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4특집] '인랑' 장르가 비주얼..김지운의 인간늑대 ①

[빅4특집]

전형화 기자 / 입력 : 2018.07.16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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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블영화에 밀렸던 한국영화들이 올 여름 반격에 나선다. 김지운 감독의 '인랑'을 시작으로 김용화 감독의 '신과 함께: 인과 연', 윤종빈 감독의 '공작', 조규장 감독의 '목격자'가 차례로 관객과 만난다. 한국영화 최고 흥행 시기인 올 여름 극장가에서 4편의 영화들이 어떤 형태로 선보일지, 미리 짚었다. 첫 타자는 '인랑'이다.

'인랑' 장르가 비주얼인 김지운이 그린 디스토피아 SF


'인랑'은 알려졌다시피 오시이 마모루 감독의 동명 일본 애니메이션을 실시화한 작품이다. 원작은 대체 역사물이다. 독일에 점령된 일본이란 가상 세계를 바탕으로 60년대 치열했던 전공투 투쟁을 녹여낸 걸작이다. 파시스트 같은 국가와 그 국가의 개, 그리고 그에 맞서 투쟁을 벌이는 섹트. 이 구도 속에서 빨간 모자 소녀를 죽게 한 트라우마를 갖고 있는 한 남자가 소녀의 누이와 만나면서 겪는 갈등을 그린다. 켈베로스라고 불리는 특기대의 전투 갑옷과 빨간 눈동자가 시그니처다. 특기대 철모가 2차 세계 대전 독일의 철모와 비슷한 건 그런 세계관을 담았기 때문이다.

김지운 감독은 이 원작을 한국에 녹아내려 많은 고민을 했다. 여러 버전이 있었다. 해방 직후 좌우 대립으로 극도로 혼란스러웠던 1950년대를 배경으로 한 설정, 1980년대 민주화 운동을 배경으로 한다는 설정 등등 여러 버전으로 숙고했다.

그런 끝에 남북한 정부가 통일준비 5개년 계획을 선호한 뒤 강대국의 경제 제재가 이어져 민생이 악화되는 등 지옥 같은 시간이 이어지고 있는 혼돈의 2029년이란 설정을 택했다.


이런 설정을 택한 건, 근미래와 현재가 공존하는 디스토피아적인 모습을 담아내고 싶었기 때문이다. 가까운 미래지만 화려하기보다는 남루한. 그야말로 헬조선을 그렸다. 이 같은 설정은 다분히 현실적이고, 시의적이다. 남북의 통일을 미국을 비롯한 주위 열강들이 겉으론 환영하지만 꼬투리를 잡아 경제 제재를 한다는 냉정한 국제 역학 관계를 담았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지만, 통일을 하면 가난해진다는 전제를 쉽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인지. 그리고 통일 반대 세력 뒤에 과연 누가 숨어있을지를 우화적으로 담으려 했다. 김지운 감독은 그렇게 '인랑'의 세계관을 지금 한국에 심었다.

김지운 감독은 이 복잡한 세계관을, 보다 선명하게 나눴다. 통일에 반대하는 무장 세력 섹트, 그 섹트를 진압하는 대통령 직속 경찰조직 특기대, 특기대에 밀려 입지가 줄어들자 특기대 해체를 꾸미는 공안부. 이 세 축으로 이야기를 정리했다.

그 가운데 임무와 트라우마에 고뇌하는 특기대원 임중경(강동원)을 뒀다. 임중경은 빨간 모자 소녀의 언니인 윤희(한효주)와 만나며 굳건했던 신념이 흔들린다. 그런 임중경을 특기대 소장 장진태(정우성)는 다그친다. 그런 임중경을 동기이자공안부 소속인 한상우(김무열)가 이용해 특기대를 함정에 빠뜨리려 한다. 각각의 인물들에 각각의 조직을 상징하게 만들고, 각각의 사연이 충돌하도록 했다.

이 사연들을 김지운 감독 영화답게 강렬한 비주얼과 액션으로 풀어낸다. 김지운 감독은 한국영화 최고 비주얼리스트로 꼽힌다. 그는 '인랑'을 시작부터 애니메이션 못지 않은 비주얼로 기획했다. 캐스팅부터 남다르다. 강동원과 한효주, 정우성, 김무열, 최민호까지 장르가 비주얼이란 말이 어울릴 만큼 화려한 라인업을 조합했다.

'인랑'의 시그니처인 특기대원 복장은 '로보캅'과 '아이언맨2' 등의 슈츠를 제작한 얼라이언스 스튜디오에의뢰했다. 40벌 가량 제작된 특기대원 복장은 웬만한 영화 제작비와 맞먹는 금액이 들었다. '인랑'의 주요 무대 중 하나인 거대한 수로로 마찬가지. 미궁 같은 수로가 주는 비주얼적인 효과가 큰 만큼, 한국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세트를 짓고 그 속에서 대결을 펼치게 했다.

뭐니뭐니해도 김지운표 액션은 빠질 수 없다. 원작은 액션이 많지 않다. 액션보다는 감성 느와르에 가까웠다. 김지운 감독은 원작의 감성을 유지하되 관객을 보다 이야기에 빨려 어갈 수 있는 장치로 전매특허라 할 수 있는 액션을 곳곳에 배치했다.

원작을 기억하는 팬이라면, 충격적인 결말이 영화에서도 그대로 유지될지, 아니면 바뀌었을지도 중요한 관전 포인트가 될 것 같다. 김지운 감독의 고민이 반영됐다는 후문이다.

'인랑'은 길고 길어진 촬영기간, 한국영화에서 좀처럼 볼 수 없는 새로운 소재와 설정, 그리고 비주얼로 관객을 찾는다. 올 여름 한국영화 빅4 중 첫 번째로 선보이는 '인랑'이 얼마나 관객과 소통할 수 있을지, 기대된다.

7월25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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