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동의 만남] '당돌' 대신 '포용'의 이천수 "스웨덴전에 승부 던져라"

김재동 기자 / 입력 : 2018.06.09 08:00 / 조회 : 2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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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월드컵에선 특히 스웨덴전에 승부수를 던져야 된다고 조언하는 이천수./상암 DMS= 임성균 기자

“아직까지는 합이 맞는다는 느낌이 없어요. 그렇다고 월드컵 조별예선 3연패를 미리 상정할 필요는 없죠. 스웨덴 전에 제대로 승부수를 던져야 합니다” 7일 상암동 DMS에서 만난 전 국가대표 jtbc 이천수(37) 해설위원의 말이다.

이 위원은 “이탈리아를 이기고 올라온 스웨덴이 상승세인건 맞지만 월드컵 본선무대에 12년만에 올랐어요. 경험이 없는 탓에 긴장들을 많이 하고 있을 겁니다.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의 부재도 우리 쪽엔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이고요. 큰 무대에선 힘을 모을 수 있는 구심점이 필요하죠. 마르쿠스 베리나 올라 토이보넨 같은 스트라이커들이 있지만 팀을 견인하는 동력은 이브라히모비치에 못미칠 것 같아요. 스웨덴을 상대로는 4-4-2의 압박이 유효할 것으로 보입니다. 시작부터 황희찬과 손흥민의 빠른 스피드를 활용해 최전선부터 쉼없이 수비들을 압박할 필요가 있어요. 그래야 스웨덴 공격수들이 편하게 공을 넘겨받지 못하죠. 여유를 주면 안됩니다. 독일은 논외로 치더라도 멕시코는 상당히 강팀예요. 발군의 스타는 없지만 스타가 되고싶은 의욕들이 넘치는 팀이죠. 승점 3점을 확보하고 만나는 멕시코와 1점을 가지고, 혹은 0점인채로 만나는 멕시코는 천양지차일 겁니다. 스웨덴전의 결과가 결국 멕시코전에 영향을 줄 수 밖에 없는 셈이죠”라고 전망했다.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첫골의 주인공이 이승우가 되리라 예언한 부분에 대해 이 위원은 “한국팀 키 플레이어가 손흥민과 황희찬임을 모두들 알고있을 것이고 그들에 대한 견제가 치열할 겁니다. 두 사람이 수비들을 끌고다니다보면 의외로 이승우에게 기회가 올 확률이 높아요. 손흥민도 다른 공간에 기회를 주는 영리한 플레이에 능한 선수고요”라고 설명한다.

여러 장면에서 이 위원은 이승우에 대한 애정을 드러낸 바 있다. 이에 대해 이 위원은 ‘젊은 날의 자신이 투영되기 때문’임을 인정한다. “플레이 스타일이나 생각하고 생활하는 모습등에서 많이 비슷하다는 느낌예요. 단적으로 나도 부모님이 그라운드에서 나 찾기 쉬우라고 머리를 염색했는데 승우도 할머니를 위해 염색했다는 기사를 읽었어요. 플레이도 직진적인(이천수만의 표현이다) 스타일이고 스페인 생활이란 공통점도 있다보니 여러모로 끌리는 후뱁니다”고 속내를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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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안한 아저씨가 되어가는게 나쁘지않다는 이천수./상암DMS= 임성균 기자

이승우에 대한 애정이 전해졌는지 두달전쯤 베로나에 있는 이승우가 전화를 걸어왔다고 밝힌다. 1시간 가량의 통화에서 그는 원포인트 레슨을 해주었다고 한다. “스페인 언론에서도 그렇고 승우를 종종 메시랑 비교하더군요. 근데 차이점이 하나 있어요. 수비의 태클이 들어올 때 승우는 점프로 피하고 메시는 점프를 하지않고 한번 더 치고나갑니다. 점프를 하는 순간 안 다칠수는 있겠지만 스텝도 꼬이고 공을 잃어버리게 됩니다. 그 자체로 상대 수비는 태클의 성과를 달성한 셈이죠. 태클은 최후의 수비시도고 직접 프리킥이 가능한 지역에서 주로 이루어지는데 그 기회를 잡아내라고 조언했죠.”

이 위원에 따르면 이승우는 재치있고 욕심있고 한 명을 제쳐내는 힘이 있다. 골포스트와 인접한 위치에서 한 명을 제쳐낼 수 있다면 바로 슈팅기회를 얻을 수 있다. 조언 이후 나아진 것 같냐는 질문에 이 위원은 “확실히 의식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고 좀 더 치열해졌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제 조언이 월드컵 나가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선배로서 나름 기여했다는 자부심이 들 것 같아요”라며 웃는다.

확실히 스무살에 월드컵대표가 된 이승우에게선 스물 한 살에 월드컵대표로 뽑힌 이천수가 오버랩된다.

