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뼈가 조각나고도..' 2루로 공 던진 로저스, 그리고 울었다

김우종 기자 / 입력 : 2018.06.06 0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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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을 다친 직후 아파하는 로저스의 모습 /사진=뉴시스





아웃을 하나 더 잡기 위해, 팀을 위해 던진 공에는 피가 묻어 있었다.


지난 3일 서울 잠실야구장. 넥센-LG전.

넥센이 0-3으로 뒤진 3회말. 무사 2루서 로저스가 김현수를 상대했다. 앞서 1회 1실점 한 뒤 3회 박용택에게 2타점 적시타를 허용한 로저스였다. 더 이상의 실점은 허락하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로저스의 초구를 김현수가 받아쳤다. 타구는 투수 쪽으로 향했다. 로저스가 몸을 뒤쪽으로 움츠렸다. 동시에 직선 타구를 막으려 두 손을 모았다. 그러나 불운하게도 타구가 글러브를 낀 왼손이 아닌 맨 오른손을 강타했다. 로저스는 즉시 강판, 병원으로 긴급하게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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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넥센 관계자는 "크게 로저스의 손가락 뼈마디 네 군데가 부러졌다. 뼈가 부스러졌다는 표현이 맞겠다. 정확한 상태와 복귀 시점 등은 다친 손가락을 열어본 뒤 수술을 해봐야 알 것 같다"고 밝혔다. 수술은 오는 8일에 받을 예정이라고 한다.

로저스가 쓰러졌다. 수술대에 오른다. 이제 언제 돌아올 지 모른다. 그는 악동 이미지가 강하다. 그는 2015년 대체 외인으로 시즌 도중 한화에 왔다. 그게 한국과 맺은 첫 인연이다. 그해 로저스는 '언터처블 피칭'을 펼치며 깊은 인상을 남겼다. 10경기 6승 2패. 평균자책점 2.97. 완봉승만 3차례 거뒀다.

2016년 팔꿈치 부상으로 한화를 떠난 뒤 올해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다. 넥센이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예전만큼은 아니었지만 여전히 공은 위력적이었다.

하지만 튀는 행동으로 찍히기도 했다. 한화와 개막전에서는 경기 중 옛 동료들을 상대로 머리를 글러브로 때리는 등 심한 장난을 쳤다. 한화가 공식 항의했고, KBO도 엄중 경고를 했다. 로저스도 취재진 앞에서 풀 죽은 모습을 보였다. 그랬던 그가 많이 다쳤다.

5일 구단 관계자는 "로저스가 당시 부상을 입고 그라운드를 빠져나온 후 얼마나 아픈지 울더라. 평소 악동 이미지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팀 외국인 선수가 그러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참 아팠다"고 했다.

8일 수술을 앞둔 로저스는 5일 두산전을 앞두고 경기장에 나와 동료들의 훈련을 지켜봤다. 손가락은 부러졌지만 그는 여전히 야구장에 있고 싶은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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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릿. 공이 손에 맞는 순간 뼈가 산산 조각났다는 것을 직감했을지 모른다. 이내 그의 손가락에서는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으니까. 그래도 로저스는 2루로 공을 던졌다. 부서진 손으로 던진 공은 어쩔 수 없이 힘없는 포물선을 그렸다. 그리고 나서는 공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끝까지. 아웃을 하나 더 잡는 걸 확인할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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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종 | woodybell@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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