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인터뷰]'허스토리' 김해숙이 밝힌 #관부재판 #우울증 #국민엄마

김현록 기자 / 입력 : 2018.06.11 16:31 / 조회 : 13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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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허스토리' 김해숙 인터뷰 / 사진=임성균 기자


27일 개봉하는 영화 '허스토리'(감독 민규동)은 관부재판 실화를 다룬 일본군 위안부 소재 영화이자 법정드라마다. 일본군 위안부 배상 소송 가운데 유일하게 일부 승소를 거둔 역사적 사건이지만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작은 승리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배우 김해숙(63)이 아픔을 딛고 용기 내 증언대에 섰던 10명의 할머니 중 한 명, 배정길 역을 맡았다. 17살 어린 나이에 위안부로 끌려갔다 돌아온 뒤 침묵 속에 살아왔지만, 끝끝내 바다 건너 일본 법원의 증언대에서 한 많은 세월을 절규하는 여인이다.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가리지 않고 활동하며 '국민엄마'로 사랑받고 있는 그녀조차도 가늠할 수 없는 인물이었다.

깊이를 알 수 없는 아픔, 가늠할 수 없는 삶을 그리다 그만 우울증을 겪었다는 그녀는 배우 김해숙은 물론 인간 김해숙까지 내려놓고 지내야 했던 시간을 조용히 떠올렸다. 모든 것이 폭발하는 증언신 촬영 당일에는 아파 퉁퉁 부은 얼굴을 보고 '하늘이 도우시는구나' 감사드렸을 정도다.

가눌 수 없는 슬픔에서 헤어나오기까지 걸린 시간만 약 1년. 김해숙은 드디어 극장에서 보게 된 '허스토리'에 다시 가슴이 먹먹해진 모습이었다. 원고단장 한 분이 남아계실 뿐 시모노세키의 법원 증언대에 섰던 할머니들 모두가 세상을 떠나셨다고 전한 김해숙. 그녀는 '우리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그 마음이 하늘에 전해진다면 고생하신 그 분들께 위로가 되지 않겠나 한다고 작은 바람을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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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허스토리' 김해숙 인터뷰 / 사진=임성균 기자


-'허스토리'는 잘 봤나.

▶그래도 봤다. 안 보면 안되겠냐고까지 이야기했는데 그럴 수가 없어서.

-아무리 배우가 상상하는 직업이라지만 상상으로 만들기에도 어려움이 컸을 캐릭터다.

▶그래서 힘들었던 거다. 시나리오를 보면 그 인물이 상상이 되고 분석을 하고 그걸 자신만의 방식으로 연기하며 표현하게 된다. 그런데 상상이 안 되는 거다. 그 깊이가 어딘지도 모르겠고. 보면 볼수록 시간이 가면 갈수록 더 어렵고 모르겠고. 그 끝이 어딘지 몰라서 너무너무 힘들었다.

-그래서 어떻게 했나.

▶' 내 욕심인가' 그 생각이 들더라. 내가 어떻게 하겠다는 생각 자체가 이 배정길이라는 역에 덫이 되는 것 아닌가 싶었다. 실존한 이 인물을 터무니없는 상상으로 한다는 게 교만이자 이기심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자신을 내려놔야겠다 했다. 되도록이면 저를 비우고 하얀 도화지에 인물을 입히고 싶다고 이야기해왔는데 인간 김해숙까지도 비워야 한다는 게 있더라. 배우가 아니라 인간으로서 내 자신을 내려놓고 비운다는 게 정말 어렵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사람이 스스로에 대한 애착이 정말 강하다. 다 비워낸 것 같아도 그 안에 욕심이 있다. 착각이란 걸 이번에 깨달았다.

-출연을 결심하기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어떻게 선택했나.

▶배우 개인으로서는 민규동 감독이 같이 작업해보고 싶은 감독이었다. '허스토리'라고 해서 무슨 이야기인지 모르고 들었다. 이야기를 듣는데 그 순간 아무 생각이 안 났다. 집에 시나리오를 들고 왔는데 펼쳐 볼 수가 없었다. 묘한 감정이었다. 피해가야 하는 것 아닐까. 상상만 해도 숨이 찰 정도로 버거웠다. 그래도 온 시나리오니까 읽어봐야 할 것 같았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그 분들의 삶을 다룬다는 점이었다. 역사는 누구나 들어서 알지만 그 분들이 그걸 겪고 나이 들어 어떻게 사는지는 짐작만 할 뿐 안 알려지지 않았나. 저는 관부재판 자체도 몰랐고, 이 나이에 그 의미있는 일을 모르고 있었다는 게 스스로 충격적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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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화 '허스토리' 스틸컷


-극중 다른 할머니들과도 다르게 배정길 할머니는 계속 입을 닫은 모습인데.

