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4특집]'공작', 북으로간 스파이..한국형 첩보스릴러의 탄생①

[빅4특집]

김현록 기자 / 입력 : 2018.07.18 10:00
  • 글자크기조절
image
사진=영화 '공작' 메인 포스터


마블영화에 밀렸던 한국영화들이 올 여름 반격에 나선다. 김지운 감독의 '인랑'을 시작으로 김용화 감독의 '신과 함께: 인과 연', 윤종빈 감독의 '공작', 조규장 감독의 '목격자'가 차례로 관객과 만난다. 한국영화 최고 흥행 시기인 올 여름 극장가에서 4편의 영화들이 어떤 형태로 선보일지, 미리 짚었다. 세 번째 타자는 '공작'이다.

'공작', 드디어 나왔다..북한으로 간 스파이 영화


한국은 지구상 유일한 냉전이 이어지고 있는 나라다. 같은 얼굴로 같은 언어를 쓰는 한 민족이면서 서로를 적으로 규정하고 수십 년을 대립했다. 그런 남과 북의 첩보전이 창작자들의 흥미를 자극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리라. 동서 냉전을 배경으로 삼은 수많은 스파이 영화들이 쏟아졌지만, 한국 영화의 성장과 발전에도 불구하고 남북의 첩보작전을 다룬 영화들은 많지 않았다. 북파공작원이란 존재 자체가 알려진지 얼마 되지 않기도 했고, '의형제', '은밀하게 위대하게', '동창생', '용의자' 등 그간 만들어진 남북의 첩보전 영화는 남한으로 내려온 북한 간첩 이야기에 머물렀다. 영화 '공작'(감독 윤종빈·제작 사나이픽쳐스 영화사월광) '북한으로 간 스파이' 이야기다. 모든 것이 여기에서 출발했다.

image
사진=영화 '공작' 스틸컷


정보사 소령 출신으로 안기부에 스카우트된 박석영(황정민 분)은 '흑금성'이란 암호명으로 북핵의 실체를 캐기 위해 북한 고위층 내부로 잠입하라는 지령을 받는다. 안기부 해외실장 최학성(조진웅 분)과 대통령 외에는 가족조차 실체를 모르는 스파이가 된 그는 호기로운 대북 사업가로 위장하고 한국과 중국을 오간다. 그리고 해 중국 베이징에 주재하는 북한 고위간부 리명운(이성민 분)에 접근하는 데 성공한다. 북이 '고난의 행군'으로 허덕이던 시기, 외화벌이를 책임진 대외경제위 차장이다. 그의 신뢰를 얻는 데 성공, 사업을 벌여가던 박석영의 작전이 빛을 보려던 시기, 1997년 대선 직전 남과 북의 수뇌부 사이 은밀한 거래가 감지되고, 조국을 위해 일한다는 신념 아래 모든 공작을 수행했던 그는 걷잡을 수 없는 갈등에 휩싸인다.


영화 '공작'은 실제 '흑금성'이란 암호명으로 활동한 실존 북파 공작원의 이야기가 바탕이다. 중앙정보부 관련 영화를 준비하며 취재를 하던 중 북파공작원 '흑금성'의 존재를 알게 된 윤종빈 감독은 당시 수감 중이던 '흑금성' 박채서씨를 알게 됐다. 영화감독을 만나면 보고가 올라가니 직접 접촉해선 안된다는 귀띔에 영화사 대표를 조카라 속여 박씨 아내와 처음 면회를 갔다. 실제 첩보전을 연상시키는 첫 만남이었다. 그가 어떻게 스파이 활동을 시작해 무슨 일을 했는지를 써달라 요청했더니 무려 책 2권 분량의 자필 회고록이 왔다. 그 회고록을 바탕으로 변화와 압축과 축약이, 윤종빈 감독의 관점이 더해졌다. 영화계 블랙리스트가 공공연히 회자되던 시기라 '흑금성'이라 붙이려던 기획에 '공작'이란 가제를 붙였다. 가제는 그대로 영화의 제목이 됐다. 감독은 이렇게 묻는다.

