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화영', 엄마라 불리는 소녀의 지독한 현실(종합)

김현록 기자 / 입력 : 2018.07.1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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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환 감독, 배우 강민아, 김가희, 이유미, 이재균이 11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극장에서 진행된 영화 '박화영' 언론시사회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김창현 기자


'엄마'라 불리는 소녀의 지독한 현실 이야기, 영화 '박화영'이 온다.

11일 오후 서울 대한극장에서 영화 '박화영'(감독 이환·제작 명필름랩)의 언론배급시사회가 열렸다. 이어진 기자간담회에는 이환 감독과 배우 김가희, 강민아, 이유미, 이재균이 참석했다.


'눈발', '환절기'에 이은 명필름랩의 3번째 작품인 영화 '박화영'은 가출 청소년들로부터 엄마라고 불리는 소녀, 하지만 정작 그 무리에는 끼지 못하는 소녀 박화영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폭력적인 10대 가출팸의 현실 속에서 기형적인 관계에 집착하며 모든 것을 내어주는 소녀의 이야기가 지독하게 그려졌다.

주인공 박화영 역을 맡아 몸무게 20kg을 늘려가며 열연을 펼친 배우 김가희는 김가희는 "처음 5kg 정도는 힘들었다. 살 찌는 것도 굉장히 힘들다 했다. 도로 돌아오더라"라면서 "그런데 찌기 시작하니까 멈출 수가 없더라"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김가희는 "외형적인 완성도도 완성도지만 심리적으로 박화영에게 다가갈 수 있었다. 지하철을 타도 사람들이 보는 시선이 달라지더라. 그렇게 박화영에게 다가간 것 같다"고 전했다.


그는 "참으면서 사는 성격이다. 언제 한 번 그렇게 욕을 해보겠나. 한을 풀었다"라며 "연기가 너무 하고 싶었다. 기회가 주어지지 않아 '원없이 연기하게 해 주세요' 했는데 이런 작품이 들어왔다. 원 없이 했다"고 환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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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영화 '박화영'의 김가희, 강민아, 이재균, 이유미 / 사진=김창현 기자


남자친구를 등에 업고 가출 청소년들 사이에서 여왕 노릇을 하면서 박화영을 이용하는 아이 은미정 역을 맡은 강민아는 "이중적인 캐릭터에 도전해본 적이 없어 너무너무 하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3차 오디션에서야 전체 대본을 보고 나니 떨어질 수 없겠다는 생각을 했다는 강민아는 "나 원래 은미정이랑 비슷한 사람이야 라는 느낌으로 더 말을 틱틱, 도도하게 했다"고 오디션 뒷이야기를 전했다.

이어 "은미정이라는 캐릭터를 잘 표현해내지 않으면 서로의 관계가 잘 보이지 않을 것 같아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컸다. 부담이 됐다"고 털어놨다.

극중 박화영을 끈질기게 괴롭히는 가출 청소년 영재 역으로 열연한 이재균은 "나는 영재랑 정말 다른 사람이라고 오디션 때부터 이야기를 했다. 영재같은 사람이 있으면 안된다"면서 "하루종일 사람을 괴롭히는 상상, 어떻게 괴롭혀야 더 고통스러울까 하는 상상을 하다보니 자다가 오한이 들더라. 쉽지 않더라. 마음을 악하게 하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고 밝혔다.

이재균은 "영화를 찍고 눈빛이 달라졌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며 "시비 거는 것 같다는 사람도 있고, 오디션 갔다가 오기 싫은데 왔냐는 이야기도 들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반전의 가출 소녀 세진 역을 맡아 신스틸러 역할을 톡톡히 해낸 이유미는 "이번에 영화를 찍으며 처음 담배를 피워 봤다. 힘들었다"면서 "몸에 안 맞는 것 같았다. 한 번 피우니까 코피도 나고 먼지가 맴도는 것 같았다"고 고충을 전하기도.

이유미는 "'박화영'의 배우들을 기억해주셨으면 좋겠다. 모두 잘돼서 오래오래 세월이 지나도 다시 찾아보고 싶은 영화로 기억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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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박화영'의 이환 감독 / 사진=김창현 기자


미쟝센단편영화제에 출품했던 단편 '집'을 발전시켜 장편 '박화영'을 선보인 이환 감독은 '똥파리'에서 깊은 인상을 남겼던 배우 출신. 이환 감독은 '집'을 찍었을 때는 18살 소녀가 혼자 사는 집을 가지고 있고 거기서 은유적인 것을 표현했다면 '박화영'은 인물 중심의 캐릭터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생각해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또 "이런 아이들, 이런 캐릭터, 이런 사연을 가진 친구들이 없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관심을 갖지 않거나 보지 않거나 보이지 않았을 뿐"이라면서 "10대 소녀에게 '엄마'라는 두 글자를 씌워주고 그걸 극복해나가는 성장의 드라마를 사회적인 구조로 만들어보고 싶었다"고 밝혔다.

욕설과 흡연, 폭력이 난무하는 10대 가출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적나라하게 담아 낸 이환 감독은 "이 영화는 기본적으로 '하이퍼 리얼리즘'이라는 모토를 가졌다"며 실제 10대들을 관찰하고 인터뷰하면서 보고 느낀 바를 가감없이 보여주려 했다고 말했다. 그는 "있는 것을 솔직하게 보여주고, 보기 싫은 것도 보여주고 이야기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10대 영화에서 그것을 미화시키고 눈치보고 멈추는 것이 진정성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면서 "보기 싫은 것을 마주하려 했다"고 강조했다.

'박화영'은 지난 부산국제영화제에 이어 서울독립영화제, 최근 개막한 뮌헨국제영화제 등에서 연이어 주목받다 드디어 개봉을 확정하고 관객과 만남을 앞뒀다. 영화는 오는 7월 19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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