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재덕 대표 "'공작' 스토리텔러 윤종빈 감독의 그윽한 선택"②

[빅4특집]

전형화 기자 / 입력 : 2018.07.18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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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빈 감독의 '공작'을 제작한 사나이픽쳐스 한재덕 대표/사진=홍봉진 기자


한재덕 사나이픽쳐스 대표는 윤종빈 감독과 오랜 파트너다. 윤종빈 감독의 제작사 월광과 ‘군도’ ‘보안관’ ‘검사외전’ 등을 손잡고 만들었다. 한재덕 대표와 윤종빈 감독의 파트너십은 이번에는 칸국제영화제 입성이란 결과로 이어졌다. 둘이 손잡고 만든 영화 ‘공작’이 제71회 칸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에 초청된 것. ‘공작’은 당초 영화계에서 이효리가 북한 여성과 같이 찍은 애니콜 광고를 뒤에서 만들어낸 남자의 이야기로 소문이 났다. 그렇게 한줄로 요약하기엔 ‘공작’은 많은 것을 품고 있다. 총풍 사건의 배후에 있었으며, 북한의 핵 개발을 파악하기 위해 북에 들어갔다는 안기부 공작원 흑금성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한재덕 대표를 통해 ‘공작’의 뒷이야기를 미리 들었다.

-칸 상영 버전과 한국 상영 버전은 약간 다르다던데.


▶칸 버전은 2시간 22분이었는데 한국 상영 버전은 3~4분 가량 편집을 했다. 이야기를 더 가다듬었다.

-원래 중국 촬영을 준비했었는데.

▶중국 인건비가 너무 비쌌다. 장소 섭외와 기타 등등을 고려해 첫 예산 기획안이 200억원 정도가 나오더라. 그러다가 한한령으로 중국 촬영 자체가 불가능해졌다. 대만에서 찍는 것으로 방향을 바꾸고 예산을 절감해서 165억원 정도로 마무리할 수 있었다.


-‘공작’은 어떻게 기획했나.

▶흑금성 사건은 익히 알고 있었다. 이야기가 방대해 영화화가 쉽지는 않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윤종빈 감독이 연락을 왔다. 이런저런 아이템들이 있었는데 다 별로라고 해버렸다. 윤종빈 감독 색깔 같지 않았다. 상업성이 있는 기획일 지는 모르겠으나 스토리텔러로서 윤종빈 감독 답지 않았다. 그러던 차에 윤종빈 감독이 ‘공작’ 이야기를 꺼내들었다. 이거다 싶었다.

-‘공작’에는 남북 화해 메시지가 담겨있다. 박근혜 정권 시절 기획하고 제작에 들어갔는데 걱정스럽지는 않았나.

▶주변에서 약간의 우려가 있었던 건 사실이다. 그래도 깊이 생각하진 않았다. 일단 이야기가 재미있었으니깐. 흑금성은 MB 때 구속됐고, 박근혜 정권 시절 복역을 마치고 출소했다. 그간 여러 차례 자신의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자는 제안이 있었지만 다 거절했다더라. 그분 가족을 통해 제안을 했더니 윤종빈 감독이라면 오케이라고 했다는 답을 전해 들었다. 대신 조심스런 부분이 많기에 자신이 출소한 다음에 찍으라고 했다. 본인이 직접 쓴 기록들은 있는데 주지는 않았다. 가족을 통해 그 기록들을 보여주고 다시 가져갔다. 언론을 통해 익히 알려진 일화들과 그분의 기록을 참고로 해서 각색했다. 가장 영화적인 부분들을 담으려 했다.

-남과 북을 영화로 다루면 결국은 싸움 아니면 화해일 수 밖에 없는데. 현실적으론 영화를 기획할 때는 지금 같은 남북 화해 국면을 예상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고.

▶남북 정상회담은 꿈도 못 꿨다. 남북의 이데올로기로 갈등과 대립은 있지만 각각의 이상을 위해 일을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리려 했다. 그런 남자들의 이야기를 그윽하게 담으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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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빈 감독의 '공작'을 제작한 사나이픽쳐스 한재덕 대표/사진=홍봉진 기자


-요즘 관객들에게 익숙한 ‘미션 임파서블’이나 ‘007’과는 다른 전통적인 스파이물이다. 쉽지 않은 선택이고 쉽지 않은 제작이었을 텐데.

▶돈 구하기가 제일 어려웠다.(웃음) 일단 그 시대를 구현하기가 쉽지 않았다. 장소와 의상 등이 주는 뉘앙스가 있으니깐. 채경화 의상감독과 박일현 미술감독이 정말 많은 수고를 해줬다. 난 윤종빈 감독의 보좌에 힘썼을 뿐이다. 윤종빈 감독이 시간이 많이 지나도 이 영화를 하길 잘했다는 생각을 할 수 있도록 서포트에 열중했다. 관객들도 그렇게 생각하길 바란다.

-감동스럽게 울리기보단 적절한 지점을 선택했는데.

▶보다 감동적으로 만들어 울릴 수도 있었을 것 같다. 하지만 실존 인물을 각색하는데다 이 영화가 감동적인 눈물을 목적으로 만들지도 않았다. ‘추운 나라에서 온 스파이’처럼 적진의 한복판에 들어간 남자가 겪는 서스펜스와 갈등을 담았다. 물론 그 뒤에는 민족적인 특수성이 없을 수는 없다. 그런 게 여타 스파이물과 차별점이다. 그윽하게 담으려 했다. 그윽하게. 차곡차곡 쌓아서 관객이 영화를 보고나면 둔중하게 나갈 수 있길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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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민과 이성민, 주지훈은 어땠나.

▶황정민은 100점 만점에 90점을 주고 싶다. 나머지 10점은 관객이 주는 것일테고. 이성민은 관객이 영화를 보면 정말 감탄할 것이다. 100점 만점을 주고 싶다. 아, 이러면 안되는구나. 주지훈은 내가 추천하긴 했다. 아직 ‘아수라’가 개봉하기 전이라 윤종빈 감독에게 편집본을 살짝 보여줬다. 바로 오케이를 하더라. 그만큼 잘했다.

-이효리 캐스팅이 가장 힘들었다던데.

▶사실 그랬다. 이효리가 애니콜 광고를 찍는 장면을 보여주기 위해 기획한 영화나 다름없는데 섭외를 못하면 안되지 않나. 이효리는 사실 찍는 걸 조심스러워했다. 그야말로 삼고초려를 했다. 황정민이 이효리와 친한 김제동에게도 부탁했고. 윤종빈 감독이 직접 편지도 썼다. 그렇게 성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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