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선무비] 마약보다 섹스가 무서운 영등위

[전형화의 비하인드 연예스토리]

전형화 기자 / 입력 : 2018.05.26 08:30 / 조회 : 44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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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영 감독의 '독전'이 22일 개봉했습니다. 한국영화로는 42일만에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습니다. 이번 주말 150만명 이상을 동원할 것 같습니다. 많은 관객들이 몰리고 있습니다.

'독전'의 흥행에는, 여러 요소가 있습니다. 강렬한 비주얼과 액션, 배우들의 연기, 심장을 자극하는 음악, 세심한 연출 등등이 이유로 꼽힙니다. 여러 흥행 요인 중 하나는 등급입니다. '독전'은 15세 이상 관람가 등급을 받았습니다.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을 받았다면 아무래도 흥행에 악재로 작용했을 터입니다.

'독전'은 기자시사회에서 첫 공개된 이래 등급을 놓고 줄곧 말이 많았습니다. '독전'이 왜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이 아닌지 의아하다는 반응이었죠. 당초 '독전'은 마약 소재 범죄물인 만큼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을 받을 것으로 예상됐습니다. 원작인 두기봉 감독의 '마약전쟁'은 한국에서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으로 상영됐습니다.

영상물등급위원회(이하 영등위)는 '독전'이 "마약조직과 수사관의 대결을 그린 영화로 폭력묘사와 마약의 불법 제조 및 불법거래 등 약물에 대한 내용이 빈번하게 등장하지만 제한적으로 묘사됐다"며 "전반적인 수위를 고려할 때 15세 이상 청소년이 관람할 수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독전'을 본 관객이라면, 묘사 수위가 정말 제한적일까라는 의문이 들 것입니다. '독전'은 노출에 잔인한 액션, 무엇보다 마약 흡입 장면이 고스란히 묘사됐습니다. '독전' 후기에 마약을 그렇게 흡입하는 줄 처음 알았다는 반응이 적잖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등위가 '독전'에 15세 이상 관람가를 준 건, 마약 소재를 다루지만 약물에 대한 미화가 없고 영화 내용이 전반적으로 권선징악에 가깝기 때문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실제로 '독전' 제작사는 영등위에 이 같은 점을 강조해 심사 소명서를 제출했습니다. '독전' 제작사는 애초 영등위에 15세 이상 관람가로 등급 신청을 했습니다.

'독전'에 대한 영등위 판단은 존중합니다. 묘사 수위보다는 영화 전반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했다는 뜻일 테니깐요.

하지만 잣대가 고무줄입니다. 이창동 감독의 '버닝'은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을 받았습니다. 영등위는 "'버닝'이 세 남녀의 비밀스러운 관계를 그린 영화로 남녀 성행위 장면과 흉기 살해 등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내용들이 자극적으로 묘사되었고, 살인과 방화 충동이라는 주제 등 청소년에게 유해한 내용들을 포함하고 있는 청소년관람불가 영화"라고 결정했습니다.

'버닝'을 본 관객들은 의아할 것입니다. '버닝'에서 성행위 묘사 수위는 낮습니다. 흉기 살해는, '독전'과 비교하면 턱없습니다. 영등위는 '버닝' 주제가 살인과 방화 충동이라 청소년에게 유해하다고 밝혔습니다. 과연 '버닝' 주제가 살인과 방화 충동인가요?

'독전'은 묘사 수위보다는 영화에 대한 이해를 우선 했건만, '버닝'은 영화에 대한 이해보다는 묘사 수위를 우선 한 모양입니다.

'버닝'은 제작사가 영등위에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으로 신청을 했습니다. 그러니 영등위로선 큰 고민없이 청소년관람불가로 등급을 결정했을 것입니다.

그래도 겸연쩍습니다. '독전'과 '버닝'이 동시에 상영되고 있으니깐요. '독전'과 '버닝'을 모두 관람한 관객들이라면, 두 영화의 등급을 납득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두 영화의 등급이 바뀌었다고 생각하거나, 두 영화 모두 같은 등급이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마도 영등위는 마약보다 섹스가 더 청소년에게 유해하다고 판단한 것 같습니다. 적어도 '독전'과 '버닝' 등급을 보면 그렇습니다.

옛날 어린이들은 호환, 마마, 전쟁 등이 가장 무서운 재앙이었으나, 지금은 섹스가 그런 모양입니다. 세상이 바뀌어도 참 바뀌지 않는 것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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