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 김의 MLB산책] 트라웃, 잘 알려지지않은, 그러나 위대한 행보

댄 김 재미 저널리스트 / 입력 : 2018.06.19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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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시즌을 만들어가고 있는 마이크 트라웃. /AFPBBNews=뉴스1


LA 에인절스의 외야수 마이크 트라웃(26)이 이번 주에 생애 통산 빅리그 1천경기 출전 기록을 세운다.

18일(이하 한국시간)까지 커리어 통산 997경기에 나선 트라웃은 19~20일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의 두 경기에 출전한다면 오는 22일 토론토 블루제이스와의 홈경기가 자신의 통산 1천번째 메이저리그 경기가 된다.


올해 트라웃은 그야말로 메이저리그 역사에 남을 시즌을 만들어가고 있다. 올 시즌 그는 홈런(23), 득점(60), 볼넷(60), 출루율(0.459), OPS(1.147), bWAR(베이스볼-레퍼런스 WAR, 6.3)에서 모두 메이저리그 전체 1위에 올라 있다. 그의 올해 fWAR(팬그라프 WAR)는 6.1인데 이는 현재 메이저리그 30개 구단 중 9개 구단의 라인업 전체보다 높다.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텍사스 레인저스, 뉴욕 메츠도 라인업 전체가 트라웃 한 명에 못 미치는 WAR를 기록하고 있다.

트라웃의 올해 WAR 페이스를 시즌 전체로 환산하면 fWAR로는 13.7, bWAR로는 14.4가 된다. 140년이 넘는 메이저리그 역사에서 포지션 선수로 한 시즌 최고 WAR 기록을 보유한 선수는 1923년 시즌 베이브 루스로 그의 기록은 fWAR로는 15.0, bWAR로는 14.1이다. 트라웃은 그동안 범접불가로 여겨졌던 전설의 선수 루스의 영역에 도전장을 내고 있는 것이다.

트라웃의 위대함은 단지 올해 어쩌면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고가 될 수 있는 시즌을 만들어가고 있다는데서 멈추지 않는다. 그의 위대함은 특별한 시즌 하나가 아니라 그의 커리어 전체를 포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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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 트라웃. /AFPBBNews=뉴스1


지난 2011년말 빅리그에 데뷔, 2012년부터 풀타임 빅리거가 된 트라웃은 빅리그 8년 차지만 풀타임으로는 아직 7년을 채 채우지 않은 상태다. 하지만 그의 성적은 이미 역대 최고의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풀타임 첫 해인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올스타를 놓치지 않았고 AL MVP 투표에서 1위 2회, 2위 3회, 4위 1회 등 한 번도 4위 밖으로 밀린 적이 없다.

그가 지금까지 자신의 첫 1천 경기에서 쌓은 기록들을 같은 시점에서 역대 최고의 선수들과 비교해 보면 그의 위대함을 좀 더 실감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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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기록들은 트라웃이 올해 140년 메이저리그 역사에서 가장 위대한 시즌 중 하나를 만들어가고 있는 것과 동시에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고의 커리어 중 하나를 쌓아 가고 있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NBA라면 르브론 제임스, NFL에선 톰 브래디, 테니스라면 로저 페더러 또는 세레나 윌리엄스, 골프라면 타이거 우즈와 비교될 만한 레벨에 있는 선수인 것이다.

문제는 르브론이나 페더러, 세레나, 타이거 등이 이미 전 세계적으로 이름이 널리 알려진 슈퍼스타들로 역대 최고라는 찬사와 그에 걸 맞는 대우를 받고 있는 것에 비해 트라웃이라는 이름은 미국에서조차 그들의 레벨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골프에 관심이 없는 사람도 우즈는 잘 알고 NBA는 잘 몰라도 르브론이란 이름은 들어봤겠지만 메이저리그에 별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면 트라웃이라는 이름을 전혀 모를 가능성이 크다.

그건은 물론 야구라는 종목의 특성과도 관계가 있다. 테니스와 골프와 같은 개인 종목에선 선수가 자신만 뛰어나다면 명성을 쌓을 기회가 얼마든지 있다. 또 농구의 경우는 팀 스포츠라도 한 명 슈퍼스타의 능력이 팀 전체를 좌지우지할 수 있기에 르브론 같은 ‘메가 슈퍼스타’가 만들어질 수 있고 풋볼의 경우는 쿼터백이라는 포지션의 특성상 브래디 같은 스타가 나올 여지가 충분하다.

