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인터뷰]고준, '미스티' 케빈 리와 '변산' 용대 사이

영화 '변산'의 배우 고준 인터뷰

김현록 기자 / 입력 : 2018.07.17 11:30 / 조회 : 5672
  • 글자크기조절
image
영화 '변산'의 배우 고준 / 사진제공=메가박스플러스엠


고준(40)이라는 그의 이름보다는 남성미 넘치는 비주얼이 더 익숙할지 모르겠다.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넘나들며 점점 더 묵직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그는 이미 연기경력 18년차에 접어든 배우다. 2001년 '와니와 준하'로 데뷔한 이후 오랜 무명의 시간을 보내다 2014년 영화 '타짜-신의 손'(타짜2)을 통해 드디어 관객에게 눈도장을 찍은 그는 영화 '럭키', '밀정', '미씽:사라진 여자', '청년경찰', '바람 바람 바람'을 거푸 선보였고, '굿 와이프'에 이어 선보인 드라마 '미스티'의 치명적인 남자 케빈 리로 여심을 사로잡았다. 최근 개봉한 이준익 감독의 영화 '변산'은 그의 또 다른 매력을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다.

무명 래퍼 학수(박정민 분)가 흑역사 가득한 고향 변산으로 내려가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변산'에서 고준은 학수의 친구 용대 역을 맡았다. 어려선 학수에게 구박을 받았지만 지금은 주먹깨나 쓰는 덩치가 돼 학수를 긴장시키는 입장. 보이는 대로 투박하고도 거친 남자지만 따뜻한 속내, 반전의 허당미를 지닌 매력만점의 캐릭터이기도 하다. 마치 용대가 된 듯 캐릭터에 쏙 녹아들어 센 남자의 속살을 그려낸 고준은 "연기하는 게 이렇게 행복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을 처음으로 해봤다"며 환하게 웃었다.

image
영화 '변산'의 배우 고준 / 사진제공=메가박스플러스엠


"이준익 감독님 미팅을 할 때 나름의 개인적 목표가 있었어요. '변산'에 참여하는 게 목표가 아니라, 뭔가 '고수'를 만나고 싶었어요. 뭔가 통달한 사람을 찾아뵙고 어떻게 살아가면 될지, 어떻게 하면 마음 편히 연기할 수 있을지, 어떤 지혜를 찾고 싶었거든요. 저는 연기하며 저를 좀 학대하는 스타일이에요."

데뷔작 '와니와 준하'부터 '타짜2'까지 십수년에 이르는 시간, 고준은 무려 60여 편의 독립영화에 출연했다. 끝없이 영화를 찍고 공연을 하며 계속해 스크린의 문을 두드렸다. 지금도 캐릭터를 맡으면 그 역할로 말하고 움직이며 식단까지 바뀔 정도다. 그는 연기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다며, 남들보다 두 배 세 배 노력해야 비슷한 결과물이 나오는 것 같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연기를 못 하는 제 자신을 보고 충격을 받았거든요. 영상에 착상이 안 됐달까, 그 인물로 있어야 하는데 흉내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수치스러울 때가 있었어요. 하지만 제게 다른 길은 없었어요. 배우가 너무 되고 싶어서 짝사랑하듯 계속 해온 것 같아요. 데뷔한 지 이제 18년이 됐는데 이제야 조금 영화가 나를 봐 주는 것 같은 느낌이에요. 저는 지금도 영화배우가 꿈이에요."

image
영화 '변산'의 배우 고준 / 사진제공=메가박스플러스엠


그런 고준이 만난 이준익이라는 감독, '변산'이라는 현장은 그에게 하나의 답이 돼줬다. 고준은 "감독님이 어떤 직언으로 답을 해주신 건 없다"면서도 "그 옆에서 그 온도와 리듬감을 닮으려 했었던 게 건강한 정신상태로 반영된 것 같다"고 연신 흐뭇해 했다. 그 때문일까? 그가 연기한 용대도 거친 비주얼과 달리 퍽 사랑스럽고 정이 간다. 그는 "초지일관 감독님이 하신 이야기가 '용대는 호감이어야 한다, 따뜻하고 사랑스러운 영화였으면 좋겠다'는 거였다"며 "그 말씀이 시그널이 돼 저를 자유롭게 만들어 준 부분이 있다"고 털어놨다.

