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구★' 조재호 "당구, 모두의 스포츠 됐으면"(인터뷰)

김동영 기자 / 입력 : 2018.05.23 09:19 / 조회 : 5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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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구선수 조재호. /사진=MBC플러스 제공



한국은 세계 최정상급 선수들을 여럿 보유한 '당구 강국'이다. 조재호(38·서울시청·국내랭킹 6위)도 세계적인 강호로 꼽힌다.

최근 성적은 썩 신통치는 않았다. 국내대회에서는 지난해 6월 '양구 국토정중앙배' 우승 이후 주춤했고, 국제대회에서는 2014년 터키 이스탄불월드컵 우승 이후 우승이 없었다. 하지만 지난 4월 '2018 아시아캐롬선수권'에서 우승을 품으며 오랜 갈증을 풀었다. 같은 달 열린 터키 안탈리아 월드컵에서도 3위를 차지했다. 꾸준히 세계 정상급 기량을 뽐내는 중이다. 세계랭킹도 8위다.

실력만 좋은 것이 아니다. 당구 이미지 개선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절친한 동료 허정한(41·경남당구연맹·국내랭킹 1위·세계랭킹 12위)과 함께 당구 예능을 소화중이다.

일찌감치 당구를 진로로 결정했고, 스스로의 힘으로 정상에 섰다. 이제 당구계를 위해 더 많은 역할을 하고 싶다는 조재호다. MBC스포츠플러스 당구 예능 '7전8큐 시즌2' 촬영장에서 만난 조재호는 호랑이가 가죽을 남기듯, 당구계에 자신의 이름을 남기고 싶다는 각오를 밝혔다.

다음은 조재호와 일문일답.

- 당구는 언제 시작했나.

▶ 15살에 처음 쳤다. 중학교 2학년 때다. 그게 1995년인데, 그때 청소년보호법이 바뀌면서 만 14세부터 당구장에 들어갈 수 있게 됐다. 그때부터 당구장을 갔다.

- 당구를 업으로 삼아야겠다는 생각은 언제 했는지.

▶ 업으로 삼겠다는 생각은 당구 친지 1년 만에 했다. 고등학교 들어가기 직전에 선택을 해버렸다. 결정이 빨랐다. 그때 56~57kg 나갈 때였고, 태권도를 하고 있었다. 집에서는 공부를 원했다. 당구에 빠지면서 둘 다 포기했고, 당구를 택했다.

- 굉장히 이른 시기에 결정을 했다. 만만치 않았을 것 같은데.

▶ 일가친척 모두 나를 외면했다. 선수등록을 했는데도 아무도 알아주지 않았다. 그런데 미디어에 노출되면서 사람들의 시선이 바뀌기 시작했다. 어디 가서 당구 친다는 말도 하지 말라고 했던 이모가 주변 사람들에게 '우리 조카 봤어? 방송 나오는 거 봤어?'라고 하셨다. 이제 '조재호'라고 하면 알아보신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부모님의 인식도 변했다.

- 국내를 넘어 세계정상급 실력을 갖추고 있는데, 연습은 얼마나 하는지.

▶ 하루에 얼마나 연습하는지 묻는 분들이 많은데, 결국 현재 가장 잘 치고 있는 사람이 가장 연습을 많이 한다. 연습을 어떻게 하느냐, 얼마나 집중해서 하느냐가 중요하다. 막연히 시간만 투자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시간을 많이 투자해야 하는 시기가 있다. 그 시기를 넘기면 느낌이 왔을 때, 정확히 집중하면서 확실히 연습하는 시간이 중요하다. 막연히 연습한 시간은 10대, 20대 초반이었다. 16시간씩 연습하고, 경기에서 지면 분하고, 다시 연습하는 것이 반복됐다. 10년 이상 그렇게 해왔다. 조재호, 허정한, 최성원 등 선수들 보면 연습 많이 안 하는 것 같다고 한다. 우리는 8~9시간 연습할 필요성을 느끼는 것이 아니다. 느낌이 올 때 스스로 이해할 수 있도록 연습한다. 30~40분, 1~2시간을 매일 같은 공을 반복 연습해서 몸이 기억하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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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구선수 허정한과 조재호. /사진=MBC플러스 제공



- 당구 선수로서 목표가 있다면.

