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선무비]마블 1억관객 시대의 빛과 어두움

김현록 기자 / 입력 : 2018.07.21 12:00 / 조회 : 21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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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2008년 '아이언맨'부터 2018년 '앤트맨과 와스프'까지, MCU 영화 20편 포스터


마블스튜디오 히어로무비 총관객이 드디어 1억 명을 넘어섰다. 2008년 MCU(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첫 영화 '아이언맨'이 개봉한 지 10년, 이달 초 개봉해 460만 관객을 넘긴 '앤트맨과 와스프'까지 20편의 영화로 거둔 성적이다.

아이언맨을 필두로 헐크, 토르, 캡틴 아메리카와 블랙 위도우, 호크 아이, 앤트맨, 닥터 스트레인지, 스파이더맨, 블랙팬서에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스타로드, 가모라, 로켓, 그루트 등 수많은 히어로들이 한 세계관을 공유하며 따로 또 같이 움직이는 MCU는 세계 영화계의 거대한 흐름이 됐다. 10년 간 차곡차곡 캐릭터와 이야기에 숨결과 깊이를 더해 온 방대한 프로젝트는 영웅들이 한데 모이는 '어벤져스' 시리즈를 변곡점 삼아 폭발했다. 오랜 시간 사랑받은 원작 만화가 바탕이 된 탄탄한 인물과 드라마, 존쫀한 관계도. 이를 영리하게 스크린에 옮기며 각 영화들을 유기적으로 연결시킨 탁월한 전개 방식과 기획력은 유례가 없을 정도. 덕분에 캐릭터의 매력도, 영화의 흥행파워도 시간이 흐를 수록 급상승 중이다. 늘 마블과 비교당하며 체면을 구기고 있는 DC를 보면 인기 원작과 캐릭터를 두고 돈을 들인다고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닌 건 분명하다.

북미는 물론 세계적으로 MCU 영화들이 맹위를 덜치고 있지만 한국은 그 중에서도 사랑이 지극하다. 마블코믹스의 토대가 사실상 없었음을 감안하면 더더욱 이례적이다. 마블의 영웅들 또한 한국 팬들의 애정에 지극하게 화답했다. 개봉을 앞둔 한국 방문 프로모션이 수차례 이어졌고, '어벤져스:에이지 오브 울트론'(2015)은 아예 한국 촬영을 감행, MCU 영화 최초의 1000만 영화에 등극했다. 역시 부산에서 촬영한 '블랙팬서' 또한 등장부터 539만 관객을 모으는 기염을 토했다. 그 파워는 시간이 갈 수록 더해가고 있다. 2015년 1편이 284만 관객을 모았던 '앤트맨' 시리즈가 올해 개봉한 2편 '앤트맨과 와스프'로는 2주 만에 460만 관객을 모은 게 단적인 예다. 이대로라면 500만 돌파도 가능해 보인다.

마블의 시대는 명과 암을 드리운다. 보다 영리하게, 도전적으로 승부하라며 충무로를 자극하는 동시에, 엄청난 광풍으로 이슈를 집어삼킨다. 성공한 장르물이 으레 시리즈 제작을 검토하고 아예 시작부터 시리즈화를 염두에 두고 기획되는 데는 마블 프렌차이즈의 어마어마한 성공이 자극이 됐다. 기상천외한 액션 히어로들을 통해 관객의 포용력이 어디까지인지를 확인한 충무로의 상상력도 보다 넓어졌다. '신과함께' 같은 판타지 대작, '마녀' 같은 개성 강한 여성 히어로물, 경쟁적으로 제작에 돌입한 여러 SF 영화들은 한국영화계에 새로운 바람을 기대케 한다.

하지만 마블은 일단 된다는 극장의 믿음, 관객의 호응이 더해져 벌어지는 극장 싹쓸이 사태는 더 심해져 간다. 지난 4월 25일 '어벤져스:인피니티 워'가 개봉할 당시, 첫날 차지한 스크린은 총 2461개, 역대 최다였다. 상영횟수는 1만1429회로 하루 관객이 역대 최다인 98만 명이었다. 매출액 점유율이 95%를 넘어섰다. 개봉 첫 주 토요일엔 스크린 수가 2553개, 상영횟수가 1만3185회로 늘었다. 예상된 강세라 다른 배급사들도 이 시기를 피한 결과이기도 하다. 수요가 있으니 공급이 따르는 시장의 논리라지만 할 말을 잃게 하는 수치다. 이게 독과점이 아니라면 과연 무엇을 독과점이라 해야 할까. 태양이 강할수록 그늘이 짙은 법이다. 올해 독립 예술영화는 유난히 힘겨운 시간을 보냈다. 국내외 영화를 가리지 않는 올해 상반기 가장 히트한 한국 독립 예술 극영화인 '소공녀'의 총 관객수는 5만9000여 명이었다.

1억관객 시대 10년이 걸린 마블이 2억관객 시대를 맞기까지는 10년이 필요할 것 같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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