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 김의 NBA산책] '슈퍼팀' 위한 무한 군비경쟁 어떻게 봐야 될까?

댄 김 재미 저널리스트 / 입력 : 2018.06.22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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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오프시즌에서 클리블랜드를 떠날 것으로 보이는 르브론 제임스의 거취가 관심을 모은다. / 사진=AFPBBNews=뉴스1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가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에 4연승을 거두고 지난 4년 만에 3번째로 NBA 정상에 오른 것은 소위 ‘슈퍼팀’의 전성시대를 연 것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와 함께 과연 다음에 등장할 슈퍼팀이 어떤 팀이 될 것이냐에 관심이 쏠리며 갖가지 시나리오들이 등장하고 있다.

그리고 그런 여러 시나리오들의 핵심에는 이번 오프시즌동안 클리블랜드를 떠날 것으로 예상되는 르브론 제임스가 과연 어떤 선택을 하느냐가 놓여 있다. 르브론이 아무 팀에나 갈 리가 없고 그가 가는 팀은 단숨에 우승후보 대열로 올라서기에 그의 향방에 따라 또 다른 ‘슈퍼팀’이 탄생할 것이라는 것이다.


LA 레이커스가 FA시장에서 르브론과 폴 조지를 데려오고 샌안토니오 스퍼스에서 카와이 레너드를 트레이드해와 ‘빅3’ 라인업을 구축할 것이라는 설도 그중 하나다. 그게 과연 팀 샐러리캡 시스템에서 산술적으로 가능한 시나리오인지조차 분명치 않지만 일단은 샌안토니오가 그 설에 확실한 제동을 걸었다. 레이커스가 레너드 트레이드에 관심을 표명하며 운을 떼자 “그 일이라면 아예 말도 꺼내지 마라”고 문전박대 식 퇴짜를 놨다는 보도가 22일 나왔다.

하지만 레너드의 상황은 워낙 예측불가라 아직까지 어떤 가설도 무시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더구나 이미 레이커스행을 원한다고 밝힌 레너드가 2019년 여름 프리에이전트가 되면 레이커스와 계약하겠다는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히고 그 약속을 바탕으로 르브론과 조지가 올해 FA 계약을 한다면 ‘레이커스 슈퍼팀’ 탄생이 시간문제가 될 가능성도 여전히 살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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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와이 레너드. / 사진=AFPBBNews=뉴스1



그렇다면 최근 NBA를 휩쓸고 있는 ‘슈퍼팀’ 현상을 과연 어떻게 봐야 할까. 기본적으로 최근 등장한 슈퍼팀이란 말은 FA 계약과 트레이드 등 방법으로 같은 팀에 최소한 2명, 보통 3명의 슈퍼스타가 한 자리에 모인 팀을 말한다. 사실 이 ‘슈퍼팀’이라는 표현은 단순히 그 팀의 전력이 막강하다는 것만이 아니라 ‘우승을 위해 단기간에 모인 팀’이라는 뉘앙스가 포함돼 있다.

만약 어떤 팀이 장기간에 걸쳐 차곡차곡 선수들을 키웠는데 이들 가운데 3~4명이 슈퍼스타 레벨로 성장해 그 팀이 절대강호가 된 경우가 있다면 그런 팀은 여기서 말하는 ‘슈퍼팀’이라는 표현과는 맞지 않는다. 즉 우승이라는 공동목표를 향해 각자 다른 팀들을 이끌던 슈퍼스타급 선수들이 인위적으로 한 팀으로 모였을 경우에 사용하는 표현인 셈이다.

그리고 여기서 슈퍼스타란 기본적으로 한 구단을 혼자서도 플레이오프로 이끌 수 있는 톱 레벨의 선수를 말한다. 리그 MVP를 2회 수상한 스테판 커리와 4차례나 리그 득점왕에 올랐고 MVP도 1회 수상한 케빈 듀랜트가 한 팀에 모인 골든스테이트가 가장 대표적인 슈퍼팀의 예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슈퍼팀이 되려면 다른 조건들도 필요하다. 우선 그 스타들이 커리어 전성기에 있거나 전성기에서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선수들이어야 한다. 그리고 그들이 힘을 합쳐서 확실한 우승후보 전력을 발휘할 경우에만 진정한 슈퍼팀이라고 부를 수 있다. 만약 언론을 통해 공은 하나인데 그 공을 나눠가질 스타는 너무 많다는 이야기나 팀내 스타들의 궁합이 맞을 지를 걱정하는 기사가 나온다면 슈퍼팀이 될 수 있는 필요조건을 갖춘 셈이 된다. 물론 그런 팀이 결과를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무늬만 슈퍼팀일뿐 슈퍼팀의 충분조건은 충족시키지 못하는 것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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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조지. / 사진=AFPBBNews=뉴스1


사실 ‘슈퍼팀’이라는 말이 처음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르브론이 지난 2010-11 시즌을 앞두고 마이애미 히트와 계약, 드웨인 웨이드, 크리시 보시와 함께 ‘빅3’을 구축한 것에서부터라고 봐야 한다. 이들 빅3는 마이애미에서 4년 연속 NBA 파이널스에 진출, 이중 두 차례 우승을 차지하며 슈퍼스타급 선수들이 우승트로피를 위해 뭉치는 트렌드를 만들어냈다. 이어 고향팀 클리블랜드에 돌아온 르브론은 이번엔 카이리 어빙, 케빈 러브와 또 다른 ‘빅3’를 구축하며 또 4연속 NBA 파이널스에 진출해 한 차례 우승하며 ‘슈퍼팀’ 추세를 이어갔다. 물론 올해 가장 최근 클리블랜드 팀은 슈퍼팀이어서가 아니라 르브론의 하드캐리 덕에 결승까지 올라간 것이지만 일단 출발은 슈퍼팀에서 시작된 것이었다.

