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인터뷰] 류준열 "'독전'으로 연기하는 맛 배웠다"

전형화 기자 / 입력 : 2018.05.23 15:56 / 조회 : 19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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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준열/사진제공=NEW



류준열. '응답하라 1988'로 스타덤에 올랐다. 쉬지 않고 일했다. 기라성 같은 선배들과 호흡을 맞췄다. 영화에선 주도하기 보다는 또 다른 감성을 주로 담당해왔다. 주연에 욕심도 있을 법 하건만, 배운다는 생각으로 작품들에 임했다.

22일 개봉한 '독전'(감독 이해영)은 좀 다르다. '독전'은 아시아 최대 마약 조직의 숨은 보스 이선생을 잡으려는 형사 원호(조진웅)의 이야기. 류준열은 원호를 도와 이선생을 쫓는 마약조직원 락 역을 맡았다. 류준열은 여전히 여러 배우들 중 한명이지만, 흐름을 이끈다. 류준열의 표정 없는 표정이, 영화에 긴장감을 드린다. 조진웅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이 '독전'의 또 다른 시선이다. 류준열을 만났다.

-'독전'은 왜 했나.

▶시나리오가 정말 재밌었다. 시나리오를 한번에 잘 못 읽는다. 그래서 시나리오를 볼 때 단숨에 있는 게 저한테는 중요하다. '독전'은 멈추지 않고 단숨에 읽을 정도로 몰입됐다. 이해영 감독님의 전작도 좋아했고, 조진웅 선배와도 꼭 해보고 싶었다.


사실 내가 맡은 락이란 캐릭터는 연기하기 어려울 것이라 생각했다. 대사도 별로 없고. 고민을 많이 했다. 감독님과 대화를 하면서 어느 정도 그 고민을 해소했다.

-'독전'은 비로소 류준열의 분량이 많다. 주도하는 역할이고. 스타덤에 일찍 올랐던 것에 비해선 영화에서 주연을 맡기까지 시간이 제법 흘렀다. 주연에 대한 갈망은 없었나.

▶그런 갈망이 있었으면 더 빨리 (주연을 맡는 영화를) 하지 않았을까 싶다. 다양한 역할을 해왔다고 묻는다면, 그런 의도가 있었다기보다 시나리오를 읽고 재밌으면 했는데 어쩌다보니 이렇게 돼 나도 신기하다. 하고 싶다기보다 어떤 흐름에 따라 이렇게 된 것 같다.

-말한 것처럼 대사가 별로 없어서 표현하기가 쉽지 않은 역할이었는데.

▶나 같은 초짜 배우들한테 대사는 감정을 표현하기가 가장 크고 쉬운 무기다. 그래서 대사가 별로 없는 건 큰 고민이자 걱정거리였다. 대사가 없으니 초반에는 감정 표현을 하는 데 어려움도 많았다. 그러다가 점점 고민의 편차가 줄었다. 감독님이 주로 첫 테이크에 오케이를 하셨는데 그게 좋아서 오케이인지 의아스럽기도 했다. 점점 하다보니 재미랄까, 맛이랄까, 그런 걸 느꼈다. 아 대사 없이 감정을 표현한다는 게 이런 것이구나.

-대사도 별로 없는데 표정도 별로 드러낼 수 없는 캐릭터였는데.

▶사실 초짜 배우들은 대사가 없을 때는 표정으로 다양하게 감정을 드러내야 하는 법이다. 이번에는 표정은 일관되게 하되 그 안에는 다양한 감정이 들끓어야 했다. 그래서 그런 점에 솔직하려 노력했다. 내 감정에 솔직하지 못할 때는 여지없이 NG였다. 나 스스로 괜찮았다 싶을 때는 오케이였고. 내가 솔직했다 싶을 때 조진웅 선배도 고개를 끄덕이더라. 그런 순간들이 짜릿했다.

-어머니 제사 장면에서 감정을 드러낼 법도 한데 그렇지 않았는데. 브라이언(차승원)과 장면은 또 다르고.

▶그 장면에서 감정을 보여주는 게 도움이 될까 생각했다. 감독님도 원하지 않았다. 이미 처음 영안실 장면에서 어머니와 할 이야기는 다 했다고 생각했다.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게 중요했다. 브라이언(차승원)과 장면은 한번에 오케이가 났다. 중요한 장면이라 감독님과 많은 대화를 하고 들어갔던 장면이기도 하다. 난 개인적으로 '독전'은 반전이 중요하기보다는 과정이 중요한 영화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노르웨이 장면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그 과정을 쫓아가도록 연기하려 했다.

-농아 남매와 수화를 하는 연기를 하는데. 많이 준비했나.

▶다들 고민이 많았다. 수화를 배우면서 느낀 건데 리얼하게 수화를 연기하면 관객들에게 감정 표현이 잘 전달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래서 과장한 부분이 없지 않다. 수화로 연기하되 감정을 더욱 드러내도록 했다.

-이해영 감독은 락에서 관객이 매력을 느꼈다면 그건 류준열의 매력 때문이라고 했는데.

▶감독님의 응원이 아닐까 싶다. 나는 락을 연기하면서 연민을 많이 느꼈다. 이 캐릭터의 전사를 모른다는 것에 갈증이 있었다. 굉장히 외롭고 작은 아이다. 자신이 누구인지를 모르고, 찾고 싶은 아이였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원호를 통해 자신을 보고 있었을 것이라 생각했다. 노르웨이 장면이 좋은 건 그래서 그렇다. 락이 원호로 스스로를 마주하게 된 장면이기 때문이다. 사랑까지는 아니지만 가장 잘 아는 사람을 만난 것이니깐.

