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인터뷰] 전종서 "다르다는 걸 인정했으면"

전형화 기자 / 입력 : 2018.05.24 09:53 / 조회 :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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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종서/사진제공=CGV아트하우스


데뷔작으로 이창동 감독 영화 주연이 된 배우. 그 영화로 칸국제영화제에 입성한 신예. 전종서는 자신에게 붙은 이 타이틀에 크게 연연하지 않는다. 그저 '버닝'으로 배우 뿐 아니라 인간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배웠다고 토로했다. 칸 레드카펫을 밟은 건, '버닝'을 함께 한 동료들과 다시 만나 일할 수 있었던 기회였을 뿐이라 했다.

주목할 신예인지, 남다른 배우인지, 전종서는 이제 출발점에 섰다.

-'버닝'은 왜 했나.

▶오디션이 있다는 걸 알고 봤다. 과정이 순식간에 지나가서 자연스럽게 합류한 건지 하려고 해서 한 건 아니다. 선택을 받은 것이다. 지금 소속사를 만나고 3일도 안돼 '버닝' 오디션을 봤다. 회사에 들어갔으니 이제 오디션을 많이 보겠구나란 생각이었지, '버닝'에 대해 구체적으로 잘 몰랐다. 그냥 나는 신인이고 '버닝'이란 작품이 있다는 걸 알고 있었을 뿐이다. 이창동 감독님이 얼마나 대단한 분인지도 잘 몰랐다. 그 전에 감독님 영화는 '밀양'을 봤을 뿐이다.

-오디션 조건에 노출이 있다는 게 명시돼 있었는데 부담스럽지는 않았나.

▶배우 뿐 아니라 이 직업이 아닌 분들도 자기가 보여줘야 하는 걸 보여주는 데 편견이나 거부감은 없다.

-오디션은 어떻게 진행됐나.

▶6~7번 정도 진행됐다. 처음에만 일반 오디션 같았고 나머지는 다 대화 형식이었다. 첫 오디션 때는 드라마 '케세라세라'에서 정유미 대사를 했다. 배추가 김치가 되는 과정을 사랑에 비유한 대사였다. 그 뒤로는 감독님, 작가님 등등과 계속 대화를 하는 형식으로 진행했다.

-합격이란 연락을 받았을 때 느낌은.

▶기다리는 입장에서 (대학)합격 발표를 기다리는 것처럼 복잡한 마음이었다. 그래도 합격이 되면 어떨 것이다, 합격이 안되면 어떨 것이다, 그런 식으로 결과를 받아들일 준비를 이미 했었다. 합격 됐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물론 좋았지만 걱정과 염려도 많았다. 겁도 나고 궁금하기도 하고.

-이창동 감독의 영화를 하기에 칸에 갈 수도 있다는 기대는 없었나.

▶잘 몰랐다. 이창동 감독님이 어떤 분인지. 감독님과 계속 대화를 통해서 받았던 느낌은 아버지 같은 사람이다. 감독님보다는 선생님 같았다. 어른이고. 인간 대 인간으로 대화를 계속 했기에 감독이라고 어려워할 분위기도 아니었다. 부담감이 그래서 없었다. 배려와 존중을 해주셔서 내가 성장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데뷔작으로 칸국제영화제에 직행했다는 점에서 '아가씨' 김태리와 비교되곤 하는데.

▶얘기가 자주 되고 비교되는 건 알고 있다. 제 입장에서 그렇게 크게 신경쓰고 있는 부분은 아니다. 비교되는 이유는 알 수 있지만.

-이창동 감독은 디렉션이 구체적인 감독은 아닌데 어떤 걸 주문하던가.

▶저라는 애 자체에 대해서 이해를 계속 해주셨다. 어떤 말을 하고 어떤 표정을 짖는지. 카메라 앞에서 할 수 있는 건 다 허용해줬다.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라, 대신 상황에 대해 인지하고 시뮬레이션을 해라고 하셨다.

-해미라는 캐릭터를 이해했나.

▶네. 촬영장에서 감독님이 허락하신 분위기가 어떤 커넥션이 돼 알 수 있게 해줬다. 마임 수업이 (해미를 이해하는데)정서적으로 도움이 됐고.

-유아인과 호흡은 어땠나.

