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는 자신에게 이로운 것에만 해당하는가..이송희일 성추행에 부쳐

[전형화의 비하인드 연예스토리]

전형화 기자 / 입력 : 2018.06.12 10:04 / 조회 : 3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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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송희일 감독과 조현훈 감독. 각각 인디포럼 개막식과 폐막식 뒤풀이에서 성추행 사건이 알려지면서 물의를 빚었다/사진=머니투데이 스타뉴스


인디포럼은 한국 최대 독립영화 축제다. 1996년 자생적으로 출발해 올해로 23회를 맞았다. 모든 장르의 독립영화에 문을 연다. 자유로운 상상력과 독창적인 표현을 시도하는 영화들을 환영한다. 독립영화의 산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올해도 7일 시작해 14일 폐막한다.

그런 인디포럼이 성추행 사건으로 얼룩졌다. 인디포럼 작가회의의 전 의장이자 현 작가진인 이송희일 감독이 이번 영화제에 단편영화로 초청된 남성감독을 성추행했다는 미투가 나온 것.

10일 독립영화당 페이스북에 제23회 인디포럼 영화제에 단편영화로 초청된 남성 감독 A의 미투 글이 올라왔다. A 감독은 글에서 "지난 7일 개막식 뒤풀이에서 이송희일 감독과 그의 팬이라고 자칭한 세 여성의 적극적인 동조 아래 온갖 성적 추행과 성적 대상화에 시달리는 끔찍한 경험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송희일 감독의 성추행과는 별개로 인디포럼은 또 다른 문제를 일으켰다. A감독은 인디포럼에 성추행 사실을 알리고 이송희일 감독의 사과와 인디포럼의 성명 발표를 요구했다.

하지만 인디포럼은 피해자인 A감독의 신고를, 가해자인 이송희일 감독에게 전달했다. A감독은 이송희일 감독에게 온 사과 문자를 공개한 것과 동시에 인디포럼 내부 직원이 이송희일 감독에게 신고를 누설했다는 사실을 같이 폭로했다.

성추행 가해자에게 피해자의 신고와 신상 정보를 전달했다는 뜻이다. 피해자에 대한 비밀 보장과 보호가 이뤄지기는커녕 가해자인 인디포럼 주요 인사에게 피해자의 정보를 전했다는 뜻이다. 있을 수 없는, 있어서는 안되는 일이다.

인디포럼 영화제 기간 성추행 사건이 벌어진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꿈의 제인'으로 주목받은 조현훈 감독이 2013년 인디포럼 폐막식 뒤풀이에서 여성을 성추행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활동을 중단하고 자숙하겠다고 밝힌 게 불과 한 달 반 전이다.

인디포럼은 지난해부터 성희롱 예방교육과 성차별, 성폭력 신고를 받아왔다. 그간 공론화가 안된 여러 문제들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처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이다. 그럼에도 같은 일이 재발되고, 더욱이 피해자의 정보가 내부 직원에게서 유출된 건 심각한 문제다.

가해자로 지목된 이송희일 감독은 침묵하고 있다. 침묵은 비겁하다. 이송희일 감독은 그간 사회적인 불평등과 불합리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밝혀왔다.

독립영화는 부당함과 불평등과 비겁과 침묵에 싸워왔다. 자유로운 표현과 독창적인 표현은, 그래서 가능했다. 성폭력은 이성에게나 동성에게나 퀴어에게나, 용납될 수 없는 문제다. 술이 웬수가 아니다. 언제나 사람이 문제다.

인디포럼 작가회의는 사건이 외부에 알려지자 12일 SNS를 통해 대책위를 구성해 조사를 진행 중이라며 깊은 사과를 전했다. 만시지탄이다.

진실을 밝혀 정의를 세우는 것과 숨겨서 평화를 도모하는 것 사이에 갈등은 늘 있어왔다. 그럼에도 전자가 독립영화의 정체성 중 하나일 터. 그렇지 않다면 정의는 자신에게 이로운 것에만 해당할 것이다.

힘들다고 남에게 함부로 할 수 있는 권리가 생기는 건 아니다. 독립영화계가 이번 일로 성폭력과 성차별에서 독립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갈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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