물론 이런 ‘슈퍼팀’ 현상을 르브론이 시작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 전에도 비슷한 움직임은 종종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슈퍼팀들의 본격적인 성공시대가 열린 것은 르브론의 마이애미 이적부터라고 생각할 수 있다. 물론 르브론은 지난해 자신이 슈퍼팀 트렌드를 시작했다는 말에 대해 “나는 슈퍼팀에서 뛰었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면서 “지금 우리 팀도 슈퍼팀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해 자신이 슈퍼팀 현상을 시작했다는 사실을 정면으로 부인한 바 있다.

그러나 르브론은 이런 슈퍼팀이 등장하는 현상에 대해서는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그는 “(슈퍼팀 현상은) 리그 전체에게 좋은 일”이라면서 “현재 TV 시청률과 리그가 올리는 엄청난 수입을 봐라. 또 선수들은 물론 팬들도 그 어느 때보다도 경기를 즐기고 있다”면서 “개인적으로도 드레이먼드와 클레이, 스텝(커리), K.D.(듀랜트)를 상대로 시리즈를 겨루는 것이 흥분된다”고 말했다.

물론 골든스테이트와 클리블랜드의 파이널 시리즈를 4년 동안이나 봐야 했던 나머지 팀들과 그 팀의 팬들은 그의 말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또 소위 슈퍼팀들이 돌연변이 괴물처럼 나타나 NBA의 자연스런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다는 비판도 계속되고 있다.

지난 2011년 NBA가 당시 뉴올리언스 호네츠가 팀의 간판스타 포인트가드 크리스 폴을 LA 레이커스로 트레이드하는데 합의한 것을 데이비드 스턴 커미셔너가 거부권을 행사해 무산시킨 것도 이런 비판에 기인한 것이었다는 것이 정설이다. 당시 NBA는 직접 트레이드 승인을 거부한 이유를 밝히지 않았지만 많은 사람들은 폴이 2000년대에 5번이나 우승을 차지한 레이커스로 가서 코비 브라이언트와 힘을 합칠 경우 너무 강한 ‘수퍼팀’이 탄생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특히 당시 클리블랜드 구단주 댄 길버트는 스턴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런 트레이드는 절대 승인돼서는 안된다”면서 트레이드를 거부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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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 폴/AFPBBNews=뉴스1


사실 당시 호네츠가 개인 소유가 아닌 NBA가 직접 소유하고 있었던 상황이고 호네츠를 매각해야 하는 리그 입장에서 폴이 로스터에서 빠질 경우 호네츠의 가치가 폭락할 것을 염려했다는 분석도 있었다. 하지만 NBA는 폴의 레이커스행 트레이드에 거부권을 행사한 뒤 이어 폴이 LA 클리퍼스로 가는 트레이드는 승인해 호네츠의 가치 폭락을 우려했다는 설은 설득력을 잃었다. 결국은 레이커스가 ‘슈퍼팀’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한 거부권 행사였던 셈이다.

하지만 슈퍼팀에 대한 이런 거부반응은 이제 상당히 사라진 느낌이다. 이미 많은 팀들은 이런 슈퍼팀의 폭발력을 직접 지켜보고 실감하면서 장기간에 걸친 팀 재건대신 할 수만 있다면 그 방식을 따라하려 하고 있다. 레이커스가 샌안토니오에 레너드 트레이드 의사가 있다는 것을 알렸다는 것은 레너드를 얻기 위해 팀의 핵심 영건 유망주들인 론조 볼/브랜던 잉그럼/카일 쿠즈마 가운데 2명과 드래프트 지명권까지 내줄 의사가 있음을 선언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미래의 스타들을 키우는 백년대계 정책 대신 단기간에 슈퍼팀을 구축하는 쪽으로 기운 것이다.

이미 올해 골든스테이트에 강력한 도전장을 냈던 휴스턴 로케츠는 제임스 하든과 크리스 폴을 앞세워 또 다른 슈퍼팀을 구축했고 레너드 트레이드에도 뛰어들 의사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스턴 셀틱스와 필라델피아 76ers 등도 르브론, 또는 카와이 영입전에 뛰어들어 슈퍼팀을 구축할 가능성이 있는 팀들로 꼽힌다. 그 외에는 여기저기에서 슈퍼팀을 향한 다양한 시나리오가 돌고 있다. 한마디로 지금 NBA는 슈퍼 파워들이 더 큰 슈퍼파워로 변신하기 위한 군비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셈이다. NBA의 올 여름은 이런 군비경쟁으로 그야말로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혼전이 펼쳐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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