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 김의 MLB산책] '출루머신' 추신수가 부르는 '커리어하이 Song'..후렴구는?

댄 김 재미 저널리스트 / 입력 : 2018.07.20 09:02 / 조회 : 2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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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스타전서 세구라의 홈런을 반기는 추신수 /AFPBBNews=뉴스1


텍사스 레인저스의 추신수(36)가 이제 역사적인 단계로 접어든 연속경기 출루행진을 51경기 째로 이어가며 시즌 전반기를 기분 좋게 마무리했다. 지난 16일(한국시간) 볼티모어 오리올파크 캠든야드에서 벌어진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원정경기에서 추신수는 1회초 첫 타석에서 볼넷을 골라 연속출루기록 지속에 대한 우려를 일찌감치 떨쳐낸 뒤 이후 안타와 홈런, 볼넷을 하나씩 추가, 4출루를 기록하며 ‘출루머신’다운 전반기 피날레를 만들어냈다.


이 경기를 마친 뒤 추신수는 텍사스로 돌아가는 동료들과 잠시 작별을 고하고 바로 인근 워싱턴 D.C.로 이동해 내셔널스파크에서 열리는 올스타전 출전 준비에 들어갔다. 공교롭게도 텍사스의 전반기 마지막 스케줄 장소가 내셔널스파크에서 불과 60km 정도 떨어진 볼티모어 캠든야드였기에 추신수는 올해 올스타들 가운데 올스타전으로 가는 이동 부담이 가장 적은 선수가 됐다.

올스타전 호스트 팀인 워싱턴 내셔널스 출신 올스타 브라이스 하퍼와 맥스 슈어저도 팀의 전반기 마지막 스케줄이 뉴욕 메츠와 원정경기였기에 비행기를 타고 이동한 반면 추신수는 이미 차로 단 한 시간 정도 드라이브하면 되는 가장 가까운 장소에 있었던 것이다. 볼티모어의 유일한 올스타인 매니 마차도 역시 추신수와 같은 입장이었지만 그는 원래 ‘그 동네 선수’라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이번 올스타전에서 이동 부담이 가장 적은 행운을 잡은 선수는 추신수인 셈이다.

올스타전이 비록 큰 영예이긴 하지만 그래도 일 년의 절반 이상을 뛰는 ‘마라톤’ 시즌에서 오아시스 같은 달콤한 휴식기에 쉬지 못하고 나서야 하는 경기라는 점을 감안할 때 이동 부담이라도 덜어주는 이런 소소한 행운도 선수 입장에서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것이다. 올해 연속출루 기록과 올스타 선발로 생애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는 추신수로선 다시 한 번 올해 모든 것이 너무도 잘 풀려가고 있다는 느낌이 확인된 일이었다. 전반기를 마친 시점에서 메이저리그 역사에서 연속경기 출루행진 기록들과 추신수의 시즌 진행상황을 살펴본다.

■연속경기 출루 기록 역사는


1941년 뉴욕 양키스의 전설적인 선수 조 디마지오가 세운 56경기 연속안타 기록은 메이저리그 역사에서 가장 유명할 뿐 아니라 가장 높은 평가를 받는 기록이라고 할 수 있다. 메이저리그 팬이 아닌 일반인들도 디마지오의 56경기 연속안타 기록은 대부분 상식으로 알고 있을 정도로 유명한 기록이다. 기록이란 깨지기 위해 존재한다는 말도 있지만 이 기록만큼은 거의 ‘범접 불가능’ 영역에 있다고 여겨지는 위대한 기록이다.

반면 또 따른 메이저리그의 전설 테드 윌리엄스(보스턴 레드삭스)가 1949년에 세운 84경기 연속 출루기록은 디마지오의 기록과 비교하면 사실 별로 알려지지 않았다. 오직 안타를 때려야만 기록을 이어갈 수 있는 연속안타 기록과 달리 연속 출루기록은 안타 외에 볼넷과 몸 맞는 볼로도 이어갈 수 있기에 전통적으로 연속안타 기록에 비해 별로 대접을 받지 못했다. 자신의 능력(안타)만이 아니라 투수가 잘못 던진 공(사사구)으로 인해 이어간 기록이라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제이슨 워스(워싱턴 내셔널스)는 지난 2016년 연속경기 출루행진이 46경기에서 멈춰선 뒤 “어차피 대단히 화려한 기록도 아니었다. 어떻게 생각하면 기록이 끊어진 사실이 기쁘게 느껴질 정도”라고 말하기도 해 이런 시각의 한 단면을 드러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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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기 51경기 연속출루 기록을 이어가며 '출루머신' 본색을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는 추신수. /AFPBBNews=뉴스1


하지만 현대 야구는 갈수록 ‘출루’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출루 기록의 가치도 예전보다 한결 평가 절상되는 추세다. 사사구를 얻는 것이 반드시 투수가 잘못 던져서가 아니며 그걸 유도하는 것도 타자가 갖춰야 할 중요한 능력 중 하나라는 인식이 자리 잡기 시작한 탓이다. 사실 추신수가 지난 2012년 시즌을 마치고 프리에이전트로 텍사스와 7년간 1억3천만달러 대박 계약을 얻은 것도 바로 그의 ‘출루 머신’으로서의 능력이 큰 역할을 했었다.

