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랑' 김태완 대표 "새로운 것을 보여드리겠다"(인터뷰)②

[빅4특집]

김현록 기자 / 입력 : 2018.07.16 10:00 / 조회 : 6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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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랑' 제작사 루이스픽쳐스 김태완 대표 / 사진제공=루이스픽쳐스


김지운 감독의 영화 '인랑'(제작 루이스픽쳐스)은 올해 극장가 여름 대전의 포문을 여는 작품이다. 오시이 마모루의 재패니메이션 전설을 원작으로 최고의 비주얼리스트 김지운 감독, 강동원 한효주 정우성 김무열 최민호 등 그림 같은 톱스타들이 함께 해 궁금증과 기대감이 더하다. 2차대전 이후 일본이 독일의 점령 아래 놓였다는 원작의 가상 미래 배경은 통일을 앞둔 한반도로 바뀌었지만, 무장 테러조직에 대한 무참한 진압, 권력기간의 암투, 권력의 개가 되어가는 인간의 혼란이란 줄거리와 테마는 여전하다.


묵직한 원작의 판권을 해결하고, 톱 배우들을 캐스팅하고, 시나리오 작업과 프리프로덕션이 동시에 진행되는 지난한 과정을 이끌어 온 영화 '인랑'의 제작자는 루이스픽쳐스의 김태완(45) 대표. 봉준호 감독의 '옥자' 제작자로 활약했던 그는 제작자란 재능과 열정이 있는 창작자를 위해 판을 깔고 돕는 사람이라 생각한다며, 영화 '인랑'이 만들어지기까지에 대해 풀어놨다. 그는 "한국에서 보지 못했던, 새로운 것을 보여드리겠다"며 출사표를 던졌다.

-어떻게 '인랑'을 시작했나.

▶청어람에서 해외사업팀장 일을 하며 '괴물'을 끝내고 바른손엔터테인먼트에서 1년 가량 일하며 '놈놈놈'을 하던 김지운 감독님과 처음 만났다. 이후 김지운 감독님이 2013년 개봉한 '라스트 스탠드'를 한창 촬영하던 즈음 '추운 곳에서 온 스파이' 같은 것 없나 하는 말씀을 들었고 애니메이션 '인랑'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분위기며 SF 요소가 어떨까 나 역시 너무 궁금해 보여드렸더니 ''인랑' 너무 좋아'라고 하시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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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화 '인랑' 포스터



-판권 해결이 쉽지 않았을 텐데.

▶판권이 열려있다는 걸 확인했고 해결했다. 4년으로 계약해 그 사이 1차례 연장을 했다. 허가를 받아야 하는 단계가 다섯이었다. 원작자 오시이 마모루를 먼저 설득하고 나머지가 따라오도록 하면 좋겠다 했고, 그 과정에서 그간 파트너로 일했던 일본 덴츠의 도움이 있었다. 약 8개월의 시간이 걸렸다. 별다른 코멘트나 요구는 없었다. 일본 측은 한국에서 젊은 사람이 '인랑'에 관심을 가지고 왔다는 게 기쁘다는 반응이었다.

-철학적이란 평가를 받은 원작 애니메이션 '인랑'은 일견 비상업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어떤 면을 보고 상업영화로 제작하겠다는 마음을 먹었나.

▶첫번째로, 재미있었다. 그 스토리 라인이나 반전, 결말, 모든 지점을 달리 봤다. 상업적이나 단지 매우 불친절할 뿐이라고 생각했다. 그걸 잘 채워넣고 서사적인 지점들을 강조하는 시나리오가 나오면 내가 재밌게 본 만큼 다른 분들도 재밌게 보겠다고 생각했다. 어느 정도는 자만이었다. 그걸 찾아내는 데 몇 년이 걸렸으니까.(웃음)

-시나리오 작업은 어떻게 진행됐나. 어디에 중점을 뒀나.

▶초고는 전철홍(명량, 군도) 작가가 썼다. 관객들이 좋아할 만한 상업적이고 익사이팅한 서사에 통달했다는 느낌이 들 만큼 확실하게 상업영화의 틀을 만들어 주셨다. 제가 상상한 '인랑'과 차이는 있어도 상업영화로는 포지셔닝할 수 있겠더라. '인랑'의 통일 5개년 계획 설정이 이때부터 있었다. 거기에 더해 이지민(밀정) 작가가 영화를 풍성하게 해 주셨다. 이 시나리오들을 다시 김지운 감독님이 여러 각색 끝에 더욱 새롭고 풍성하게 만들었다.

캐릭터들 사이 재미, 이야기 자체 긴장감, 텐션 등을 상업적으로 극한으로 끌어올리려 했다. 여자주인공과 남자주인공의 감정선을 극적으로 그리기 위해 노력했다. 그런 지점에서 성과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전철홍 이지민 김지운의 미덕이 총집합된 버전이 지금이다.

-가상 역사를 배경으로 일본 전공투 세대의 경험을 녹인 재패니메이션을 한국으로 가져올 때 가장 바꿔야 할 점을 뭐라고 봤나.

▶'인랑'을 처음 봤을 때는 그런 시대적 배경을 몰랐다. 일본 사람들만 이해하는 배경을 우리나라로 가져오기보다는 캐릭터와 이야기가 한국의 시대적 배경 안으로 들어와 시너지가 나길 바랐다. 1980년대나 이승만 시대를 배경으로 한 가상 역사극 아이디어도 있었다. 하지만 '그때는 이러지 않았는데' 하는 생각이 떨쳐지지 않는 아이러니가 있었다. 과거와 미래 두 가지로 좁혀서 써 나가다 미래를 선택했다. 그쪽이 자유도가 있다고 생각했다. 김지운 감독님은 이를 미술적으로 보여주자 했다. 한쪽으로는 굉장히 발달했지만 한 편으로는 낙후된 모습을 그리는 게 흥미로울 것 같다고 했다. 또 이를테면 창호지 미닫이가 자동문으로 돼 있는, 혼재된 느낌을 주고자 했다.

