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 김의 MLB산책] 부상병동서 지구 수위로..다저스에 '굴러든 호박' 먼시·캠프

댄 김 재미 저널리스트 / 입력 : 2018.07.13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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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다저스의 신데렐라 맥스 먼시. /AFPBBNews=뉴스1


지난해 월드시리즈 우승 직전에 멈춰 섰던 LA 다저스는 올해 시즌을 앞두고 우승후보로 첫 손 꼽힌 팀이었다. 그런데 주포 저스틴 터너가 시범경기 도중 부상을 입어 부상자명단(DL)에서 개막을 맞은 것부터 시작해 시즌 초반 주전선수들이 마치 DL에서 모임 약속이라도 한 듯 계속 쓰려져 나가며 출발이 엉망으로 꼬였다.

팀의 핵심 선수인 유격수 코리 시거는 시즌 한 달여 만에 토미 존 수술을 받고 시즌 아웃됐고 불펜의 핵심역할을 맡기려고 영입한 톰 쾰러는 어깨 통증으로 아직까지 한 경기에도 나서지 못하고 있다. 선발진은 리치 힐부터 시작, 류현진, 클레이튼 커쇼, 마에다 켄타까지 줄줄이 DL 신세를 졌다. 선발투수 3~4명이 동시에 DL에 올라 매일 매일 누구를 선발로 내보내야 할지를 놓고 고민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여기에 지난해 월드시리즈 진출에서 핵심 동력 역할을 했던 크리스 테일러와 코디 벨린저의 초반 슬럼프가 깊어지면서 올해 다저스의 시즌 초반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방향으로 흘렀다. 다저스가 힘겨운 출발을 보이던 4월 말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결국 시즌이 끝나면 다저스가 NL 서부지구 우승을 차지할 것”이라고 장담까지 하며 분위기 안정을 꽤하고 나섰으나 그의 장담에도 불구, 다저스는 승률 5할선 복귀조차 힘든 듯 했고 5월 중순에 6연패의 늪에 빠지면서 시즌 성적은 16승26패로 지구 꼴찌까지 떨어졌다. 쾌속 출발한 선두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는 벌써 9경기차가 벌어진 상황이었다. 게다가 5월 중순 들어 류현진, 커쇼, 마에다가 계속 부상으로 쓰러지면서 다저스의 시즌 전망이 회복 불능 쪽으로 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마저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시계를 한 달 반 정도 앞으로 돌려보면 지금 현재 다저스는 50승42패의 성적으로 어느새 NL 서부지구 1위로 복귀했다. 현지시간 12일 낮에 벌어진 경기에서 애리조나가 콜로라도에 패하면서 51승43패를 기록하면서 다저스는 올해 처음으로 애리조나를 승률에서 0.001 차로 추월해 지구 1위가 됐다.(다저스-샌디에고전 열리기 직전 상황) 로버츠 감독이 시즌이 끝나면 다저스가 지구 우승을 할 것이라고 장담했지만 다저스는 전반기도 지나기 전에 1위로 돌아오는데 성공한 것이다.

거의 만신창이가 됐던 팀이 전반기가 지나기도 전에 선두자리를 되찾는 것을 보면서 새삼 다저스의 저력을 실감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팀의 선발투수 대부분과 주전 내야수 대부분이 DL에 올랐지만 ‘이 대신 잇몸’이 아니라 또 다른 치아를 이식시켜 팀이 매끄럽게 굴러갈 수 있도록 두텁게 선수층을 구축한 다저스 수뇌부에 찬사가 나오고 있다.


다저스의 이런 컴백에 절대적 역할을 한 선수 중 하나가 맥스 먼시(27)다. 위태롭게 흔들리던 다저스호를 구해낸 선수라고 해도 될 정도다. 마치 “Help!" 소리를 듣고 어디선가 홀연히 나타나 ‘슈퍼 히어로”처럼 다저스를 구해낸 것 같다.

지난 2015년과 2016년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에서 2년간 총 96경기에 출전한 먼시는 타율 0.195, 5홈런, 17타점이라는 초라한 성적을 남겼고 2017년 스프링캠프에 초청선수로 참가했다가 방출된 뒤 다저스와 마이너계약을 맺었다. 그리고 지난해 전체를 트리플A 오클라호마시티에서 보냈다. 트리플A에선 타격 슬래시라인 0.309/0.414/0.491를 기록하는 좋은 모습을 보였지만 다저스에는 그가 설 자리가 없었다. 올해 스프링 캠프에도 초청선수로 참가했지만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무명의 선수 중 하나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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맷 켐프 /AFPBBNews=뉴스1


하지만 다저스 수뇌부는 지난해 트리플A에서 완전히 달라진 모습으로 변모한 먼시를 염두에 두고 있었고 다저스가 초반 흔들리자 4월17일 그를 빅리그로 콜업했다. 하지만 그가 본격적으로 시동을 거는 데는 시간이 필요했다. 먼시는 4월동안 32타석에서 삼진 12번을 당하며 타율 0.207로 무겁게 출발했다. 지난해 마이너에서 올라온 벨린저가 오자마자 홈런을 펑펑 때려낸 것과는 달랐다.

