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성 잃은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김현록 기자 / 입력 : 2018.07.15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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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배우 정우성 특별전 영화 비트 관객과의 대화' 전경 / 사진=스타뉴스


제22회 부천국제판타스틱 영화제(BIFAN)가 첫 주말을 지났다. 한국을 대표하는 장르 영화제로서 여러 우여곡절 끝에 20년 넘게 제 자리를 지키고 있는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는 한국의 장르영화 팬들이 가장 주목하는 영화제이기도 하다. 장르물 마니아를 저격하는 유니크한 프로그래밍, 수도권 영화제로서의 접근성 등은 부천영화제의 강점이다. 올해도 '시간을 달리는 여자들: SF영화에서의 여성의 재현', '3X3 EYES: 호러 거장, 3인의 시선' 등 시선을 붙드는 프로그램이 상당하고, 여권 스탬프 및 배지 등을 챙기는 아기자기한 행사도 영화팬의 소장욕을 자극한다.

하지만 최근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의 행보는 정체성에 대해 의문을 품게 한다. 톱스타를 앞세워 다수 대중에게 접근하고 싶은 욕심과 장르물 마니아들이 좋아할 만한 최신의 작품들을 충분히 소개하는 판타스틱 영화제의 정체성이 충돌을 빚고 있는 모습이다. 개·폐막 외에 판타스틱 영화제와의 연결고리가 크지 않은 톱스타 배우 특별전이 영화제가 가장 집중하는 대외 행사가 된 점은 아이러니하다. 지난해 영화 데뷔 20주년을 맞이한 배우 전도연에 이어 올해엔 영화배우로 또한 사회적 발언을 아끼지 않는 '핫스타'로 주목받고 있는 정우성을 앞세웠다.


남북 화해 분위기가 조성된 상황에서 재빠르게 마련된 북한영화 특별상영도 마찬가지다. '미지의 나라에서 온 첫 번째 편지'라는 프로그램 제목처럼 아직 알려지지 않은 북한의 영화를 제약 없이 만나는 흔치 않은 기회가 반가운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의 역할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는다. 정치적 이슈에 맞물려 너도나도 북한과의 문화교류에 앞장서 달려가는 분위기 속에 때맞춰 북한영화 공개상영 기회를 선점한 셈이지만, 판타스틱 장르영화 축제와의 연관성은 찾기 힘들다.

과거 부천국제영화제 고위간부가 여성 프로그래머를 성추행한 사건을 유야무야 내부적으로 덮으려다 피해자가 언론에 이를 폭로하고 난 뒤에야 공식 사과에 나선 점은 또 하나의 아쉬움이다. 해당 프로그래머가 성추행 피해 이후 2016년 계약이 해지돼 2차 가해를 입었다며 제기한 해고무효소송은 원고 패소로 확정됐지만, 2013년 성추행 사건 이후 가해 간부가 2015년 퇴임하고 새로운 집행부가 꾸려지는 수년 동안 사건 자체를 쉬쉬한 셈이나 다름없다. 영화제 측은 지난 3월에야 공식 입장을 내고 "이번 사건을 계기로 깊이 반성하며 권위적인 조직문화의 풍토를 청산하고 쇄신해 나갈 것을 약속한다"고 사과했다.

한편 정체성 문제에 대한 지적과 관련,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측은 "부천영화제의 정체성은 정규 섹션인 부천 초이스, 코리안 판타스틱, 월드 판타스틱 레드와 블루에서 잘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특별전은 그해의 이슈, 영화사적으로 주목할 만한 주제를 선정함으로써 부천영화제가 다양한 배우, 감독, 장르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일종의 제스처"라는 입장이다. 이들은 "북한 영화 상영의 경우 '불가사리'와 같이 판타스틱영화를 중심으로 한 프로그램 구성에 주목해달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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