▶말이 없는 이유가 있다. 이 사람은 여자로서는 물론이고 한 사람으로서 자기만의 엄청난 아픔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 더 힘들었다. 이 사람의 아픔을 짐작할 수 없었다. 웬만한 일이 있어도 감정을 드러내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말없이 가져가기가 너무 힘들었다. 저도 사람이고 연기하는 사람이다 보니까 내 감정에 빠져들어서 신마다 너무 슬펐다. 그 때는 사는 것도 슬펐고, 온 세상이 슬픔으로 가득 차 있는 것 같았다. 어떨 때는 가슴이 뻐근한 느낌이었다. 그 수위 조절을 하느라 힘들었다. 법정신 증언을 할 때도 되도록 참으면서 했던 것 같다.

-법정신에서는 실제로도 건강이 안 좋은 것처럼 보인다.

▶사실 컨디션이 안 좋았다. 얼굴이 더 부어 있다. 재판신을 나흘 찍었다. 하루에 한 사람씩 찍는 걸 지켜보면서 다 같이 젖어들었다. 촬영이 다가오니 지칠 대로 지치고 정신적으로도 힘이 들었다. 마침 몸이 안 좋더라. 3일째 되는 날은 정말 아파서 촬영에 안 나가고 싶을 정도였다. 그래도 내가 아프다고 엄살 부리면 안되지 하며 촬영에 나섰다. 촬영장 가서 내 모습을 보고는 '내가 해야 하는 날 내가 아프다니 나는 정말 하늘이 도우시나 보다' 했다. 배우로서 그냥 분장한 것과는 아무래도 달랐다. 제가 정말 소소한 노력을 한 것은 하루 종일 물을 안 마셨다는 것이다. 조금이라도 입술이 젖으면 생기가 도니까 입술이 바짝 마른 상태로 있으려 했다. 그 법정신에선 모두가 기도하는 마음이었다. 저도 재판정 그 자리에 앉아 제일 먼저 기도를 했다. '오늘은 연기를 잘하게 해달라고 기도를 하고 싶지 않다고, 그 분이 어떤 심정으로 여기 섰을지 그 마음을 눈곱만큼이라도 와 닿게 해서 연기하게 해 달라'고 기도를 하고 촬영에 들어갔다. 그런 기도는 처음 했다.

-감히 상상한다면, 만약 그분들 같은 상황이었다면 실제 재판에 서고 그걸 견딜 수 있었을 거라 생각하는지.

▶제가 만약 그 인물이라면 재판에 가기 전, 아니면 재판정에서 죽었을 것 같다. 내가 그 분들을 모르는데도 하면서 마음이 병들어가는 걸 느꼈다. 그래서 그분들이 새삼 다르게 보였다. 법정신을 찍으며 이 분들이 어떤 마음으로 여기 오셨을까 하면 정말 아무 마음이 안 들었다. 저도 사람이라 '내가 이걸 왜 한다고 했을까. 내가 왜 이 고생을 하고 있을까' 그랬다. 그렇다고 도망갈 수는 없고. 무사히 끝내게 된 것만으로도 감사하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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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허스토리' 김해숙 인터뷰 / 사진=임성균 기자


-시나리오 내용 중 충격받은 부분이 있었다면.

▶사람들이 할머니들을 두고 막말을 한다. 그 아픈 역사를 같이 겪었는데도 한 마음이 되지 않고 그렇게 말을 한다는 게 충격이었다. 그걸 겪으신 분들의 그 후의 삶이 그려진다는 것이 너무 좋았다. 어려서 '관부재판'을 모른다고들 하시는데 30년 가까이 전이면 저는 알 나이다. 소중하고 중요한 이야기일 수 있는데 모르고 있지 않나. 그래서 영화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애들도 다 알았으면 좋겠다. 아직 우리들의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다는 메시지를 가지고 가셨으면 좋겠다. 관부재판에 참여하셨던 분 중에 다들 돌아가시고 지금은 단장 한 분만 살아계신다. '정말 고생하셨다' '우리 이야기 안 끝났다' 그걸 하늘에서라도 보시면 그분들에게 조그마한 위로가 되지 않을까.

-촬영장은 어땠나.

