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하인드]'버닝' 속 음악..'사형대의 엘리베이터', '터치 마이 바디'

김현록 기자 / 입력 : 2018.05.26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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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화 '버닝'의 전종서와 이창동 감독


이창동 감독이 8년 만에 선보인 영화 '버닝'은 감독의 변모를 드러내는 작품입니다. 음악 또한 그 중 하나입니다. 그간 음악을 쓰는데 유난히 소극적이었던 이창동 감독은 '버닝'에 이르러 음악을 대단히 적극적으로 활용합니다. 영화의 시작과 함께 화면에는 세 주인공 유아인 연상엽(스티븐 연) 전종서 등의 이름이 등장합니다. 이는 홍경표 촬영감독과 신점희 미술감독, 그리고 음악 감독 모그(Mowg)로 이어져 마무리될 정도입니다.

'버닝'의 음악들은 적극적으로 존재를 드러냅니다. 화면과 어우러져 오묘한 감흥을 불러일으키기도 하고, 어떤 기운을 고조시키기도 합니다. 148분이란 짧지 않은 러닝타임에도 '버닝'에서 내내 눈을 뗄 수 없는 데는 음악도 분명 한 몫을 합니다.


이창동 감독은 "이전에는 음악을 최대한 절제했다. 영화에서 소리는 원래 있는 것이고 음악은 영화 밖에서 심은 것"이라면서 "이번에는 음악 또한 장면에 필요한 음악이 아니라 그 음악 자체가 독립적으로 존재하는데 그것이 영화에서 마치 우연히도 뭔가를 만들어내는 것을 원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의 이런 생각이 가장 극적으로 드러난 장면은 바로 노을을 배경으로 해미(전종서 분)가 춤을 추는 장면입니다. 남루한 삶을 살아가면서도 끊임없이 삶의 의미를 갈구하는 여자 해미는 대마초에 취해 지는 노을을 바라보다 말고 웃옷을 벗어던진 채 춤을 춥니다. 지는 해가 뿜어내는 마법같은 빛을 맞으며 보이는 그녀의 몸짓은 숨막히게 아름답지만, 보는 이들을 긴장시킬 만큼 숨막히는 기운으로 가득합니다. "그녀가 구하는 아름다움이 원초적으로 담기길 원했다"는 게 감독의 설명입니다.

이 순간 흘러나오는 것은 마일즈 데이비스의 재즈 연주곡입니다. 의미심장하게도 영화 '사형대의 엘리베이터'(Ascenseur pour l'échafaud, Lift to the Gallows)에 삽입된 곡입니다. "그 순간의 불길함"을 더욱 고조시키는 느낌마저 듭니다.


해미가 춤추는 순간 들려오는 완전히 다른 음악도 있습니다. 해미가 처음 등장하는 신에서는 걸그룹 씨스타의 노래를 들을 수 있습니다. 극중 내레이터 모델 아르바이트를 하는 해미는 민소매 탱크톱에 짧은 치마를 입고서 씨스타의 '터치 마이 바디'(Touch My Body)에 맞춰 몸을 흔들고 있습니다. 이창동 감독이 직접 노래를 골랐습니다.

이창동 감독은 "우리 살고 있는 거리의 한 모습"이라면서도 이를 통해 여성을 바라보는 어떤 시각을 표현했음을 숨기지 않았습니다. 그는 "'터치 마이 바디'라는 제목도 그렇지만 일종의 성적 상품화다. 그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거기에 춤추고 있다"고 설명하며 노래 하나에도 놓치지 않고 심은 숨은 의미를 짚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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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영화대중문화 유닛 김현록 팀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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