2002년 월드컵 대표 발탁 소감이 어땠는지 물었다. “유럽에서 귀국하는 비행기 안에서 들었어요. 박항서 감독님이 오시더니 ‘히감독이 너에게 고맙단다. 월드컵 준비해보자’ 하시는데 너무 좋아 비행기 2층에서 뛰어내리고 싶을 정도였어요”라고 밝힌다.

이천수의 월드컵대표 발탁까진 우여곡절이 있었다. 히딩크 감독은 애초 이천수에 대해 “월드컵에서 뛸 수 있는 기량이 안되는 선수”란 혹평을 남기며 그를 제외시켰다. 그 때가 2001년 3월20일 효창운동장였다. 고려대-방송대 경기에 히감독이 나타났다. 이천수가 첫선을 보인 것은 2000년 12월 도쿄 한-일 친선축구대회였지만 당시는 히딩크가 감독직 수락을 미루고 있을 때였다. 효창운동장 경기를 관전한후 히감독은 “경기수준이 기대에 못미쳤다”고 촌평했다.

이천수는 당시를 ‘청천벽력’이라고 표현했다. 1996년 2002 월드컵 한-일 공동개최가 확정된 이후 이천수의 목표는 딱 하나 월드컵였다. 월드컵만을 보고 죽기 살기로 뛰었는데 공염불이 돼버린 판이다. “운동하기 싫었어요. 축구를 포기하고 싶었고 감독님에 대한 원망도 있었어요. 뭐가 어떻다는 설명없이 안된다는 답만 내놓은 거 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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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스페인 을 방문한 이천수에게 깍듯이 인사하는 백승호./사진=이천수의 근본투어

몇일을 방황하다 ‘아직 최종발탁까진 시간 충분해’란 자각을 하게 되고 다시 초등학교시절부터 해온 ‘이천수 혹사 프로그램’을 가동한다. 승부욕이 남다른 이천수는 고민이 생기고 힘들때면 몸을 혹사하는 습관이 있다고 한다. 다른 이유가 아니라 그래야 잠을 잘 수 있기 때문이라고. 산을 달리거나 밤새도록 프리킥 연습을 한다거나 하는 등이다. “몸에 무리 안와요?” “그땐 젊었잖아요”

한편으론 ‘혹시 내가 프로가 아니라서 그런가’는 의구심도 들어 당시 고려대 조민국 감독을 들들 볶기도 한다. 결국 조민국 감독이 나서 프랑스 릴 구단의 입단테스트를 받기로 하고 7월22일 프랑스로 날아간다. 입단테스트 결과는 대단히 양호했다. 오른발 왼발 슈팅이 잘 먹혔고 기초도 탄탄하단 평가를 받았다. 테스트 기간은 2주였는데 3일만에 외국인선수 계약서를 받았다. 6개월후엔 1군 올려주겠다는 내용이 들어있었다.

하지만 이천수의 목표는 월드컵뿐였다. 그리고 7월26일 축구협회의 연락을 받는다. ‘히딩크호 4기 멤버로 선발됐으니 네덜란드 전지훈련에 합류해라’는 통보였다. 정말 운이 좋았다. 이미 프랑스에서 시차적응을 다 마친 이천수의 컨디션은 최고였다. 8월6일부터 시작된 네덜란드 전훈에서 체력테스트도 1등 했고 8월10일 네덜란드 1부리그 RKC발베이크전에선 90분 풀타임을 소화하며 질풍 스피드와 재기 넘친 플레이를 한껏 과시한다.

당시 경기후 히딩크감독은 “이천수의 완급조절이 돋보인다. 재능이 뛰어난 선수임을 확인했다. 경험만 쌓이면 훌륭한 재목감”이라며 그로서는 드물게 특정 선수에 대한 ‘OK 사인’을 보냈다. “한국선수들은 온순한 양이다 싸움닭 다비즈처럼 적극적인 플레이를 펼칠 선수가 아쉽다”던 히딩크로서는 걸맞는 대안을 찾은 기분이었을 것이다. 이후 그는 히딩크의 아이로 자리잡아 2002 월드컵의 히어로에 합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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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드낭 야누자이(23, 레알 소시에다드)와 이천수. /사진=근본투어 제공

“역사의 한페이지에 제가 들어가는 일이잖아요. 마침내 뽑혔다는 그 성취감이라는 건 이루 말할 수 없었죠. 저만 아니라 그런 노력을 한 23명이 모여 뛰는 무대가 월드컵아닙니까? 후배들이 그 의미에 걸맞는 각오와 의지를 보여주길 바래요.”