▶촬영장이 항상 조용했다. 감정의 끝을 조금이라도 놓칠까봐 사람들이 조용히 어느 구석에 가 있고 그랬다. 밥 먹을 때 빼고는 그렇게 각자 느낌과 감정을 가지고 있으려 했다. 대신 동병상련이랄까, 마음으로는 같은 마음을 갖고 있으니 서로 걱정을 많이 하고 다들 도와주셨다. 재판 장면을 찍을 때는 너무 걱정돼 무사히 쓰러지지 말고 견디자고 했다. 그래도 저희는 탈진해 쓰러져 있을 수나 있었지, 감독님은 그 모든 걸 홀로 받으셔서 그런지 재판 촬영 이틀째에 응급실에 실려가셨다. 걱정은 하면서도 그 하루 덕에 조금 쉬었다.(웃음)

-촬영 끝나고 역할에서 빠져나오기도 쉽지 않았겠다.

▶저는 빨리 빠져나오고 싶었다. 죄송한 말씀인데 여기서 정말 벗어나고 싶었다. 무슨 일만 있어도 눈물이 나고 이상하게 엄마 생각이 많이 났다. 나이가 들어 그런가, 저 자신을 너무 많이 버렸던 것 같다. 내가 가장 사랑하는 일이 무의미하게 느껴졌을 정도여서 너무 무서웠다. 빨리 벗어나고 싶었는데 잘 안 되더라. 캐릭터에 빠져 있어도 웬만하면 길어야 한 달이면 되는데 이번에는 굉장히 힘들었다. 제일 빨리 빠져나올 수 있는 게 작품이라 얼른 해봤는데도 끝나니 원상태로 돌아가고 하더라. 마지막으로 여행을 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제 컨디션으로 돌아온 상태다. 촬영이 지난 여름이었으니 거의 1년이 걸린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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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허스토리' 김해숙 인터뷰 / 사진=임성균 기자


-'국민엄마'로 불리며 사랑받아 왔다. 스스로의 얼굴을 보면 어떤가.

▶나름 고집이 있었다. 엄마들이 연세가 들면 살이 찌고 아무래도 편한 모습이 된다. 저는 현실적 엄마를 보여주고 싶었다. 그게 제가 할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배우는 아름다워야 한다는 것도 맞지만 내가 엄마를 연기해야 하는 사람이라면 미모보다 현실에 맞는 걸 보여주는 게 좋다고 생각하고 스트레스를 안 받았다. 엄마가 맨날 날씬하고 예쁘면 어떻게 해 그러면서 좋아하는 빵도 먹었다. 거울을 보면서 항상 자부심을 느꼈다. '그래 이 얼굴이야. 이런 엄마가 많다니까.'(웃음)

여담인데 '히스토리'에 나오시는 예수정 문숙 이용녀 이분들이 유난히 마르셨다. 첫 신이 하얀 소복을 입고 재판정 가는 장면이었다. 속으로는 '그래 사람이 나 같은 사람도 있는 거지' 하고 속으로 만족을 했다. 스틸 기사님이 사진을 찍어서 기분 좋으라고 보여주셨는데 그걸 보는 순간 말을 못했다. 세 분 합친 게 저였다. 그게 처음에는 고민이 되더라. 도중 건강검진 받는 장면에서 저한테 '너 왜 이리 살이 빠졌노' 하는 대사가 있었는데 감독님에게 '감독님 그건 아닌 것 같아요. 제 옆모습을 보세요' 하고 말씀을 드렸다. 결국 빠졌다. 유일하게 수정을 요구한 대사였다.(웃음)

그간 역할 따라 찌우고 빼고 했다. '도둑들'은 한 7kg을 뺐다. 그간 '엄마'에 안주해서 괜찮아 괜찮아 했는데 거기까지 내려놨나보다. 그간은 동하지 않고 떳떳했는데 이번에 조금 뺐다.(웃음)

-국민 엄마이면서 사연 많은 여성 캐릭터들을 도맡아 연기하기도 했다. 앞으로는 어떤 모습들을 보이고 싶나.

▶다음 작품은 결정했다. 일할 수 있는 열정과 에너지가 남아있는 사실이 감사하다. 사실 '허스토리'를 하고 나니 어떤 작품이 와도 이보다 고통스럽지 않을 것 같다.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다. 사연있는 역할이 많이 오는 게 사실인데 한편으로는 힘들고 어려운 걸 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계신다고, 다른 한 편으로 생각하면 저에 대한 믿음일 거라고 생각한다. 다만 저는 배우니까 배우로서 다른 캐릭터에 대한 열망이 있다. 물론 '국민엄마'라는 타이틀은 놓치지 않을 거다. (김)희애 말을 이렇게 제가 한다. 놓치지 않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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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록|roky@mtstarnews.com 트위터

스타뉴스 영화대중문화 유닛 김현록 팀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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