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인터뷰]'너목보5' 임채언, 실패만 경험한 그가 꾸는 꿈

이정호 기자 / 입력 : 2018.05.24 08:49 / 조회 : 2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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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임채언/사진=임성균 기자


케이블채널 엠넷 '너의 목소리는 보여5'(이하 '너목보5')의 최대 수혜자는 가수 임채언(30)이 아닐까. MC와 패널, 시청자들마저 단숨에 사로잡을 만큼 뛰어난 가창력을 가지고 있었으며, 과거 가수로 활동했던 그가 JYP엔터테인먼트 주차관리자로 일하고 있다는 사연이 공개되며 화제가 됐다.

그러나 임채언은 가수로서 재기를 생각하고 '너목보5'에 출연했던 것이 아니었다. 유튜브를 준비하고 있었던 그는 '너목보5' 출연한 뒤 그 타이틀을 이용하려고 했던 것뿐이다. 그러나 자신의 예상과는 다르게 크게 화제가 됐고, 인생의 큰 전환점을 맞이했다.

최근 밀리언마켓과 전속계약을 맺으며 가수의 꿈을 다시 키우고 있는 임채언을 지난 17일 인터뷰를 위해 만났다. 그는 두 달 사이에 많은 변화가 있었고, 정말 바쁘게 지내고 있다며 웃었다.

"프로그램 출연 후 크게 변한 것은 이제 JYP엔터테인먼트 주차관리자로 일하지 않다는 것이죠. 하하. 그것 말고는 똑같아요. 매일 노래부르고 연습하죠. 그리고 회사에서 진행하는 버스킹 프로젝트가 있는데 그것도 준비하고 있고요. 나름 바쁘게 지내고 있어요."

임채언이 '너목보5'에 출연하게 된 과정은 생각보다 단순했다. 우연히 2014년 가수로 무대에 오른 임채언의 영상을 본 '너목보5' 작가는 매력을 느껴 수소문 끝에 임채언을 찾았고, 출연을 권유했다. 출연을 결심한 임채언의 이유는 뜻밖이었다.

"사실 창피한 이야기인데요. JYP 주차관리자로 일하는 것은 당시 저에겐 나름 만족스러운 일이었어요. 개인 시간도 많이 주어지고, 급여도 저한테는 괜찮았어요. 노래를 계속 부르고 있던 제게 가장 알맞은 일이었죠. 그러나 점점 이걸로는 돈벌이가 부족해져서 유튜브를 하려고 준비하기 시작했어요. 그러던 중 '너목보5' 출연 권유를 받은 거죠. '그럼 '너목보5'를 이용해서 유튜브를 하면 조금 더 잘될 수 있겠다' 생각해서 출연을 결심했고요. 그래서 당시 무대에서 노래를 부를 때 크게 긴장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카메라 앞에서 부르는 마지막 노래라고 생각해서 그랬나 봐요. 그런데 이렇게 잘 풀릴 것이라곤 생각하지 못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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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임채언/사진=임성균 기자


그렇게 녹화를 마친 임채언의 삶은 예전과 같았다. 여전히 JYP엔터테인먼트로 출근하고, 6시간 근무 뒤에는 퇴근하고 노래를 불렀다. 얼굴이 팔릴 것이라는 주변 우려에도 불구하고 그는 별 신경을 쓰지 않았다. 임채언은 "거기서 근무하며 사실 가수를 마주칠 일이 거의 없다. 대부분 매니저와 만난다. 얼굴 팔렸다고 '일을 그만해야지' 이런 생각을 가지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출연하고 한 달을 더 일했어요. 방송 나가서 얼굴 팔린 일이 부끄러운 것도 아니고 그만둘 이유가 없잖아요. 방송이 끝나고 다음날 어김없이 유빈씨를 만났어요. 저를 보고 웃으면서 '실검 1위 축하한다'고 하더라고요. 같이 웃었던 일이 기억이 나네요."

방송이 나간 다음날, 그에게 또 다른 변화가 생겼다. 바로 현 소속사 밀리언마켓의 연락을 받은 것. 그는 "제가 듣기로는 종국이형과 대표님, 즉 밀리언마켓 대표님과 친하다고 했다. 방송 후 종국이형한테 의견을 구했다고 들었다"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다음날 연락을 받았는데 일하느라 늦게 봤거든요. 사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라 고민을 하고 있었는데 대표님이 다시 전화를 하셨어요. 그래서 찾아뵙고 이야기를 나눈 끝에 계약하기로 했습니다."

