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인터뷰] 이준익 "'변산' 박정민에 기대서 찍었다"

전형화 기자 / 입력 : 2018.07.04 10:38 / 조회 : 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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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익 감독/사진제공=메가박스플러스엠


이준익 감독이 돌아왔다. 이번에는 사극이 아닌 현대물이다. 힙합이다. 이 힙합이 촌스럽다. 촌스럽고 오그라들며 따뜻하고 유쾌하다. 이준익표 고향 힙합이다.

4일 개봉한 '변산'은 유명 래퍼를 꿈꾸며 오디션 프로그램에 계속 도전하던 청년 학수가 아버지가 위독하다는 소식에 9년만에 고향 변산에 돌아가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영화. 청춘을 향해 꼰대 같은 설교가 아닌 유쾌하게 한바탕 웃고 즐기는 난장을 펼쳤다. 이준익 감독에게 '변산'에 대해 물었다.

-'변산'은 왜 했나.

▶4년 전 제안을 받았다. 그때는 무명배우 이야기였다. 시나리오를 읽으니 나와 정서는 맞지만 이야기가 올드하다고 느꼈다. 안 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조철현 타이거픽쳐스 대표가 이건 꼭 해야 하는 영화라고 강하게 권유했다. 그래서 같이 각색을 하다가 무명배우 이야기인 '럭키'가 나와서 그냥 접었다. '박열'을 끝내고 나니 자꾸 '변산'이 떙겼다. 시나리오에 있는 "내 고향은 폐향"이라는 시가 계속 생각이 났다. 스태프들에게 무명배우를 래퍼로 바꾸면 어떻겠냐고 했더니 다들 좋다고 하더라. 그렇게 시작했다.

-왜 코미디와 힙합이었나. 힙합을 잘 몰랐을텐데.

▶일단 '변산'을 하면서 첫번째는 코미디가 있어야 하고, 두 번째는 내가 음악영화에 미련이 많다. 랩이나 힙합은, 알고 모르는 건 백지장 차이라고 생각했다. 랩을 모르면 알려고 노력하면 되고. 내가 다 알아야 할 필요도 없다. 내 역할만 잘 하면 되니깐. 랩은 박정민과 얀키에게 맡겼다. 내 역할은 각자가 능력을 발휘하도록 받침이 되는 것이었다.

아니, 뭐 랩은 '왕의 남자'에서 장생이 한 것도 일종의 랩 아니냐. 자신의 이야기를 시대와 시류에 맞게 토해내는 것이고 그게 지금의 랩이라고 생각했다.

-'변산'은 뻔한 이야기다. 도시에서 외롭고 고단한 청춘이 고향에 가서 위로받는다는. 아버지와 관계도 도식적이다. 그런 뻔한 이야기를 어떻게 다르게 전하려 했나.

▶뻔한 이야기에 톤앤매너도 뻔하다. 그렇기에 이 영화 속 인물들을 위선적이지 않도록 했다. 위악적이게 했다. 아무도 친절하지 않다. 구박하고. 그러면서 등을 두들겨주고. 그런 모습이 새로울 것이라 생각했다. 또 하나는 코미디다. 코미디는 꼭 하고 싶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식 코미디를 하고 싶었다. 시츄에이션 코미다. 그렇게 촌스러움의 미학을 담고 싶었다.

-촌스러움의 미학이기도 하지만 오그라드는 부분이 분명 있는데.

▶많이 고민한 지점이지만 취향의 문제일 수 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어떤 사람에겐 그게 오그라들겠고, 어떤 사람에겐 그냥 받아들이며 웃을 수 있는.

-60대를 바라보는 감독이 청춘 영화를 만들면, 설교하고 강요하는 꼰대 같은 시선이 담기기 마련이다. '변산'에는 그런 시선이 거의 없는데.

▶꼰대처럼 보일 염려는 별로 안했다. 나 스스로가 청춘과 꼰대의 경계가 없는 사람이니깐. 영화란 게 감독의 무의식 반영이니깐. 주책이라면 모를까. 그간 소 뒷걸음 치다가 운좋게 쥐를 자주 밟았다. '사도'와 '동주' '박열'이 그렇게 사랑을 받았다. 그래서 이번에는 하고 싶은 대로 내 무의식과 욕망을 마음껏 투영했다.

-젊어서 막 살았던 아버지가 죽음을 앞둔 가운데 절연했던 아들과 화해한다는 게 '변산'의 또 다른 축인데. 통속적이고 뻔한 이야기인데.

▶무의식의 고백이다. 그것이 이준익의 꼰대성이다. 인정한다. 모든 관계를 화해로 풀어내 마무리하는 걸로 굳어진 게 아닌가 의심하기도 한다. 그래도 학수가 용서를 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던 것 같다. 용서를 해봐야 용서를 받을 수 있는 법이니깐. 그래서 대사에 탈무드의 "잘 사는 게 복수다"라는 걸 넣기도 했다.

-대도시에서 힘든 삶을 살던 사람이 고향에서 위로받는다는 건 일종의 고향 판타지인데. 이 고향 판타지가 젊은 관객들에게 반응이 좋던데. 시골을 고향으로 보낸 기억이 거의 없는 세대들이라 그런 반응이 의외던데.