하지만 야구는 다르다. 아무리 뛰어난 선수라도 혼자서 북 치고 장구 치며 평균이하 팀을 우승시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팀이 30개나 되는 메이저리그에서 동료들의 뒷받침을 받지 못해 팀 성적이 부진하다면 스포트라이트 없이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는데 지금 트라웃은 바로 그런 위치에 놓여 있는 것이다.

팀 성적이 뒷받침되지 않으니 트라웃은 커리어 전체동안 단 한 번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는데 그쳤고 그로 인해 전국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기회가 별로 없었다. 그리고 역대 최고의 시즌을 만들어가고 있는 올해도 포스트시즌 없이 시즌을 마칠 가능성이 크다. 팀이 별 볼일 없다는 이유로 인해 그는 전혀 자신의 위대함에 걸 맞는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또 하나 트라웃이 실력에 걸 맞는 명성을 얻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그의 놀라운 다재다능함에 있다. 트라웃은 모든 것을 잘하지만 그렇다고 어느 한 분야가 독보적으로 뛰어난 선수는 아니다. 그는 배리 본즈처럼 매년 60~70개의 홈런을 펑펑 때려내는 선수도 아니고 테드 윌리엄스처럼 4할 타자도 아니며 그렇다고 삼진을 2~300개씩 뽑아내는 광속구 투수도 아니다. 심지어는 그의 스타일이나 성격도 전혀 튀지 않는다. 어떻게 보면 무색무취라고 할 만큼 평범해 보이는 선수다.

매 경기마다 그는 에인절스의 3명의 외야수 중 한 명이자 9명의 타자 중 한 명일뿐이다. 당장 올해 일본에서 ‘투타 겸업’이라는 특이함을 자랑하는 오타니 쇼헤이가 에인절스에 오자 그나마 그에게 집중됐던 에인절스 팬들의 포커스가 상당 부문 오타니 쪽으로 넘어가기도 했다.

하지만 진정한 트라웃의 위대함은 그 모든 분야에서 세월을 초월하는 꾸준함에 있다. 타격이나 수비나, 주루나 송구 등 분야에 관계없이 뛰어날 뿐 아니라 매일 매일 한결같고 전혀 슬럼프를 모르는 선수, 그가 바로 트라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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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적에 비해 상대적으로 활약상이 잘 알려지지않은 '얼굴없는 슈퍼스타' 마이크 트라웃. /AFPBBNews=뉴스1



어쩌다 그의 경기를 하루 이틀 지켜봤다고 해서 당장 그의 위대함을 깨닫거나 느낄 수 없다. 오랜 세월에 걸친 꾸준한 뛰어남이 그의 진정한 위대함이다. 지난 2012년 그가 풀타임 빅리거가 된 이후 7년 동안 그는 단 한 번도 3경기 연속으로 출루에 실패한 적이 없었다는 사실은 그가 어떤 선수인지를 잘 말해준다.

그가 지금 쌓아가고 있는 커리어는 지난 140년간 메이저리그 유니폼을 입었던 거의 1만9천여명의 선수들 가운데 역대 최고수준이고 그가 앞으로 10년 정도만 더 뛴다면 아마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고의 선수로 기록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하지만 그런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더구나 올해 그가 지금 역대 최고의 시즌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사실조차 미국에선 에인절스 팬들이나 일부 메이저리그 전문가들이 아니면 거의 깨닫지 못하고 있다.

만약 그가 사복을 입고 사람들이 많이 몰린 백화점에 나타난다면 그가 트라웃이라는 사실을 알아채지 못하는 사람들이 상당수일 것이다. 하지만 우즈나 르브론, 페더러, 세레나가 같은 장소에 나타난다면 말 그대로 당장 난리가 날 것이라고 짐작할 수 있다.

지금 트라웃은 사실상 이름 없고 얼굴 없는 슈퍼스타다. 물론 그렇다고 그가 메이저리그에서도 인정을 받지 못한다는 것을 아니다. 메이저리그 관계자들은 모두 그의 위대함을 너무도 잘 알고 있다. 트라웃의 올해 연봉은 3천400만달러가 넘어 메이저리그 전체 1위다. 하지만 그 사실조차 잘 모르는 팬들이 수두룩하다. 어쩌면 메이저리그에 그처럼 뛰어나면서도 동시에 일반 대중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선수가 또 있었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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