▶사소한 것 하나부터 큰 것까지 멘토링을 해주신 분이다. 내가 카메라 구도를 잘 모르니 유아인 선배를 가렸던 적이 있다. 그런 것에 대한 조언부터 많은 것을 해주셨다. 스티븐연도 마찬가지다. 두 사람이 현장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든든했다.

그냥 종수였고, 그냥 벤이었다. 그래서 내가 해미로 있을 수 있었다.

-서로 친분을 쌓으려 했던 시간들은 없었나.

▶저도 처음에는 뭔가 얘기를 많이 하면서 친해져야 하는 줄 알았다. 그게 아니더라. 하다 보니 흐름에 따라가면서 그렇게 되더라.

-베드신은 어땠나. 어려운 연기인데.

▶리허설을 먼저 했다. 어렵지 않았다. 다른 신과 다르지 않았다. 어렵지 않도록 해주는 분위기였고. 촬영감독님만 있었고, 테이크도 많지 않았다. 한 테이크가 끝나면 신속하게 정리하고 다시 준비하는 그런 현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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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종서/사진제공=CGV아트하우스


-칸에선 어땠나.

▶계속 인터뷰를 진행했다. 날씨가 너무 뜨거웠고 다들 지쳤다. 현지 스케쥴이 많았다. 다 끝나고 나서야 서로 모여 영화에 대한 이야기들을 나눴다.

받았던 질문들 중에선 '버닝'이란 프로젝트로 당신은 무엇을 배웠나는 게 있었다. 답을 하면서 정리가 되더라. 아무것도 아닌 내가 '버닝'이란 큰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어른들의 배려가 없었다면 진행이 안될 상황들이 많았다. 살면서 그런 배려를 받아본 적이 없었다. 배우로, 인간으로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배웠던 시간이었다. 교훈적인 시간이었다.

-칸에선 동료들과 어떤 이야기들을 주고 받았나.

▶수상이 중요한 게 아니다, 상이나 레드카펫이나 그런 것들을 '버닝'의 비닐하우스와 비유해서 많이 이야기했다. 사실 아닌 허상이라고.

-스스로에게 쏟아지는 관심도 그렇게 생각하나.

▶이게 현실일지 자주 왔다갔다 한다. 취하고 싶지 않다. 중심을 잘 잡고 균형을 잡고 싶다.

-마약에 취해 춤을 추는 장면은 어떻게 준비했나. 해미에게 가장 중요한 장면인데.

▶그 춤을 기점으로 해미가 사라지고 종수가 흔적을 트래킹한다. 그걸 알릴 기회이자 보여줘야 하는 장면이었다. 3분 정도 노래에 맞춰 마임을 준비했다. 그런데 현장에서 감독님이 준비한 걸 다 잊고 네가 하고 싶은대로 하라고 하셨다. 그 장면은 4일 정도 진행했다. 3일은 리허설을 하고. 본 촬영은 당일에 했다. 노을이 지는 시간이 짧아서 많은 준비를 했다. 여러가지 춤을 췄다. 마임으로 새를 표현하는 장면도 있었고, 전혀 다른 것도 있었다. 감독님과 스태프들이 다 동의한 장면을 영화에 썼다.

-칸으로 출국할 때 찍힌 사진으로 많은 말들이 쏟아졌는데. 왜 그랬나.

▶울었다. 개인적인 일로. 정신없이 울고. 감정을 정리했다. 그런데 사진이 또 찍혔다. 어떤 게 맞는지, 누가 맞고 틀리다는 걸 정하는지 잘 모르겠다. 내 불찰이다. 다르다는 걸 인정했으면 좋겠다. 다른 걸 틀리다고 하지 말고. 모든 사람은 다 다르다. 그 다름을 인정했으면 좋겠다.

그런 반응이 있었던 건 그렇게 13시간 동안 비행기를 타고 칸에 도착해서 연락을 받고서야 알았다. 혼란스러웠다. 사람은 다 다르다. 다르다고 틀렸다고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칸에서 동료들이 아무도 왜 그랬는지는 묻지 않았다. 왜 컨디션이 안좋았는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물었다. 그래서 울었다고 했다. 울수도 있지 않냐고. 내가 운 이유는 묻지 않았다.

-본인이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았든 많은 말들이 만들어지는 세계에 들어왔는데.

