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목소녀' 진지하게 보면 노잼..생각없이 보면 꿀잼

[리뷰] 오목소녀

이경호 기자 / 입력 : 2018.05.21 15:38 / 조회 : 22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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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화 포스터


진지하게 보면 재미없다. 아무 생각없이 눈에 보이는 대로 보면 재밌다. '오목소녀'(감독 백승화)다.


이름만 들어도 딱, 바둑을 위해 태어난 듯한 이바둑(박세완 분). 한 때 바둑 신동으로 불리며 바둑왕까지 꿈꿨지만 그녀의 현실은 기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이바둑은 기원집 딸 조영남(이지원 분)을 상대로 오목을 두면서 시간을 보낸다. 무르기 없이 한 판 승부다.

이바둑은 어느 날 기원을 찾아온 김안경(안우연 분)이 문 앞에 붙이고 간 오목대회 포스터를 보고 재미삼아, 생활고로 상금 50만원을 얻고자 대회 참가를 결심한다. 그래도 한 때 바둑 신동이었던 우승에 자신만만. 그러나 첫 상대에게 고전을 못하더니 패배를 하게 되는 충격을 맛본다. 이후 그녀는 김안경으로부터 소개 받은 오목 트레이너 쌍삼(김정영 분)에게 오목 기술을 전수받게 되고, 이번엔 고수들 모였다는 오목대회에 나가게 된다. 그리고 자신과 꼭 한 번 대결을 벌이고 싶다는 김안경과 결전을 벌이게 된다.

'오목소녀'는 영화 타이틀 그대로, 오목을 두는 소녀의 이야기다. 비장함이 감돌고, 긴장감이 넘친다. 흑돌이든, 백돌이든 다섯 개의 바둑알을 먼저 놓는 사람이 승리를 거머쥐는 오목 한판 승부에 '이렇게까지 진지해'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이 영화의 재미는 '어이없음'으로부터 시작된다. "가로 세로 190개의 줄과 361개의 점이 그려진 정사각의 링. 그 위에 온갖 술수에 맞서는 내 집을 짓는, 그야말로 생존을 건 단 한 판의 승부!는 바둑 얘기고. 지금 이건 그냥 오목 드라마다"는 멘트는 허를 찌른다. 이어 여주인공 이바둑의 폐인에 가까운 듯한 모습은 한 번의 패배로 은둔해 버린 강호의 무림 고수 같다.


사실 이런 수식어도 '오목소녀'는 필요 없다. 이야기의 포인트는 오목 잘 둬서 생활고에서 당장 눈앞에 생활고를 면해보자는 청춘의 이야기로 간단명료하다. 그럼에도 이 영화를 보면서 피식피식 웃는 이유는 주인공부터 주변 인물 모두 엉뚱함에 있다는 것이다. 진지함 속에 어설픈 유머와 허를 찌르는 삶의 철학은 '일상에서 행복을 얻는다'는 소확행의 뜻과 절묘하게 맞아 떨어지기까지 한다.

특히 주인공 이바둑 역의 박세완 활약은 영화의 백미다. 주머니에 두 손 푹 찔러넣고, 거친 욕설도 서슴지 않고 내뱉을 때는 종종 속이 시원해지기도 한다. 이밖에 안우연, 이바둑의 친구인 동거인 역의 장햇살 등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꿈 많은 청춘의 모습을 대변하면서 공감대를 이뤄낸다.

'오목소녀'는 진지하게 보면, 참 재미없을 영화. 그러나 보이는 대로, 이야기 흘러가는 대로 멍하니 보면 웃음 나는 57분 동안 웃으며 볼 수 있다. '슬램덩크' '비밀은 없다' '기생수' 등의 오마주로 재미를 배가시킨다는데, 사실 모르고 봐도 된다.

5월 24일 개봉. 전체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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