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나와 봄날의 약속', 이상한 이야기로 아름다움 추구

이성봉 기자 / 입력 : 2018.06.26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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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화 '나와 봄날의 약속' 스틸컷


"어차피 다같이 망하니까 아름답게 망하자"

영화 '나와 봄날의 약속'의 대본을 쓰고 직접 연출한 백승빈 감독이 한 말이다. 지구의 종말에 대한 감독의 생각이자 이 영화가 추구하는 방향이기도 하다. 어차피 다 망할 인간들이 생일을 맞았다. 이들에게 외계인들이 생일 선물을 건네주는 이야기는 다소 황당하지만 한국영화에서는 볼 수 없었던 색다른 맛을 낸다.


영화는 요구르트 아줌마(이혜영 분)와 아이디어가 필요한 영화감독 이귀동(강하늘 분)의 우연한 만남으로 시작된다. 이귀동은 숲 속에서 홀로 자신의 생일을 축하하던 중 요구르트 아줌마와 그 일행을 만나 직접 쓴 외계인에 대한 시나리오를 소개한다.

영화는 액자식 구성으로 이귀동이 소개하는 시나리오가 영화의 큰 틀이다. 시나리오에는 정체가 불분명한 옆집 아저씨(김성균 분)와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는 16살 소녀 이한나(김소희 분), 자유로운 영혼의 대학 후배(이주영 분)과 일탈이 필요한 가정주부 고수민(장영남 분), 불치병으로 시한부 인생인 여대생(송예은 분)과 모태솔로 50대 대학교수 전의무(김학선 분)가 등장한다.

정말 이상한 외계인 영화다. 지구종말을 다루고 있는데 왜 종말이 오는지 어떻게 오는지 조금도 알려주지 않는다. 외계인에 대한 이야기마저 첫 장면과 마지막 장면에 잠깐 언급될 뿐이다. 외모 또한 전혀 외계인이 아니다. 인간의 모습으로 등장한 이들은 특별한 능력도 없고 전부 한국말을 한다. 외계인이라고 알려주지 않으면 그저 조금 독특하고 비범한 사람 정도로 여겨질 캐릭터들이다.


그런 점에서 최근 개봉한 한국영화들과는 완전히 다르다. 요 몇년 동안 공장에서 찍어낸 기성복 같은 영화들이 줄지어 개봉했다. 이 가운데 '나와 봄날의 약속'은 신선한 충격이면서도 신인 감독의 참신함과 도전 정신이 빚어낸 괴작이자 문제작이다.

때문에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릴 수 밖에 없다. 영화는 독특한 시선과 화법이 일관되게 이어지면서 자신의 색깔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하지만 '독창적이다' '신선하다' '창의적이다' 등의 수식어에는 항상 '낯설다' '불편하다'는 표현이 함께 붙어다니지 않는가. 영화 전개 또한 불친절해서 마음 편하게 보기는 어렵다.

배우들의 연기는 불편하지 않다. 자연스럽다. 베테랑 배우 이혜영, 김성균, 장영남부터 신예 이주영, 김소희 그리고 강하늘까지 이 이상한 이야기에도 찰떡같이 연기하는 배우들을 보면 감탄이 나온다.

결국 '나와 봄날의 약속'은 '이상한' 이야기로 '아름다움'을 추구한다. 이 조합하기 어려운 단어처럼 영화는 어울려본 적 없는 외계인과 지구인이 뒤섞이는 과정을 보여준다. 4명의 외계인들과 만난 지구인들이 모두 결핍이 있다는 설정이 이를 뒷받침한다.

다시 말하면 이 영화는 이상하게 아름다울 수도, 아름다운데 이상할 수도 있다. 대부분의 영화에서 해피엔딩인 내용이 결말에 나온다. 이는 지구종말을 앞둔 이들에겐 행복일 수 있다. 반면 새드엔딩으로 보이는 장면이 등장하는데 이 또한 지구종말이 이어지면서 절대적으로 슬프다고 말하기 어렵다. 외계인이 건네는 선물이 지구인에게 행복인지 불행인지 관점에 따라 달리 보인다.

각도에 따라 다르게 보이는 괴상한 작품 '나와 봄날의 약속'을 기성복 같은 한국영화에 질린 이들에게 추천한다.

6월28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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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화 '나와 봄날의 약속'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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