▶배우...언제까지 연기를 할지는 모른다. 사람일은 모르니깐. 불 같이 일어나는 일을 일일이 돋보기로 확대해서 보고 싶지 않다. 나를 떨어져서 바라보고 싶다. 관조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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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종서/사진제공=CGV아트하우스


-'버닝'을 본 소감은.

▶기술시사 때 처음 보았다. 내가 나오는 장면을 못 보겠더라. 객관화가 안되더라. VIP시사회 때 두 번째로 봤다. 그 때는 형식으로 본 것 같다. 칸 뤼미에르 극장에서 세 번째 봤는데 그제서야 비로소 보이더라. 감독님이 영화를 통해 대중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와 해답 같은 게 느껴지더라.

-어떤 게 느껴지던가.

▶그것들이 뭔지는 잘 모르겠다. 내가 더 성장하고 스펙트럼이 커진다면 그 만큼 볼 수 있는 영화인 것 같았다. 다만 25살 여자애인 나에게 '버닝'은 그냥 살라고 하는 이야기 같았다. 청춘이니깐 즐기라고. 나이듦은 자연의 순리니깐 그저 지금 마음 내키는 대로 살라는 이야기였던 것 같다. 친구들도 그렇게 느낀 것 같더라. 위로랄까.

삶이란 게 그 후가 중요하지 않나. 좋다가 슬프고, 행복한 건 순간이고 슬픔이 찾아온다. 해미는 분명 선택을 했을 것이다. 어딘가에서 자기가 선택한 대로 살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버닝'에서처럼 전종서에게도 그레이트 헝거가 있나.

▶있다. 항상 찾는다. 그렇다고 갈망해서 뭔가를 하는 건 아니다. 갈망이 충족된다고 그게 이뤄지는 건 아니니깐. 이 순간 행복하자, 그게 삶의 의미다.

-'버닝'의 여성관에 대한 비판도 있는데.

▶해미는 돈 많은 남자를 선택한 게 아니다. 오히려 '버닝'은 강하고 자유로운 여성을 표현했다고 생각한다. 강인한 자유로움. 그것이 여성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걸 (여성 캐릭터를)소비한다고 폄하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어떤 장면이 가장 힘들었나.

▶첫 촬영. 유아인과 만나는. 죽을 뻔 했다. 영화 촬영 자체가 처음이고, 그런 현장 자체가 처음이었다. 그 불안을 해소시킬 데가 없었다. 매 촬영마다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있었다.

-왜 연기를 하기로 했나.

▶연기할 때는 다른 세상에 있는 것 같다. 연기할 때는 거짓을 할 수가 없다. 그래서 모니터를 하게 되면 나라는 애 자체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게 좋다. 나라는 애가 저렇게 웃을 수도 울 수도 있구나.

-차기작은.

▶아직 없다. '버닝' 일정에 집중하고 있다.

-'버닝'으로 주목 받았지만 다시 처음 오디션으로 돌아가야 돼 불안함은 없나.

▶어떤 형태로든 자기 검열이 있을 것이다. 앞에 뭐가 올 지 모르지만 대면할 것들에 임할 자세는 준비돼 있다. 다만 뭘 대면할지 모르니깐 불안함이 크다. 불안함이 나를 흔들지 않도록 근육을 단단히 하려 하고 있다.

-요즘 관심사는.

▶옷이다. 스타일리스트 언니랑 옷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눈다. 유아인, 스티븐연을 보면서도 많이 배운다.

-셋이 화보 촬영 할 때는 어떻게 포즈를 잡아야 할지 명확히 아는 것 같던데.

▶상황이 정확하고 디렉션이 명확하면 이해가 쉽다. 그런 게 아니면 무슨 말을 하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버닝'과 칸, 이런 일정들을 소화한 소감은.

▶'버닝' 촬영이 끝나고 너무 아쉬웠다. 이제 막 친해졌는데 사람들과 헤어지기가 아쉬웠다. '버닝'은 내게 일이 나이었다. 그래서 칸은 동료들이랑 어딘가로 떠난 것이었다. 그게 칸이었다. 같이 있고 홍보하고 영화에 대해 이야기하고. 그게 의미가 컸다.

-우물은 있었나.

▶오히려 감독님이 내게 우물이 있었냐고 물어봤다. 있었을 수도 있고, 없었을 수도 있다. 그래야 벤을 좋아했을 수도 있고, 종수를 좋아했을 수도 있다. 죽었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 그렇게 의미를 부여하지 않으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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