하지만 그는 5월부터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홈런을 5방이나 때려내며 타율을 0.261까지 끌어올렸고 6월 들어선 한달동안 10홈런을 때리며 0.289/0.465/0.711의 맹타를 휘둘러 단숨에 다저스의 최고 타자 위치로 올라섰다. 이미 시거가 비운 팀의 2번타자 자리를 꿰찬 먼시는 홈런, 출루율, 장타율 등 상당수 부분에서 팀내 1위를 달리고 있다.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는 “맥스가 좋은 타자인 줄은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정말 아무도 몰랐을 것”이라면서 “지금 그는 메이저리그 최고의 타자다. 누구라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일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커쇼의 찬사가 동료인 먼시에 대해 약간의 프리미엄이 붙은 것일 수도 있지만 기록을 살펴보면 그의 말이 과장만은 아님을 알 수 있다. 올해 최소한 230타석이상에 나선 선수 중 먼시의 OPS(1.030)는 무키 베츠(보스턴 레드삭스, 1.114)와 마이크 트라우트(LA 에인절스, 1.076)에 이어 메이저리그 전체 3위다. 먼시가 올해 전까지 메이저리그 통산 타율이 2할도 안됐던 선수라는 점을 생각하면 경이적인 일이다.

흔들리던 다저스에 이런 선수를 수혈한 앤드루 프리드먼 사장과 파한 자이디 단장의 혜안에 탄성이 나오지만 사실 그들도 먼시가 이렇게까지 해주리라곤 기대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가 뛰어난 선수가 될 잠재력이 있고 과거와는 완전히 달라질 수 있는 타자라는 것을 파악한 것은 분명하다.

프리드먼과 자이디가 다저스의 선수층을 두텁게 구축했다는 것은 바로 먼시처럼 아무도 예상치 못했던 원석 다이아몬드 같은 선수가 계속 등장하고 있다는 것에서 알 수 있다. 지난해는 바로 크리스 테일러가 그런 선수였다. 그 역시 지난 2016년 시애틀 매리너스에서 사실상 거저 얻다시피 한 선수다. 이처럼 프리드먼과 자이디는 숨겨진 보석도 찾는 작업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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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저스의 앤드류 프리드먼 사장. /사진=뉴스1


물론 올해 다저스의 놀라운 컴백을 전부 다저스 수뇌부 탁월함 때문이라고 돌릴 수는 없다. 당연히 운도 따라줬다. 먼시와 함께 다저스의 타자 중 공헌도 최고를 다투는 매트 켐프는 사실 원해서 데려온 선수도 아니었다. 실제로 트레이드 후 “재정적인 이유로 단행한 트레이드”라고 고백까지 했다. 사실상 버리려고 데려온 켐프가 MVP급 활약을 하는 선수로 변신한 것은 프리드먼과 자이디로서는 먼시와 함께 행운이 넝쿨째 굴러온 것이라고 밖에 할 수 없다. 아무리 정확한 평가와 판단에 근거한 결정도 예기치 못한 불운을 만나면 바보짓처럼 보일 수 있는데 그런 점에서 프리드먼에겐 행운이 따라주는 것 같다.

또한 시즌 초반 신나게 순항하던 애리조나가 갑자기 흔들리기 시작한 것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올해 첫 9차례 시리즈를 이기며 쾌속 항진하던 애리조나는 5월초 다저스와 4연전에서 첫 두 경기를 따내며 10연속 시리즈 승리의 역사를 쓰는 듯 했으나 다저스는 다음 두 경기를 이겨 시리즈를 2-2로 비기며 애리조나의 시리즈 연승행진을 멈춰 세웠다. 그리고 그 이후 애리조나는 초반 메이저리그 최고승률로 승승장구하던 모습을 완전히 잃어버렸다.

애리조나는 5월 초순부터 하순까지 2승15패라는 곤두박질을 한 끝에 승률 5할선까지 추락했다. 셸비 밀러, 로비 레이, 타이완 워커 등 선발투수들이 차례로 DL로 떨어졌고 이중 워커는 토미 존 수술을 받게 돼 시즌을 마감했다. 설상가상으로 팀의 최고타자이자 센터필더인 A.J. 폴록도 왼손 엄지손가락 골절상으로 한동안 DL신세를 졌다. 다저스와 비슷한 모습이지만 두터운 선수층을 보유한 다저스가 그런 충격을 흡수할 수 있었던 반면 애리조나는 그럴 힘이 없다는 것이 분명해지고 있다.

독주하던 애리조나가 주춤하자 잠시 콜로라도 로키스가 NL 서부지구 선두로 올라섰다가 오래 버티지는 못하고 떨어진 뒤 애리조나는 다시 힘겹게 리드를 되찾았지만 결국은 묵직하게 치고 올라온 다저스에게 추월을 허용하고 말았다.

다저스의 저력이 입증된 데다 일단 바닥까지 내려갔다가 돌아왔기에 이젠 쉽게 떨어질 것 같지 않다. 로버츠 감독이 4월말에 했던 장담은 현실이 실현될 것이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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