"'타짜2'가 첫 악역이었어요. 오히려 용대 같은 결의 연기나 상처 많고 트라우마 있는 루저 역할을 많이 했어요. 강형철 감독님이 저를 발굴해 주신 은인이지만 그게 이렇게 강렬해질지 몰랐어요. 계속 악역이 왔고, 다른 면을 보이고 싶다는 갈증이 생겼어요. 얼마나 더 음지 쪽 사람들을 다른 모습으로 그릴 수가 있을까, 한계에 부딪쳤다고도 생각했어요. 그리고 깡패는 용대까지만 해야지, 이준익 감독님 만났을 때도 그 이야기를 했거든요. 그런데 또 잘 되면….(웃음)"

image
영화 '변산'의 배우 고준 / 사진제공=메가박스플러스엠


'변산' 이전 올 초 뜨거운 반응을 얻었던 JTBC 드라마 '미스티'도 고준에겐 또 다른 변곡점이었다. 고준은 위험하지만 거부할 수 없는 남자 케빈 리 역을 맡아 섹시한 남성미를 풍기며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그는 "처음으로 멋있는 역을 해 봤다"면서 "사실 오글거린다"면서 스스로에 대한 짠내 평가를 이어갔다.

"멋있는 역할이 어렵더라고요. 드라마에 그런 역할 나오면 '저런 사람이 어딨어' 이랬는데, 거기에 감정을 이입시켜서 연기한다는 게 보통 정신이 아니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뜨거운 반응을 얻었고 감사하지만, 캐릭터가 사랑을 받은 거지 개인적으로 만족스러운 연기는 아니었어요. 사실 저한테는 용대가 더 회심의 역할이에요. '타짜2'로 필름메이커에게 알려지고 대중에게 알려진 게 '미스티'가 처음이라면 '변산'의 용대로 그렇게 되고 싶어요."

이제야 전하는 뒷이야기. '변산' 촬영 막바지 무렵 뜻하지 않게 '미스티' 촬영에 들어가면서 고준은 꽤 애를 먹었다. 지방 소도시 건달 용대를 연기하다가 차 타고 올라와 세련미 철철 넘치는 케빈 리를 연기하는 게 그래서 더 쉽지 않았단다. 고준은 그 아찔한 간극이 자신에겐 얼마나 더 충격적이었겠냐며 "그 간극에서 헤매다 마인드 컨트롤을 해갔다"고 귀띔했다.

"용대와 케빈 리의 중간에 제가 있지 않을까요. 케빈 리처럼 진지할 때도 있고 용대처럼 웃기는 면도 있고. 허술한 건 사실 제 모습에 가까워요. 허당기 있고, 실수도 많고, 자격지심 있고…. 배우로서 목표요? 매 순간 작품 속 인물들을 훌륭하게 소화해내신 선배님들을 존경해요. 그 분들이 저의 연기 좌표가 돼왔고요. 누구라 꼬집어 말할 수 없지만 저도 그 분들이 해오신 것처럼 시간이 오래 흘러도 뇌리에 남을 수 있는, 그런 역할을 그런 연기를 해내는 거예요. 잠깐 '핫'해져서 유명해지고 하는 데 흔들리지 않고 꾸준히. 그러다보면 언젠가 좀 더 맘 편히 연기할 수 있지 않을까요."

기자 프로필
김현록 | roky@mtstarnews.com 트위터

스타뉴스 영화대중문화 유닛 김현록 팀장입니다.

이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최신뉴스

더보기

베스트클릭

더보기
starpoll 배너 google play app st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