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블 #미투 #위기론..키워드로 살핀 2018 상반기 韓영화 ①

[2018 상반기 한국영화 결산]

전형화 기자 / 입력 : 2018.06.19 10:35 / 조회 :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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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상반기 한국 영화계는 위기와 변화의 시기를 맞았다. 한국영화 점유율은 50%대 이하로 떨어졌다. 미투 열풍이 상반기 한국영화계를 휩쓸었으며, 극장요금 인상과 마블 영화 천하가 지속됐다. 키워드로 올 상반기 한국영화계를 되짚었다.

#마블 천하와 외화내빈

상반기 개봉한 한국 상업영화 중 극장 관객수만으로 손익분기점을 넘은 영화는 '독전' '그것만이 내세상' '곤지암' 지금 만나러 갑니다' '리틀 포레스트' 뿐이다. 그나마 '지금 만나러 갑니다'와 '곤지암'이 그간 사라지다시피 했던 한국 멜로영화와 공포영화 부활을 알린 게 위안이다.

반면 할리우드 영화는 '블랙팬서'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쥬라기월드: 폴른 킹덤' '데드풀2' '코코' 등이 바톤을 이어받아 흥행몰이를 이어갔다. 극심한 외화내빈 현상이 상반기 내내 지속됐다. 특히 마블영화는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1118만명)로 상반기 개봉작 1위, '블랙팬서'(539만명)으로 2위, '데드풀2'(377만명)가 5위를 기록할 만큼 위세가 등등했다.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는 번역 논란도 화제를 샀다.

한국영화가 뚜렷한 흥행작이 없었고, 마블 영화만 독주한 탓에 오히려 관객수는 줄어들었다. 5월 총관객수는 2014년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독점은 시장을 망친다는 사례다.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개봉을 앞두고 CGV, 롯데엔터테인먼트, 메가박스 등 멀티플렉스 3사가 차례로 영화관람료를 인상한 것도 올 상반기 한국영화 변화 중 하나다.

#미투 운동이 불러온 변화들

올 상반기 문화계에 촉발된 미투(성폭력 피해 고발) 운동은 한국영화계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 '흥부' 조근현 감독이 성희롱 문제로 영화 홍보에서 배제되고 미국으로 떠났다. 주목받던 독립영화 감독이었던 이현주 감독, 조현훈 감독, 그리고 독립영화계 좌장이라 할 수 있는 이송희일 감독 등이 성추행 논란에 휘말렸다. 김기덕 감독은 MBC 'PD수첩'이 성폭력 의혹을 보도하자 제작진과 인터뷰에 응한 여배우들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는 등 법적인 공방을 시작했다.

감독 뿐 아니라 연극계 출신 영화배우들이 잇따라 성희롱, 성추행 의혹이 불거져 물의를 빚었다. 오달수 최일화 등이 성폭력 가해자로 지목되면서 '신과 함께2' '협상' 등이 재촬영을 했다. 곽도원은 이윤택 성폭력 피해자가 돈을 요구했다고 주장하면서 한동안 논란의 중심에 섰다. 전주국제영화제, 부천판타스틱국제영화제 등 영화제에서도 성희롱 문제가 불거지는 등 올 상반기 한국영화계에 미투 운동은 가장 뜨거운 화제였다.

미투 운동의 후폭풍은 상당했다. 외부로 드러나진 않았지만 올해 한국영화 제작이 줄어든 여러 원인 중 하나로 미투 운동이 꼽힌다. 많은 영화감독들이 이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해 중도하차하거나 제작을 미루거나 보류하는 사례들이 물밑에서 적잖았던 탓이다. 의혹이 불거질 수 있는 배우들을 캐스팅에서 배제하는 움직임도 있었다. 미투 운동은 한국사회 담론으로 떠오른 페미니즘과 맞물려 영화 제작에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 남성 캐릭터를 여성 캐릭터로 바꾸거나 여성 혐오로 비출 수 있는 설정을 바꾸는 사례가 늘었다. 제작 현장에도 성폭력 교육이 한층 강화됐다.