▶어쩌면 현실에 없어서 그럴 수 있을 것 같다. 결국 판타지에서 위안을 받는 법이니깐. 영화는 판타지를 전하는 것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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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익 감독/사진제공=메가박스플러스엠

-왜 변산을 주무대로 했나.

▶시나리오를 쓴 김세겸 작가 고향이 변산이다. 그래서 "내 고향은 폐향. 내 고향은 가난해서 보여줄 게 노을 밖에 없네"란 대사가 나왔다. 그런데 변산에는 그런 폐향을 보여줄 수 있는 장소가 이제는 없더라. 폐향을 바라볼 수 있는 영화 속 언덕도 없고. 그래서 로케이션을 많이 고민했다.

변산의 변은 변두리 변자다. 변방의 끝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쇼 미 더 머니'처럼 구체적인 욕망이 드러나는 서바이벌 프로그램과 만나 극과 극에서 오는 정서적인 교감을 주고 싶었다. 영화감독이란 게 구라꾼이다. 이런 구라로 어떻게 관객과 교감할 수 있느냐가 중요했다.

-엔딩 크레딧에 군무가 쿠키영상으로 올라가는데.

▶예전부터 갖고 있던 영화적인 판타지다. '황산벌' 때도 그렇게 군무를 하고 싶었는데 배우들이 반대가 심했다. 영화가 쌓은 감정선이 무너질 수 있다고 다들 반대해서 포기했다. 이번에는 영화 톤과 맞을 것 같아서 밀어붙였다. 갯벌 장면에서도 교가는 빼자는 말들이 많았다. 그래도 넣었다. 교가가 잊고 있던 감정적인 정서를 환기할 것이라 생각했다. 이제는 고향에 대한 기억을 환기할 수 있는게 별로 없다. 아파트가 올라가고 건물이 들어서고. 그래서 교가를 그 장치로 삼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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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익 감독과 '변산' 주인공 박정민/'변산' 스틸

-박정민을 '동주'에 이어 '변산'에 주인공으로 캐스팅한 이유는.

▶박정민은 인간적인 친구다. 실력도 엄청 좋고. 내 친구다. 싸가지 없는 모습을 연기적으로 맛있게 표현하는 친구다. 그런 모습이 '변산'과 딱 맞을 것이라 생각했다.

-박정민을 고향으로 이끄는 선미 역에 김고은은 어땠나.

▶김고은은 할머니가 안에 있는 느낌이다. 물어봤더니 정말 어릴 적에 외할머니랑 광주에서 같이 살았다고 하더라. 여러 관계에서 폭넓은 균형감각을 갖고 있는 친구다. 다른 배우들보다 첫 촬영이 늦어 늦게 합류했는데도 정말 잘 녹아들고 분위기를 이끌었다. 이미 앞에서 스태프랑 배우들이 호흡을 맞춰 다 친한 환경에 홀로 늦게 와서 그렇게 할 수 있다는 건 그 나이에 쉬운 일이 결코 아니다. 스스로 다른 모습을 보여주려 살도 찌웠다.

-박정민이 랩을 직접 썼는데. 모험이었을텐데.

▶모험이다. 모험이 좋다. 기대 이상을 해냈다. 박정민에게 많이 기대서 찍었고.

-랩 공연이 한편으론 현장성이 좀 떨어지던데.

▶고민을 했다. 녹음기사도 랩 공연을 최대한 현장성을 담으면 어떨까란 제안을 하기도 했고. 그런데 현장성보다는 리스링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관객에게 정확한 랩 가사를 전달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쇼 미 더 머니' 타이틀과 영상 허락은 어떻게 구했나. '변산'은 메가박스 영화고 '쇼 미 더 머니'는 CJ E&M 프로그램인데.

▶스태프들이 노력을 많이 했다. 영상과 소품, 타이틀까지 몇 천만원 정도 든 것 같다. 소품까지 그대로 사용했다.

-선미(김고은)의 친구로 나오는 미경(신현빈) 캐릭터는 감독의 낡은 여성관이 반영된 것 같은데. 다른 남자배우들과 달리 외모로 캐릭터를 구현하는 방식이.

▶음...주체성이 있는 캐릭터라고 생각했다. 음..어쩔 수 없는 내 안의 아재가 드러난 것 같다. 거기까지는 솔직히 생각을 못했다. 반성한다.

-그래서 아버지 또는 윗세대와 젊은 세대가 화해하라는 게 이 영화가 전하는 바인가.

▶이 영화는 그 경우가 맞다. 아버지가 먼저 용서를 구한다. 용서를 할 줄 알아야 용서를 받을 수 있다는 건 학수에게 내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다. 하지만 이 이야기를 모든 경우로 일반화할 수는 없다. 각자 아버지와 아들 관계가 다르고, 윗세대와 젊은 세대 관계가 다른데. 무조건 용서를 강요하는 건 폭력적이다.

-'사도'부터 '동주' '박열' '변산'까지 쉼없이 달렸는데. 차기작도 바로 하나.

▶프로젝트는 여러 개가 있는데 잘 모르겠다. 1년에 한 편씩 영화를 만들다보니 피로도가 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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