자신의 56경기 연속안타 기록에 가려있지만 디마지오는 역대 2위인 74경기 연속출루 기록도 보유하고 있다. 이 기록은 56경기 연속안타 기록에서 계속 이어지며 달성된 것으로 당시엔 역대 최고 기록이었다. 1941년 타율 0.406을 기록, 아직도 메이저리그의 마지막 4할타자(시즌)로 남아있는 윌리엄스는 디마지오의 기록과 기간이 일부 겹치는 1941-42시즌에 73경기 연속출루로 디마지오의 기록을 넘봤지만 한 경기가 모자라 아쉬움을 달랬는데 8년 뒤인 1949년 84경기 연속 출루로 마침내 디마지오를 뛰어넘었다.

윌리엄스는 이 신기록 기간 중 타율 0.371에 OPS 1.213을 기록했고 95개의 볼넷을 골라내면서 삼진은 단 19번만 당했다. 엄청난 타율과 함께 뛰어난 선구안으로 경기 당 한 개 이상인 95개의 볼넷을 골라낸 것과 삼진 수가 19번 밖에 없다는 것은 정말 경이적인 일로 윌리엄스가 얼마나 뛰어난 타자였는지를 말해주고 있다. 더욱 놀라운 것은 그에 앞서 1941-42년 73경기 연속출루 기록 때는 그의 OPS가 무려 1.418에 달했다는 사실이다. 이는 배리 본즈가 2003년 57경기 연속출루 행진을 이어갈 때 기록한 OPS 1.500에 이어 역대 2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한편 기록 집계가 가능한 1908년 이후 110년간 메이저리그 역사에서 50경기 이상의 연속 출루기록을 가진 선수는 50명뿐이다. 추신수는 메이저리그 역사에서 단 50명 만 보유한 기록을 가진 셈이다. 또한 50경기 연속출루 기록을 2번 이상 세운 선수는 디마지오와 윌리엄스, 본즈를 포함, 단 6명뿐이다. 이중 5명은 명예의 전당에 있고 본즈만 도핑 의혹으로 인해 명예의 전당에 오르지 못했다.

추신수는 지난 4월30일(현지시간) 경기부터 지금까지 51경기 연속 출루행진을 이어오면서 이 기간 중 타율 0.322(236타수 76안타)와 OPS 0.993, 볼넷 51개, 삼진 65개를 기록했다. 특히 추신수는 5월에 타율 0.290, OPS 0.868에서 6월에 타율 0.347과 OPS 1.087, 7월에 타율 0.351과 OPS 1.127 등 시즌이 진행될수록 성적이 더 좋아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 고무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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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신수의 2018 시즌은

올 시즌 추신수는 많은 부문에서 커리어 베스트를 향해 가고 있다. 시즌 전반기를 마친 결과 이미 홈런 18개를 기록, 자신의 커리어 시즌 최고기록인 22개에 단 4개 차로 접근한 것이 가장 확실한 성과다. 올해 현재까지 추신수의 부문별 기록과 그의 커리어 베스트 기록을 비교하면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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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표를 보면 추신수가 생애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긴 하지만 홈런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에선 자신의 시즌 최고기록을 경신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타점과 득점 등은 남은 시즌 잔여경기 수(66경기)와 올해 텍사스 팀 전력을 감안하면 후반기에 엄청나게 뜨겁게 달아오르지 않는 한 힘들어 보인다. 지난 3개월간 그의 타격 페이스가 계속 올라가고 있음을 감안할 때 타율과 출루율, 장타율, OPS 등에선 충분히 기록경신을 사정권에 두고 있지만 그 역시 낙관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 다만 홈런은 이미 18개를 때려 최고기록에 이미 4개차로 육박하며 신기록을 예약한 상태다. 하지만 얼마나 많은 개인 최고기록을 세우느냐에 관계없이 전체적으로 볼 때 추신수의 2018 시즌은 이미 그의 커리어 최고 시즌으로 향하고 있음이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런 개인적인 성공과 달리 소속팀의 끝없는 부진은 그가 성공적인 시즌을 보내면서도 마음껏 웃지 못하게 하고 있다. 7월 말 트레이드 데드라인을 앞두고 그의 트레이드 여부에 대한 질문이 계속 나오고 있지만 그의 나이와 높은 연봉, 그리고 지명타자에 대한 수요부족과 그의 수비력에 대한 불안감 등으로 인해 현실적으로 트레이드 성사 가능성도 그다지 높지 않는다는 것이 현지의 관측이다. 앞으로 2주 안에 추신수에 대한 트레이드가 가능할지, 또 트레이드 성사여부와 관계없이 그가 후반기에도 묵직한 상승세를 이어가며 역사적인 스토리를 만들어낼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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