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앤디 번즈 /사진=롯데 자이언츠 |
번즈가 드디어 살아났다. 두 손 들고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롯데는 마냥 웃기 힘들다. 번즈의 존재감이 너무 크다.
과장을 조금 보태면 롯데는 번즈가 없으면 야구가 안된다. 마땅한 대체자가 없다. 수비만큼은 리그 정상급을 다툰다. 타격감이 바닥에 떨어져 타율이 2할 초반에 전전할 때에도 번즈를 빼지 못했다.
때문에 번즈가 살아나길 전전긍긍 기다렸다. 퇴출설이 돌기도 했지만 조원우 롯데 감독은 진득하게 인내했다. 어쩌면 선택지가 그것 하나 뿐이었을지도 모른다. 이 시점에 번즈만한 2루수를 구할 수 없을 뿐더러 다른 포지션으로 교체했다가는 구성이 깨진다.
천만다행으로 번즈는 감을 찾았다. 예년보다 늦은 감이 있지만 롯데가 원하던 모습으로 돌아왔다. 최근 10경기 7홈런 타율 4할1푼7리다. 주말 3연전에 홈런 5개를 몰아쳤고 롯데는 SK전을 쓸어담았다.
하지만 시즌 끝까지 이렇게 칠 수는 없다. 항상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둬야 한다. 번즈의 사이클이 결정적인 순간에 다시 내려간다면 롯데는 사실 대책이 없다.
이는 센터라인에 외국인선수를 쓰는 구단의 공통적인 고민이다. 포수 용병은 없다고 보면 유격수와 2루수, 중견수 정도가 해당한다. 중견수는 외야 세 자리 중 하나라 비중이 높긴 해도 절대적인 수준은 아니다. 유격수와 2루수는 수비의 핵심이다. 확실한 주전은 물론 제 2, 제 3의 백업까지 보통은 준비 해놓는다. 헌데 그 자리가 용병이면 융통성을 발휘하기 어렵다.
나바로가 있었던 삼성, 고메즈가 있었던 SK의 사례가 있다. 센터라인 자원은 항상 풍부하게 갖춰놔야 한다. 국내 선수가 조금 부족한 면이 있더라도 경기에 내보내면서 경험을 쌓아 놔야 유사시에 대비할 수 있다. 나바로는 워낙 잘했기 때문에 오히려 후계자를 만들지 못한 삼성이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SK 또한 유격수 용병을 썼다가 아직도 수비 불안에 시달리는 중이다.
진짜 강팀은 선수 한 명의 빈자리가 눈에 띄지 않는다. 압도적인 1위 두산은 용병타자 없이 시즌을 치르는 중이다. 3위 LG 역시 외국인타자 가르시아가 부상으로 빠진지 두 달이 넘었는데 이겨내고 있다. 가르시아는 3루수다.
롯데 전력이 안정되기 위해서는 번즈 의존도를 줄이는 것이 급선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