-어디서 해답을 찾았나.

▶김지운 감독님이 장르의 마술사란 수식어로 불리지 않나. 당연히 장르적인 엣지, 날을 확실히 세우는 데 해답이 있다고 생각했다. 감독님이 프리프로덕션을 하면서 시나리오가 수정되고 아이디어가 접목됐다. 확실하게 원하는 퀄리티가 되려면 프리프로덕션을 가동하면서 아티스트들이 영감을 주고받으며 만들 환경이 돼야 했다. 그 환경을 만드는 게 제 숙제였다.

-예산 문제가 만만치 않았을 텐데. 촬영도 길었고.

▶시나리오 개발과 프리 프로덕션이 같이 돌아가는 조건을 투자사가 받아들이는 게 쉽지 않았다. 외국에서 투자를 생각했는데 메인 투자사인 유니온인투자파트너스가 전격적으로 1주 만에 결정을 해줬다. 순제작비는 약 190억원이다. 손익분기점은 약 600만 명이다. 무엇보다 김지운 감독에 대한 믿음이 있다. 촬영 안을 최대한 서포트하려고 노력했다. 전부 다 동원해 절충안을 찾았다. 유니온과 워너브러더스가 전폭적으로 지원해줬다. 지난하다면 지난했을 촬영기간이 맞춰졌다. 촬영이 6개월 정도 걸렸다.

-'인랑'의 시그니처나 다름없는 특기대의 강화복은 어떻게 만들어냈나.

▶강화복은 원작에 충실할 것인가 말 것인가 중요하지 않았다. 미군 철모도 독일 것이 원래 모델이기도 하고. 모형이 아니라 배우가 입고 연기를 하면서 무리 없이 연기력과 액션을 발휘할 수 있는 만듦새가 있어야 했다. 외국의 경험있는 기술자의 힘을 빌리기로 했고, 코스튬 전문 제작사들 가운데 아이언맨과 로보캅 슈트를 제작한 얼라이언스 스튜디오라는 곳을 찾았다. '인랑'을 너무 하고 싶다며 7~8개 버전 디자인을 보내주더라. 원작과 가까운 것부터 완전히 다른 것까지 있었는데 그 중에서 골랐다. 원작 디자인을 존중하면서 우리 식으로 해석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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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인랑'의 강동원 김무열 / 사진=영화 '인랑' 스틸컷


-캐스팅이 초호화다. 부담과 책임이 함께 있을 텐데.

▶좋지만 부담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사적인 자리에서 거의 고백하다시피 한 일이 있다. '나는 잘 믿기지가 않아요'라고. 강동원 정우성 한효주… 믿을 수가 없다. 제작자로서는 개별 배우를 두고 영화 한 편씩 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길 정도다.

-'장르가 비주얼'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감독님이 그림 같은 비주얼을 잘 실사화하기 위해서는 판단을 잘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신 것 같다. 강화복 자체도 강동원 정우성 등이 입어야 제대로 비주얼적으로 작동을 하는 면이 있다. 조·단역도 키와 체격을 보고 뽑았다.

-영화에서 배우들이 기존과 다른 이미지를 보여주나.

▶모두 출중하고, 그 매력을 120% 발산해 주셨다. 다들 이전의 이미지와 다르다. 강동원, 한효주, 정우성, 김무열에 최민호와 한예리까지 모두가 다 다르다. 기존에 알고 있던 배우들의 이미지와는 정말 다른 모습을 보실 것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다.

-'인랑'은 '미션 임파서블6'과 같은 날 개봉해 경쟁하고 한 주 뒤 개봉하는 '신과함께2'를 비롯한 여러 한국 대작들과도 경쟁해야 한다.

▶충분히 여름 시장이 감당할만한 사이즈의 영화들이 배치돼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 영화 같은 경우는 '미션 임파서블6''신과함께2' 등과 확실하게 다르다. 관객들이 '이 영화를 봤으니까 저건 안 보겠다' 할 것 같지 않다. '이런 것도 있네' 하지 않을까. 한국에서 보지 못했었던 새로운 영화다.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것을 보여드릴 것이다. 새롭다는 것은 기본으로 깔고, 김지운 감독님의 SF, 혼재된 장르와 이미지, 비주얼과 함께 하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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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화 '인랑' 제작사 루이스픽쳐스 김태완 대표


-김지운 감독, 봉준호 감독 등 한국의 대표 감독들과 작업을 경험했다. 두 감독의 작업 스타일을 비교하자면?

▶제작자란 재능있는 열정있는 사람이 잘 하도록 돕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김지운 봉준호 두 감독과 작업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는 자체가 스스로 굉장히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비교하자면 봉준호 감독은 계산이 확실하게 서 있는 작업스타일이다. 김지운 감독은 모든 면에서 열려 있는 작업 스타일이라고 느꼈다. 그리고 그것이 '인랑'과 맞았다.

-준비하는 다음 작품은?

▶과거 준비하던 '도쿄 매그니튜드 8.0'의 영화화가 진행 중이고, 정병길 감독이 제라드 버틀러와 준비하는 신작 할리우드 영화에 프로듀서로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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