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선무비]'여중생A', 웹툰 이상의 뭔가가 필요해

김현록 기자 / 입력 : 2018.06.23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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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여중생A' 포스터


영화 '여중생A'를 말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동명의 원작 웹툰일 겁니다. 간결하지만 섬세한 심리 묘사를 담아낸 이 독특한 성장담은 연재 내내 조용하지만 뜨거운 공감을 자아냈습니다. 가난하고 불우한 집안 환경에서 자란, 예민한 왕따 소녀 미래, 그리고 미래를 둘러싼 사람들의 이야기를 사실적으로, 하지만 담담히 묘사한 원작은 다시 보아도 매력이 상당합니다. 미래 같은 시간을 보내지 않은 사람에게도 진한 공감을 끌어내는 힘이 있습니다. 그런 허5파6 작가의 웹툰 '여중생A'는 영화 '여중생A'의 최고 매력포인트이자 최대 경쟁자이기도 할 겁니다.

네이버 웹툰이 처음 직접 제작에 나선 '여중생A'는 그런 원작에 대한 최대한의 예우를 갖추려 하는 모습입니다. 방대한 분량을 쳐내고 축소하면서 주인공 미래, 그리고 게임으로 만난 랜선친구 재희, 미래의 학교생활을 주축으로 원작의 기본 줄거리를 따라갑니다. 가정과 많은 팬들이 사랑했던 원작 속 명대사도 꽤 여럿 그대로 들려줍니다. 나의 인생 웹툰 속 명대사가 살아 움직이는 배우의 목소리로 들려오는 건 퍽 감동적인 경험입니다.


하지만 미래 외에 백합과 노란, 미래의 어머니와 선생님 등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가 대거 사라져버린 채 원작의 매력을 스크린에 옮기는 게 쉬울 리 없습니다. 더욱이 원작 '여중생A'에서 미래가 혼자가 아니라 주위의 여러 사람들과 조금씩 함께 성장하는 과정이 큰 감동과 공감의 포인트였습니다. 사라져버린 주변의 캐릭터들 탓에 주인공들의 매력도 줄어듭니다. 원작의 영화화 자체가 감격적이지 않은 이들에겐 불쑥 튀어나오는 문어체 명대사, 실사로 구현한 게임 속 세상, 급작스러운 결말이 작위적으로 다가오기도 하고요.

영화 '여중생A'는 절망과 우울, 불우한 환경과 은밀한 왕따 속에 숨죽여 지내는 여중생 소녀의 이야기를 따뜻하게 그려낸 영화입니다. 미래 역 김환희와 백합 정다빈, 노란 정다은 등 어린 배우들의 매력도 풋풋합니다. 스크린에서 오랜만에 만난 10대의 이야기가 반갑기도 합니다. 하지만 웹툰과 매력 대결을 벌이기엔 아쉬움이 있습니다. 인기 원작의 영화화엔 득과 실이 따른다지만, 영화화 자체를 넘어서는 영화만의 매력을 갖춘 작품을 보고 싶은 게 모든 관객의 마음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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