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박화영', '엄마'라 불리는 불량소녀의 지독한 생존기

김현록 기자 / 입력 : 2018.07.12 17:00 / 조회 : 6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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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화 '박화영' 포스터


"니들은 나 없으면 어쩔 뻔 봤냐?"

푸짐한 몸집, 호탕한 웃음, 살벌한 욕설을 장착한 18세 소녀 박화영(김가희 분)은 입버릇처럼 '나 없으면 어쩔 뻔'을 달고 다닌다. 그녀의 집은 가출 청소년들의 아지트. 아이들은 박화영을 '엄마'라 부르며 그 집에서 라면을 먹고 담배를 피우며 잠을 잔다. '엄마'를 자처하며 궂은일을 도맡는 박화영은 그중에서도 무명 연예인인 미정(강민아 분)과 특별한 관계다. 무자비한 남자친구 영재(이재균 분)를 등에 업고 여왕 노릇을 하는 미정은 살갑게 굴면서도 정작 화영이 자기 때문에 수모를 당할 땐 못 본 척하지만, 화영은 '진짜 엄마 해달라'는 미정을 위해서라면 못할 게 없다. 영재가 미정 몰래 다른 가출소녀 세진(이유미 분)과 사귀는 걸 알게 된 화영은 견딜 수 없는 상태가 된다.

영화 '박화영'(감독 이환·제작 명필름랩)이 포착한 10대 가출팸의 세계는 생생하고도 섬뜩하다. 판타지가 스민 '꿈의 제인' 속 가출팸과는 또 다른 느낌이다. 학교와 사회가 품지 못한 아이들은 저만의 언어와 관계로 이뤄진 세상을 산다. 담배를 피우고 욕설을 퍼붓고 섹스를 하면서 세상과 타인을 비웃고, 만만하면 이용해 먹고 틈이 보이면 밟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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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화 '박화영' 스틸컷


약육강식의 정글을 기어이 묘사해 가며 영화가 보여주려 하는 건 타이틀롤이기도 한 소녀 박화영과 그녀를 둘러싼 관계들이다. 교사는 물론 경찰에게도 패악을 부리는 박화영은 언듯 봐도 답 없는 불량소녀다. '박화영'은 언듯 봐선 알 수 없는 그 소녀의 속내를 집요하게 쫓는다. 그녀는 '엄마'에게 받지 못한 애정을 '엄마'라는 이름으로 남에게 쏟는다. '엄마'로서 희생을 요구받고 또 희생당하기도 한다. 허나 무리에는 끼지 못한 채 상습적인 폭력에 시달린다. '엄마'라는 호칭엔 박화영의 낮은 자존감과 지독한 외로움, 기이한 애정이 함축돼 있다. 애정결핍을 헌신으로 해소하려는 그녀는 이용하기 부담 없는 정글의 최하위 먹이사슬일 뿐이다. 더한 비극이 닥치는 건 시간문제다.

'박화영'은 영화 '똥파리'로 깊은 인상을 남겼던 배우 출신 감독 이환의 첫 장편 연출작이다. 가출팸을 소재로 삼았던 단편 '집'의 테마를 장편으로 확장하며 오랜 시간 실제 10대들을 만나 보고 들은 것들을 영화에 반영했다. 이환 감독은 '하이퍼 리얼리즘'이란 단어로 '박화영'을 설명하며 "불편할 수 있지만 이것이 진짜"라고 강조했다. "보기 싫은 것을 보여주고 이야기하고 싶은 것을 이야기해야 한다"는 감독의 의지가 '박화영'엔 고스란히 담겼다.

진짜 같은 배우들은 진짜를 향한 독한 연출에 힘을 싣는다. 6개월의 캐스팅 과정을 거쳐 합숙까지 해 가며 인물에 접근해갔다는 젊은 배우들은 현실에서 튀어나온 듯한 모습으로 이것이 과장 없는 현실임을 설득해 낸다. 몸무게 20kg을 불렸다는 박화영 역의 김가희는 단연 발군이다. 강민아, 이재균, 이유미도 눈여겨볼 얼굴들이다.

개봉 7월 19일. 러닝타임 99분. 청소년관람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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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화 '박화영'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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