도 안되는 주문이다. 우리 배우들에게 주문했다. 내가 애니메이터가 되어서 이렇게 하고 싶은데 해달라고 하는데 해주는 느낌이랄까. 고마웠다.

-당구치는 장면과 볼링 치는 장면도 인상적이다.

▶이 영화가 다 말로 되어있다. 시각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을 찾았다. 볼링공 하나로 핀 두 개를 치고, 당구도 모아놓고 치고. 시각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걸 찾다보니까 넣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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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화 '공작' 스틸컷

-황정민의 어떤 모습에서 스파이 흑금성 역에 캐스팅했나. 리명운 역의 이성민은?

▶처음 흑금성이라는 역할은 이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될지 모르겠는 사람이어야 했다. 이 사람의 얼굴에 인텔리 같은 느낌이나 능수능란함이 아니라 투박함과 우직함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또 선과 악이 공존하는 얼굴이어야 했다. 떠오르는 사람이 정민 선배님밖에 없었다.

이성민 선배님 경우도 같은 맥락이다. 긴장감을 유지하려면 이 사람 애티튜드가 많이 드러나면 안되고, 많이 교감을 해야 한다. 티 내지 않아도 인간적인 느낌이 묻어나는 배우였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성민 선배 얼굴이 착해 보이지 않나.

-감독의 전작들과 달리 찜찜함 없는, 착한 느낌을 주는 영화이기도 하다. 세계관이 바뀐 것인가?

▶사람이 변했을 것이다. 안 변하는 게 이상하다. 어떻게든 변했겠지. 그런데 원래 착한데(웃음) 어떻게 변했는지는 모르겠다. '군도' 때도 애 아빠였지만 아버지가 되고 세상을 보는 시선이 변하는 것 같다. 예전에는 조금 더 냉소적이라고 해야 하나. 그런데 20대는 원래 그래야 하고. 30대가 되면 뭔가 한쪽 선글라스를 벗고 냉정하게 넓게 세상을 보게 될 수 있는 것 같고. 어떠한 현상이 꼭 하나의 이유 때문에 봐야되는 것 같지 않다.

-흑금성의 임무는 처음엔 북핵의 실체를 파악하는 것이었지만 바뀌어간다.

▶저는 북핵 자체가 맥거핀이라고 봤다. 북핵이 실제 사용되면 어마어마한 일이 벌어지지만 현실 세게에서는 일본 중국 미국도 다 나름대로 자기 정치적 목적을 위해 이용한다고. 흑금성 또한 북핵 때문에 들어갔는데 가보니 이게 중요한 게 아니라 집권세력이 자기 세력 유지하는 게 중요한 거였다. 영화적으로도 그렇게 풀었다.

-개봉 전 영화보다 영화 같은 일들이 벌어졌다. 영화에 영향이 미칠지 걱정되지 않았나.

▶헌팅 다닐 때 최순실 게이트가 터졌다. 역시 현실은 상상력으로 이길 수가 없구나, 예측할 수가 없구나 했다. 촬영하고 있을 때는 선제 타격을 하니 마니 난리가 났다. 다이나믹 코리아다. 남북관계가 일촉즉발 상황이 됐을 때 이 영화가 의미있을까, 화해 무드에 이 영화가 의미있을까, 판단을 못 하겠더라. 남북 정상회담 때 저희 샷과 비슷한 장면들이 나와 신기하기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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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공작'의 윤종빈 감독 /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막강 흥행 증인 '신과함께2'와 같이 갈 수 있을까.

▶'신과 함께'가 배려를 해 줘야 한다. 처음에는 '신과 함께하는 공작'이 되자 했는데 지금은 배려해야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하정우 형도 그렇고, 김용화 감독도 예전에 저를 많이 깨운 선배다. 용화 형이 학생회장 때 제가 2학년 과대표였는데, 당시 박찬욱 야구를 봐야 한다고 새벽마다 저희 방에 와서 깨웠다. 특별히 보상받은 게 없다.(웃음) 상대가 모르는 팀이었다면 경쟁심이 일었겠지만 다 아는 팀이라 다행인 것 같다. 영화 만들기가 힘들지 않나. 다들 고생한 만큼 결과가 나왔으면 한다.

-다음 작품은?

▶아직 결정된 건 아니다. '범죄와의 전쟁' 이후에 여러가지 제 나름의 시도를 해봤다. 영화적으로 시도를 해 봤는데 장기로 돌아가서 '범죄와의 전쟁'이나 '비스티보이즈' 같은, 거친 남자들이 나오고 장기가 살아있는 이야기를 새로운 시스템에서 해보고 싶다. 한국영화에서 새롭게 시도할 수 있는 방식들을 생각하고 있다. 예산이 많이 들면 스코어가 나와야 하고 그러면 표현의 한계가 생긴다. 천만 관객이 들려면 이런 코드가 들어가야 한다는 식이다. 한국영화가 그것을 극복하려면 해외로 나가야 한다. 그걸 해결하는 시스템을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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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록|roky@mtstarnews.com 트위터

스타뉴스 영화대중문화 유닛 김현록 팀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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