이천수에겐 ‘풍운아’란 별명이 있다. 별명처럼 2002 월드컵이후 이천수의 행보는 파란만장하다. 2015년 인천유나이티드FC 에서의 현역은퇴까지 다수의 임의탈퇴 등 수많은 논란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에게 가장 아쉽고 후회된 순간을 물어보았다. “스페인에서 그렇게 포기하는게 아녔어요. 말안통하고 경기 못뛰는 것 다시 겪으래도 힘들었겠지만 참았어야했단 생각입니다. 알고보니 경기 기회를 주자고 누만시아로 보낸 것을 ‘날 버렸다’고 받아들였으니.. 진득하게 버텼으면 말도 통하고 내게 맞는 다른 팀과 연결될 수도 있었겠죠. 누군가는 가고 싶어도 못가는 스페인인데 말이죠”한다.

30대의 이천수가 20대의 이천수에게 조언을 한다면 무슨 얘길 하고 싶냐고 묻자 “포기가 빨랐던 너, 진중해라. 잘 안될 수도 있지만 더 망치지는 않을 것 아닌가”라 답한다. 확실히 라리가 진출은 기적처럼 얻은 인생의 기회였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기적을 유지하기 위해선 참고 견뎌내는 또다른 기적을 만들어내야 했었음을 말하는 듯 하다.

그는 가장 고마웠던 사람으로는 조민국 감독과 김정남 감독을 꼽는다. “조감독님은 날 위해 희생 참 많이 하셨어요. 모든걸 이룰 수 있도록 지켜봐주셨고요. 그리고 김감독님은 이천수라면 그냥 믿어주셨어요. ‘천수 컨트롤 안되지 않아요?’ 라고 묻는 사람들한텐 ‘이천수는 컨트롤하는 사람 아니다. 지 스스로 다하는데 내가 컨트롤할 이유가 없다. 지 스스로 몸 만들고 경기 나가 이겨주는 진정한 프로다’라고 옹호해주셨죠. 그런 믿음에 사람을 바꾸는 힘이 있더라구요”한다.

이승우를 두고 “끼와 자신감을 팀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분출시켜줘야 한다”고 했던 부분도 같은 맥락인지를 묻자 “신태용 감독이 이승우를 뽑은 이유가 그게 아닐까요? ‘니 끼와 성격 운동장에서 표출하라’는.. 선수가 막 아드레날린이 폭발하고 있는데 ‘하지마!’ ‘조심해!’ 하면 푹 꺼지고 말죠.”한다.

그는 자신의 튀는 끼와 개성에 관해 “그 탓에 생활적인 부분에선 손해를 본 게 많지만 그 덕에 그라운드에서만큼은 이천수 플레이가 가능했다”고 돌아본다. 부평고 3학년 시절 운봉고전에서 깁스를 풀어던지고 나가 결승골을 넣었던 일이나 2004 아테네 올림픽 아시아 최종예선 이란 원정경기서 몸풀다 콘을 잘못 밟아 돌아간 발목으로 결승골을 넣었던 순간(당시 소속팀 레알 소시에다드 의료진이 아연실색했다고. 이후 3개월을 쉬어야했다.) 등을 돌이켜보면 적어도 축구에 대한 진정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않았던 선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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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2막이랄 수 있는 방송활동에 대해 이천수는 “원래 제가 방송이랑 안맞아요. A형이어선지 숨는 성격이거든요. 근데 많은 사람들이랑 부대끼다 보니 성격이 좋아지는 걸 느낍니다. 사람 상대도 편해지고 섣부른 자존심도 부리지않게 되고 편안한 아저씨가 되어가는 것 같아요. 이렇게 나이 먹는게 나쁘지 않네요” 라며 “축구로 다시 돌아가기 위해 자격증도 따고 공부도 하고 있는데 다시 그라운드에 서면 훨씬 성숙한 지도자로 설 수 있을 것 같습니다”고 덧붙인다.

축구선수 이천수는 ‘당돌한’ 사람였다. 당돌하단 말은 교활하거나 간사한 경우엔 붙일 수 없는 표현이다. 그는 승부욕이 강한 이고 배척당할 것을 두려워 하기 보단 자신의 플레이를 위해 금을 넘어서기도 하는 이였다. 알쏭달쏭한 세상을 앞뒤분명하게 살다보니 넘어져 코를 깨기도 일쑤였던 이다.

그리고 이제는 예전을 돌아보며 그때 왜 그렇게 화를 냈는지, 슬퍼하고 고집을 부렸었는지 알 수 없는 나이가 되어버렸다. 그는 당연하다는 듯 그라운드로의 복귀를 얘기한다. 축구는 아직도 그의 존재이유이기 때문이다. 그가 다시 그라운드에 선다면 한결 포용력있는 멋진 모습을 보여줄 것 같다.

같은 방송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축구선배 김병지가 말한다. “천수 축구 정말 잘하는 선수였어요. 그리고 축구 그만두니까 사람이 아주 괜찮아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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