-락은 복잡한 캐릭터인데.

▶'독전'은 반전이 핵심 포인트인 영화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내가 누구인지를 보여주는 게 아니라, 외로움 그 자체에 집중해야 하고, 그 과정을 쫓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내 생각에 감독님도 좋아하고 동의 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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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준열/사진제공=NEW


-늘 배운다고 했는데, 이번에는 뭘 배웠나.

▶감정을 주고 받아야 한다는 것. '침묵'을 할 때 최민식 선배에게 배우 대 배우로 연기해야 한다는 걸 배웠다. 선후배가 아니라. 서로 배운다기보다 인물 대 인물로 만나야 작품이 산다는 걸 배웠다. 영화 위에 배우 없다고 하지 않나. 그런 점을 이번에 더 배웠다.

-상대역들이 쟁쟁했는데.

▶첫 리딩 때 사실 어느 정도 어떻게 연기를 할 것인지를 예상할 수 있는 법이다. 그런데 '독전'은 다들 리딩 때 드라이하게 연기했다. 그래서 더 궁금했다. 어떻게 연기할지. 엄청나게 내 예상과 빗나갔다. 아직 멀었다. 류준열. 이렇게 생각하게 됐다.

김주혁 선배는 어쩌면 뻔하고 식상하게 그려질 수 있는 캐릭터인데, 처음 촬영장에서 대사를 할 때 이렇게 하시려 했구나란 생각이 들더라. 엄청 긴장감이 느껴졌다. 주혁 선배는 말수가 별로 없으셨다. 따뜻했고.

박해준 선배는 워낙 착한 분인데 슛이 들어가면 갑자기 미쳐버리는 듯한 연기를 했다. 진서연은 다들 넋 놓고 봤다.

-후시 녹음은 어땠나.

▶원래는 후시 녹음에 부담이 많았다. 후시 녹음을 할 때 촬영장에서 감정 만큼 잘 표현하지 못하는 편이니깐. 그래도 촬영장에선 나 때문에 힘들고 계속 다시 할까봐 후시에서 잘하니깐 그냥 가시죠,라고도 했었다. 이번에는 달랐다. 후시 녹음을 잘 못하는 걸 아는 만큼 현장에서 더욱 집중했다.

-이번에는 소위 잘생김을 더 잘 연기했는데.

▶락이 멋있다고 생각하고 연기하지 않아서 잘 모르겠다. 그보다 외롭다, 공허하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하고 연기하다보니 사람이 어두워지는 경향이 생기더라. 그래서 다음에는 코미디를 했으면 싶다.

-쉬지 않고 소처럼 일한다는 평을 듣고 싶은데. 조바심 때문인가. 조진웅을 보면서 어떻게 저렇게 다양한 작품을 하면서 지치지 않고 매너니즘에 빠지지 않고 연기하는지 궁금했다고 한건, 스스로 그렇기 때문이었을텐데.

▶조바심 때문이라기보다, 그런 걱정을 했다기보다는, 이렇게 쉼없이 하다보면 그런 생각을 하게 되지 않을까란 고민이 들었다. 난 아직 갈 길이 멀다. 배울 게 많고. 배움이 줄어들면 배우는 끝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장점이 있다면 배우는 걸 즐기는 것이라고 생각하기도 하고. 그런데 조진웅 선배를 보니깐 정말 열정적이더라. 나랑 조진웅 선배, 이해영 감독님과 셋이서 첫 미팅을 하는데 자기가 생각하는 걸 정말 열정적으로 표현하더라. 막 의자에서 일어나서 막 연기를 했다. 대단했다. 저런 것이구나란 생각을 했다. 정말 즐기면서 하고 있고, 그래야 하는구나라고 생각했다.

빨리 더 성장해야 한다거나, 새롭게 주목받는 배우에게 따라잡힐까 그런 조바심은 없다. 다른 사람이 곧 이슈가 된다는 건 정말 바로 알았다. 이렇게 되는 게 당연하구나라고 생각했고. 그러다보니 난 연도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이 작품을 끝나면 다른 작품을 하고. 그렇게 시간이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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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준열/사진제공=NEW


-다작을 한다는 생각은 안하나.

▶여기서 한 작품을 더 하면 다작일 수는 있겠지만 그렇지는 않으니깐. 쉴 만큼 쉬고 있고. 또 현장에서 짜릿한 순간이 즐겁다. 다만 류준열로 사는 시간과 배역으로 사는 시간 중에 배역으로 사는 시간이 더 많은 것 같긴 하다.

쉬는 시간은 요즘은 영감을 받는 데 많이 쓰는 것 같다. 예전에는 쉴 때는 피곤하더라도 놀려고 했다. 보상심리라고 할까. 그런데 요즘은 음악이나 사진을 본다. 영화는 전부터 많이 봤고. 특히 좋은 사진을 보면 넋을 놓고 보게 된다. 꾸밈없고 솔직한 사진에서 주는 감정이 나중에 현장에서 도움을 주는 것 같다. 영감을 받는다는 게 이런 게 아닌가 싶다.

-자기 관리를 잘하는 편인데.

▶나도 예전에는 새벽 두시에 라면 먹고 자고,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났다. 그런데 배우란 일에 대해 배우면서 건강해야 오래 할 수 있는 일이란 걸 알게 됐다. 자기계발서도 많이 보고.

-팬들의 사랑이 남다른 편인데. 왜 그렇게 좋아해주는 것 같은가.

▶비슷한 사람들끼리 서로 좋아하고 찾고 그러는 것 같다. 한 번 좋아하면 오래 마음을 안 바꾸고. 그런 게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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