좋은 기회가 찾아왔음에도 불구하고 임채언은 끝까지 고민했다. 어려서부터 노래부르는 것을 좋아했고, 노래할 때 가장 행복한 그였지만 과거 가수로 활동하면서 받았던 상처 때문이다. 임채언은 인터뷰 내내 이 부분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것이 맞는지 계속 고민했으나, 과거 이야기를 하던 그는 조심스럽게 속 안에 있던 이야기를 꺼냈다.

"어려서부터 노래 부르는 것을 좋아했어요. 고등학교 때 밴드부에 들어가면서 진로를 고민했고, 하고 싶은 가수를 하기로 결정했어요. 그래서 '노래를 제대로 해봐야겠다' 생각해서 학원을 다니기 시작했고, 운이 좋게 '신친가요제'에서 입상을 했어요. 그러면서 연습생 생활을 시작했죠. 그런데 조금 이상한 회사였어요. 아무것도 가르쳐주질 않는데 그냥 애들만 모아둔 회사였죠. 여기선 가망이 없다고 생각하고 21살 때 미련없이 입대했습니다."

23살에 전역할 당시 임채언은 몸무게가 100kg이 넘을 정도로 살이 찐 상태였다. 그래서 운동을 시작했고, 6개월 만에 40kg을 감량하는데 성공한다. 이 모습을 본 트레이너가 운동을 직업으로 하는 것이 어떻냐고 제안했고 임채언은 수락했다.

"그렇게 운동을 배우기 시작했어요. 노래를 부르는 것은 좋아했지만 제 실력에 대한 자신감은 없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가수를 하려고 마음먹으면 한편으로는 '내가 해도 될까' 하고 늘 망설였어요. 그래서 다른 일들을 계속했고, 마음이 맞는 친구들과 따로 음악을 하고 앨범을 발매하기도 했죠. 주 수입원은 따로 있고 마음 편하게 음악을 하는 삶이 행복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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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임채언/사진=임성균 기자


그러던 그에게 가수로 데뷔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우연히 따라간 오디션에 합격한 것. 그렇게 다시 연습생 생활을 시작했으나 회사가 공중분해가 됐고, 거기서 얻게 된 인맥으로 다른 회사에 들어가 2014년 가수로 데뷔하게 된 것이다.

"한 달 정도 활동했었어요. 음악방송만 네 번 정도 나간 것 같아요. 당시 기억이요? 힘들었어요. 생방송 2분 분량 때문에 새벽부터 나가서 준비하고 대기하는 시간이 너무 힘들었어요. 또 신인이고 혼자다 보니까 더 외로웠던 것 같아요. 아 당시엔 방탄소년단과 같이 대기실을 썼었죠. 하하. 그러다 한 달 정도 뒤에 활동을 접었죠. 이때 자존감이 많이 떨어졌어요. 많은 일을 겪었죠. 화장실을 다녀와도 화장실을 갔다고 온갖 욕을 먹었으니까요. 그래서 '친구들과 노래할 때처럼 다시 행복해지고 싶다'고 생각했고, 다른 일을 시작했죠."

많은 상처를 받은 그는 미련없이 떠났다. 이후 택배 상하차부터 JYP주차관리자까지 다양한 일을 하던 그는 '너목보5'를 통해 재기의 발판을 마련하게 된 것이다. 20살부터 30살까지 실패만을 반복하며 힘겨운 시간을 보냈지만 임채언은 "고생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다들 그렇게 살잖아요. 저만 특별히 고생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물론 당시엔 괴롭고 힘들지만 지나가면 다시 행복해져요. 워낙 낙천적인 성격이라서요. 하하."

밀리언마켓과 계약한 그는 자신의 이름으로 된 새 앨범을 준비 중이다. 여전히 스스로 노래를 잘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그는 노래를 제대로 배우는 지금이 너무 행복하다고 말한다.

"사실 지금까지 제대로 된 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어요. 그래서 최근 회사에서 트레이닝을 받고 연습하는 과정이 너무 재밌고 행복해요. 노래를 '잘'하고 싶은 마음에 열심히 연습하고 있습니다."

프로그램 출연 후 많은 것에 변화가 생긴 임채언이지만 그의 성격은 예전과 그대로였다. 그는 언젠가는 자신처럼 힘들게 가수를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지원을 하는 일을 하고 싶다고 한다.

"가수로서 거창한 꿈이나 목표는 없어요. 그러나 이건 있어요. 저처럼 가수의 꿈을 꾸지만 힘든 일을 겪으며 중간에 포기하는 친구들이 많거든요. 그런 친구들에게 취미로라도 무대에 설 수 있게 해주는 그런 일을 하고 싶어요. 그런 친구들에게 노래를 부른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저는 알거든요. 정말 큰 꿈이고 먼 미래에 이룰 수 있는 꿈이겠지만 해보고 싶어요. 제 코가 석 자지만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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