"남과 북은 오랫동안 서로를 적으로 규정하고 싸워 왔다. 과연 무엇을 위해 싸워온 것인가."

image
사진=영화 '공작' 스틸컷


"현실적이고 과장되지 않은 진짜 첩보물"에 대한 윤종빈 감독의 고민은 '공작'의 무드에 그대로 영향을 미쳤다. '공작'은 흔히 생각하는 첩보 영화의 전형과 거리가 멀다. '미션 임파서블' 류의 액션 첩보물과는 대척점에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히어로나 다름없는 주인공들이 선보이는 기예에 가까운 액션, 입 떡 벌어지는 신무기 열전은커녕 총 한 발 제대로 쏘는 장면이 없다. '공작'은 스파이를 총 든 액션히어로가 아닌 천의 얼굴을 지닌 연기자로 설정했다. 말 한 마디 한 마디, 표정 하나하나에 판이 바뀌는, 고요하지만 치열한 수 싸움이 영화를 지배한다. 그 밀도는 지켜보는 것만으로 기가 질릴 서스펜스가 내내 이어진다. 제 71회 칸 국제영화제 미드나잇스크리닝에 초청된 '공작'이 공개됐을 때 "말이 총보다 더 강력하게 타격을 가한다"(스크린 인터내셔널)는 호평이 쏟아졌다.

image
사진=영화 '공작' 캐릭터 포스터


배우들의 밀도있는 연기는 그만큼 더 중요했다. '신세계', '국제시장', '베테랑', '히말라야', '검사외전', '곡성', '아수라', '군함도' 등 장르를 불문한 히트 메이커이자 변화무쌍한 배우 황정민이 '흑금성'으로 분했다. 스파이로서 상대를 속이면서 관객과는 소통해야 하는 까다롭고도 막중한 역할이었다. 그의 카운터파트인 리명운 역은 이성민이 맡았다. '부당거래' '검사외전'을 통해 이미 호흡한 적 있던 황정민과 이성민은 첨예한 대립 속에서도 자신만의 방법으로 조국을 위해 모든 걸 바쳐 온 두 남자를 숨막히게 그려보였다. 결국엔 하나였던 두 사람의 관계, 그 미묘한 변화는 영화를 이끄는 또 하나의 핵심 축이 된다. 여기에 조직의 논리에 충실한 안기부 기획실장 최학성 역에는 조진웅이, 흑금성을 끊임없이 의심하는 북한 국가안전보위부 과장 정무택 역에는 주지훈이 캐스팅돼 긴장감을 더했다.

윤종빈 감독은 '용서받지 못한 자', '비스티 보이즈', '범죄와의 전쟁:나쁜놈들 전성시대', '군도:민란의 시대' 등을 통해 시대에 대한 실감나는 세묘를 선보이며 관객의 공감을 끌어낸 터다. 그는 지적인 스파이 무비 '공작'을 통해서도 남과 북의 관계를, 그 속의 사람들을 조명하며 연출력을 과시했다. 직접 북한에 가 촬영을 진행하지는 못했지만, 당시의 생활상과 시대상은 물론 북한과 중국의 분위기를 고스란히 전하는 정교한 미술과 세트에도 상당한 공을 들였다.

'공작'이 그리는 시간 또한 의미심장하다. 공교롭게도 그 타임라인은 1993년부터 2005년까지. 한반도의 위기가 고조되던 시기부터 최초의 정상회담 이후 남북의 극적 화해무드까지를 다루는 셈이다. 남과 북의 관계가 악화 일로를 겪다 극적인 화해 무드에 돌입한 시기, 영화보다 영화같은 현실이 펼쳐진 가운데 극장에서 만나게 된 진짜 스파이 이야기 '공작'은 또한 색다른 감흥으로 다가온다. 극적인 실화 속에 녹아난, 한 인간의 이야기가 지난해 '택시운전사'에 이어 또 다시 실화 베이스의 여름 흥행작으로 거듭날 것인가. '공작'은 오는 8월 8일 드디어 한국의 관객과 만난다.

image
사진=영화 '공작' 스틸컷
기자 프로필
김현록 | roky@mtstarnews.com 트위터

스타뉴스 영화대중문화 유닛 김현록 팀장입니다.

이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최신뉴스

더보기

베스트클릭

더보기
starpoll 배너 google play app st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