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FOCUS]'미투' 내걸고 성인영화라니..해도 해도 너무해

김미화 기자 / 입력 : 2018.07.19 15:37 / 조회 : 1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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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화 예고편 캡처


한국을 비롯해 세계적으로 미투(성폭력 피해 고발) 운동이 화두가 된 가운데 '미투'를 제목에 내건 영화가 나왔다. '미투'에 대한 관심이 영화에까지 영향을 미친 것인가 싶었는데, 이 영화 어이없다. '미투'의 의미를 찾거나, 사회적 현상이 된 '미투'를 돌아보는 영화가 아니라 '미투'를 내건 성인 영화다.

최근 VOD서비스 등을 통해 공개 된 '미투-숨겨진 진실'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전국미투생존자연대(이하 미투연대) 등 8개 미투 운동 단체들이 성인영화 '미투-숨겨진 진실'에 대한 상영금지가처분 신청서를 제출하는 등 영화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높다.

'미투-숨겨진 진실'은 영화의 제목처럼 '미투'와 관련된 진실이나 의미에 관심을 둔 영화가 아니다. 대놓고 성인영화다. 이 영화는 교수가 자신의 사회적 위치를 이용해 학생에게 성관계를 강요하는 줄거리를 담고 있다. 교수의 성관계를 거절한 '은서' 대신에, 교수에게 성 상납한 '혜진'이 학술 대회에 나가게 되고 '은서' 역시 나중에 교수와 강제적으로 성관계를 하게 되는 내용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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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화 예고편 캡처


"내 안에는 괴물이 있었습니다"라는 교수의 자책으로 시작하는 이 영화의 예고편에도 적나라한 성관계 묘사와, 교수를 유혹하는 학생의 모습 등이 담겨있다. 이런 성인영화에서 완성도를 따지는 것이 의미 없다고 말할 수도 있지만, 짧은 예고편 속에서도 배우들의 연기와 스토리의 조악함이 느껴진다. CC(캠퍼스 커플)에게 "두 사람은 섹스해 봤나?"라고 물으며 음흉한 표정을 짓는 교수의 모습이나, 교수의 연구실에 찾아가 "연구 말고 관심 있는 것 있잖아요"라고 말하며 옷을 벗는 여배우의 모습은 자극적인 가십을 그대로 따온 것 외에는 없다.

"네 꿈을 포기해야 될 수도 있어"라며 여학생과 강제적인 성관계를 맺는 교수의 모습이나, 연출된 자세로 눈물을 흘리며 성폭행을 당하는 여학생의 모습은 실소를 자아낸다. '미투'를 자극적인 내용에 이용한 것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 '미투' 운동에 대한 어떤 이해도 하지 못한 19금 성인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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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미투-숨겨진 진실' 예고편 캡처


문제는 이런 영화가 관객들에게 잘못된 인상을 심어 줄 수도 있다는 점이다. 기존의 성인물, 성폭력물에서 한 발자국도 나가지 못한 이런 영화가 '미투'라는 제목을 달고 있다는 자체가 '미투 운동'에 나쁜 영향을 준다. 이에 미투 연대 등의 단체들은 19일 법원에 상영금지가처분 신청서를 제출했다.

이들은 "'미투-숨겨진 진실'은 기존의 성인물, 성폭력물에 '미투'라는 제목만 붙였을 뿐 상업적인 목적으로 제작됐으므로 공익성에 기반한 미투정신을 훼손했고, 권력자인 가해자들의 시각과 주장을 재현함으로써 우리 사회를 미투운동 이전으로 퇴행시키고 미투 피해자들의 희생을 헛되게 했다"고 주장했다. 미투연대에 따르면 이 영화는 피해여성을 꽃뱀으로 묘사하고, 성폭력을 성애물로 취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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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미투-숨겨진 진실' 예고편 캡처


영상등급물위원회 역시 해당 영화가 남녀의 노골적인 성행위 장면이 빈번하고, 그 외 교수가 제자를 강제 성폭행하고, 사제간의 이익을 위한 성 행각, 자살, 남녀의 무분별한 성행위, 선정적 대화, 거친 욕설 등 주제 및 폭력, 공포, 대사, 모방 위험 등 청소년에게 유해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는 이유로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을 매겼다.

'미투' 사건은 가해자와 피해자가 있는 범죄다. 누군가에게는 씻을 수 없는 상처가 되기도 하는 일이다. 사회적인 인식 변화를 일으키고, 사람들이 성(性)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된 운동이다. 그런 '미투'를 성인영화가 냉큼 가져가서 이용해 버리다니, 해도 해도 너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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