▶ 딱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다. 우리가 생각하는 당구에 대한 정답이 50개가 있다면, 프레드릭 쿠드롱(50·벨기에·세계랭킹 1위)이나 딕 야스퍼스(53·네덜란드·세계랭킹 6위) 같은 선수들은 100개를 가지고 있다. 우리도 점차 정답수가 늘어날 것이다. 그들과 비슷해질 것이라 생각한다. 나랑 띠동갑인 쿠드롱 선수가 '나도 저 나이 때는 저렇게 치지 못했다. 당시의 나보다 지금 조재호가 더 잘 친다'고 하더라. 기분 좋았다. 39살의 쿠드롱보다 지금 내가 더 잘 치고 싶다. 40대 중반이 됐을 때 (쿠드롱과) 또 비슷해지면 내가 더 앞서는 것 아니겠나. 더불어 최종 꿈이 뭐냐고 물으면, 호랑이가 가죽 남기듯, 당구계에 '조재호' 이름 석 자를 남기고 싶다. 좋은 쪽으로 이름을 남기고 싶다. 10년 후에 예능 쪽에 당구 선수들 나와서 입담 펼치고, 즐길 수 있는 그런 스포츠가 됐으면 한다. 지금 당구를 올림픽 종목으로 넣으려고 추진하고 있다. 그러면 아시안게임에도 복귀할 것이다. 학교 체육도 자연스럽게 발달 되지 않겠나. 현재 어린 친구들이 별로 없다. 학교 체육이 되면 어린 선수들이 많이 나올 것이다. 길 가다가 건물만 쳐다보면 당구장 2~3개씩 보인다. 인프라는 갖춰져 있다. 방송도 나오고, 상금도 좋아서 돈도 많이 번다면 당구 시키는 부모님 나올 것이다.

- 체력 관리도 중요할 것 같은데.

▶ 체력 관리를 위해 운동을 하고 있다. 사실 즐기면 경기가 별로 안 힘들다. 이기려고 하면 몸에 힘이 들어간다. 몸에 힘이 들어간 상태로 2시간을 친다고 생각해보라. 얼마나 힘들겠나. '즐기면서 치자'고 생각하면 몸에 힘이 빠진다. 그러면서 이기면 더 좋다. 몸에 힘 빼는 연습을 많이 한다. 선수들이 사실 눈앞에 성적이 있고, 포인트와 상금이 걸려있으니, 몸에 힘을 빼는 것이 가장 어렵다.

- 당구 예능에 출연하기로 마음먹은 계기가 있다면.

▶ 당구 이미지를 개선하고, 발전시킬 수 있다는 생각에 '7전8큐'를 하게 됐다. 실제로 요즘 많이 치신다고 하더라. 대학생들도 당구를 배워서 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미디어에 주로 경기하는 모습이 나오지만, 당구 예능이 생기면서 이슈가 되는 것 같다. 주위에서 '방송 잘 보고 있습니다'고 하더라. 반응이 굉장히 좋다.

- 선수생활과 예능을 병행하는데 애로사항은 없는지.

▶ 따지고 보면, 내 시간을 어느 정도 할애하는 면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어떻게 할 것이냐'의 문제다. 내 연습 시간에 방해가 된다고 생각하면 사실상 하기 어렵다. 미디어에 노출되는 것 자체가 당구계에 도움이 되는 것이라 생각한다. 여러 사람들이 같이 즐길 수 있는 스포츠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싶다. '당구가 정말 재미있다'고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싶다. 나와 허정한 선수가 맡아서 하고 있다는 책임감과 자부심이 있다. 시간을 더 쪼개서 연습에 투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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