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스토리', '귀향' '아이 캔 스피크'와 또 다른 접근 ③

[★리포트]

전형화 기자 / 입력 : 2018.06.11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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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위안부 소재 영화다. 민규동 감독의 '허스토리'다. '허스토리'는 1992년부터 1998년까지 6년간 10명의 할머니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부산과 시모노세키를 오가며 진행한 소송 관부재판을 다룬 영화다. 관부재판은 수많은 위안부 소송 중 유일하게 일부 승소를 받아내 당시 일본 정부를 발칵 뒤집어놓은 사건이다.

2016년 '귀향'이 선을 보인 이후 '아이 캔 스피크' '눈길' 등 위안부 문제를 소재로 한 영화들이 해마다 관객과 만나고 있다. '군함도'에도 위안부 이야기가 주요 소재 중 하나로 사용됐다.


그간 위안부 소재 영화는 변영주 감독의 '낮은 목소리' 이래 상업영화로는 쉽게 만들어지지 않았다. '소리굽쇠' '나의 마음은 지지 않는다' '그리고 싶은 것' 등이 만들어졌지만 상업적인 접근은 아니었다. 이는 위안부 문제를 상업영화 소재로 활용해도 될까,라는 윤리적인 문제와 위안부 소재 영화는 흥행이 안 될 것이라는 선입견 탓이다.

그런 선입견을 깬 게 '귀향'이다. 2016년 2월 24일 개봉한 '귀향'은 3월 비수기에도 불구하고 358만명을 동원했다. '귀향'은 위안부 소재 영화는 돈이 안된다는 이유로 투자를 받지 못해 조정래 감독과 제작자가 발품을 팔아 제작됐다. 한일 위안부 합의 이후였기에 더욱 제작이 쉽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귀향'은 박근혜 정권의 한일 위안부 합의로 사회적인 공분이 들끓었을 때 개봉해 더 많은 관객과 만날 수 있었다.

영화는 각각의 운명이 있다. '귀향'은 위안부 피해를 직접적으로 묘사했다는 비판을 받았지만, 그전까지는 소재적인 접근조차 금기시됐다. '귀향'의 선례가 있었기에 '아이 캔 스피크'가 가능할 수 있었다. 2017년 9월 21일 개봉한 '아이 캔 스피크'는 위안부 문제를 다른 방식으로 접근했다는 평을 받으며 328만명과 만났다. '귀향'이 과거의 고통을 묘사해 현재를 깨우는 서사였다면, '아이 캔 스피크'는 여전히 진행 중이지만 승리의 서사로 접근했다. 위안부 소재를 상업적으로 접근하는 방식과 받아들이는 관객에게, 두 영화는 개봉 순서부터 의미가 있다.


'허스토리'는 또 다른 접근을 했다. 제목부터 여성의 역사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시작부터 "왜 여자는 당당하게 자기가 잘해서라고 말을 못하고 남편 덕이라는 소리나 하고 앉았냐"라며 질타한다. 여자도 "내 똥 굵고, 내 오줌 폭포다"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외친다. 전쟁의 피해자인 여성이, 여성의 연대로, 여성의 힘으로, 싸우는 이야기를 그린다. '허스토리'는 도움을 주는 일본인 상당수도 여성으로 묘사했다. 그러니, 이 영화는 위안부 문제를 민족주의 테두리를 넘어 여성과 연대, 인권 문제로 확대하려 했다. 다른 접근이다. 최근 여성주의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허스토리'는 위안부들이 돈 벌려고 몸 팔았다가 부끄러운 줄 모르고 또 돈 받으려고 나왔다는 목소리가 한국과 일본 양쪽의 것이었다는 걸 숨기지 않는다. 세상과 맞서 싸운 여성의 역사. '허스토리'가 앞선 위안부 소재 상업영화들과 다른 점이다.

'허스토리'가 '귀향'과 '아이 캔 스피크' 만큼 관객과 소통할 수 있을지, 또 위안부 영화라고 할지 모르지만 아직 멀었다. 꼭 봐야 할 영화는 없지만 꼭 봤으면 하는 영화는 있는 법이다. '허스토리'는 6월 27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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