#'버닝' 그리고 칸국제영화제

이창동 감독의 '버닝'과 윤종빈 감독의 '공작'이 제 71회 칸국제영화제에 각각 경쟁 부문과 미드나잇 스크리닝에 초청됐다. 수상은 불발에 그쳤지만 '버닝'은 올 상반기 가장 주목받은 한국영화 중 하나라는 점은 분명하다. '버닝'이 52만명 밖에 관객을 동원하지 못한 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국 영화 산업에서 작가주의 영화의 설 자리에 대한 고민이 깊어졌다. 각각 다른 이유지만, 공교롭게도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주의 감독인 이창동, 홍상수, 김기덕 감독의 영화들이 동시기에 관객과 멀어지고 있다는 것도 주목할 점이다. 바야흐로 작가주의 영화들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 이런 현상은 비단 한국에만 국한된 게 아니다. 넷플릭스가 할리우드 스튜디오에서 투자를 받지 못하는 거장들의 신작을 잇따라 제작하는 것도 이런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한국 작가주의 감독의 신작을 넷플릭스에서 보게 될 날이 올지도 모른다.

한편 윤종빈 감독의 '공작'이 칸국제영화제에 초청되면서 올 여름 한국영화 라인업이 바뀐 것도 눈여겨 볼 지점이다. 당초 CJ E&M은 올 여름 텐트폴 영화로 '더 테러 라이브' 김병우 감독의 신작 'PMC'를 선보일 계획이었다. '공작'은 겨울 개봉을 염두에 뒀다. 하지만 '공작'이 칸영화제에 초청되면서 여름 텐트폴 영화로 변경했다. 칸영화제 마케팅이 영화 흥행에 어떤 영향을 줄지, 올 여름 극장가 관전포인트 중 하나가 될 것 같다.

#주52시간 근무제 도입

7월부터 한국영화산업에 주 52시간 근무제가 도입되는 게 확정되면서 상반기 한국영화계가 뒤숭숭했다. 위기라는 목소리와 근로환경 개선이란 상반된 목소리가 충돌했다.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이 한국영화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지켜봐야 하지만 일단 제작비가 상승된다는 건 분명하다. 인건비가 상승하는 게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상반기 한국 상업영화계는 주 52시간 근무제 적용을 앞두고 여러 방안을 놓고 고민했다. 주 52시간 근무제는 분명 올 상반기 한국영화계 화두 중 하나다.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은 독립영화 제작에도 상당한 영향을 줄 것 같다. 그간 영화 표준계약서는 독립영화들의 열악한 제작 환경을 고려해 10억원 미만 영화들에는 적용하지 않았다. 하지만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적용되면 주 52시간 근무를 독립영화들도 똑같이 적용받게 된다. 평균적으로 하루 8시간 근무를 적용하면, 스태프를 구하기 힘든 독립영화계는 쉽지 않은 상황을 맞게 된다. 제작 자체가 쉽지 않은 상황을 맞게 된 것이다. 대책이라도 모색할 수 있는 상업영화계와 달리 독립영화계는 후폭풍이 상당할 전망이다.

#한국영화 위기론과 새 투자배급사들

올 상반기 한국영화계는 위기론이 내내 감돌았다. 각 투자배급사들이 라인업을 짜기가 쉽지 않다고 토로할 만큼, 제작에 돌입하는 영화들이 줄었다. 한국영화 사이클이 하향 곡선으로 들어간 데다 메이저 투자사 내부 사정, 주 52시간 근무 도입 등 여러 상황이 맞물렸다.

이런 가운데 새로운 투자배급사들이 잇따라 설립되는 게 어떤 영향을 줄지, 암중모색하는 기운이 역력하다. 화이브라더스가 투자배급사 메리 크리스마스를 설립하고, 토종 화장품 브랜드 AHC를 매각해 1조원을 번 이상록 전 카버코리아 회장도 영화 투자·배급사를 연다. 셀트리온이 영화 투자배급사 설립을 추진하고 있으며, '범죄도시'에 투자한 키위미디어그룹도 2019년 라인업을 미리 밝히는 등 영화사업에 본격적인 참여를 밝혔다.

다만 신규 투자사들은 최근 2~3년간 영화사업에 뛰어들었다가 철수하거나 영화사업을 대폭 축소한 IT 계열 투자사들과는 달리 투자에 보다 신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후죽순 생긴 투자배급사들이 라인업 확보를 위해 대거 물량 공세를 했다가 쓴맛을 보고 영화사업에서 손을 뗀 전철을 밟을 것 같지는 않다.

2018년 상반기는 여러모로 한국영화계 분기점으로 기억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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