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닝'의 본상 불발..칸영화제 최고 '이변'

칸(프랑스)=김현록 기자 / 입력 : 2018.05.20 08:30 / 조회 : 15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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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회 칸영화제 경쟁부문 초청작 '버닝'의 레드카펫에 참석한 이준동 대표, 스티븐 연, 전종서, 유아인, 이창동 감독 /AFPBBNews=뉴스1


올해 칸영화제 최대의 이변이다. 이창동 감독이 연출한 영화 '버닝'이 제71회 칸국제영화제 본상 수상이 불발됐다.

19일(현지시간) 오후 프랑스 남부 휴양도시 칸에 위치한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제71회 칸국제영화제 폐막식이 열렸다. 황금종려상을 비롯한 수상작 및 수상자들 또한 공개됐다. 일본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만비키 가족'이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그러나 수상 기대감이 높았던 이창동 감독의 '버닝'은 본상을 수상하지 못했다. 다만 '버닝'은 신점희 미술감독은 기술적으로 가장 뛰어난 성취를 보여준 이에게 주어지는 벌칸상을 수상하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래야 했다. 또한 국제영화비평가연맹(피프레시, FIPRESCI)상을 수상하며 세계 평단의 뜨거운 지지를 확인했다.

2016년에도 독일 마렌 아데 감독이 연출한 '토니 에드만'이 스크린 데일리의 역대 최고 평점을 경신하는 등 최고의 찬사를 받았지만, 정작 본 시상식에서는 무관에 그쳐 논란이 됐다. 이는 칸이 여성 감독의 영화를 차별한다는 비난과 논란으로 이어졌고, 이후 칸이 '여성'을 화두로 삼아 변하는 모습을 보이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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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화 '버닝' 해외 포스터


이창동 감독이 8년 만에 선보인 신작 '버닝'은 일본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소설 '헛간을 태우다'가 원작으로, 서로 다른 삶을 살아가는 세 명의 젊은 남녀가 그려가는 미스터리다. 작가지망생이지만 뜻하지 않게 아버지의 시골집을 지키게 된 주인공 종수는 잊고 지내던 동창생 해미, 그리고 해미가 데려온 돈 많고 수상한 남자 벤을 만나고, 어느날 해미가 사라진 뒤 벤에게 의심을 품게 된다. 미스터리 스릴러의 구조 속에 현재 한국 사회의 단상, 젊은이들의 처지는 물론 미묘한 상징과 다양한 해석의 가능성을 곳곳에 담아놓은 이창동 감독의 역작이다.

지난 16일 프리미어 직후부터 '버닝'에 대한 뜨거운 찬사가 이어졌다. 칸 영화제 공식 소식지를 발간하는 스크린 데일리로부터 경쟁부문 초청작 평점 집계 이래 최고 점수인 3.8점을 받은 일은 '버닝'에 대한 칸의 반응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티에리 프리모 집행위원장은 '버닝'에 대해 "대단하고, 훌륭하며 강한 영화 "라며 "순수한 미장센으로서 영화의 역할을 다하며 관객의 지적 능력을 기대하는 시적이고 미스터리한 영화"라고 극찬했다. 여느 영화에 대한 인사치레성 칭찬을 넘어서는 표현이다.

평론가들의 평가는 더욱 극적이었다. 가디언의 평론가 피터 드래드쇼는 '버닝'에 별 다섯 개 만점에 별 네개 반을 매기며 "섹스와 질투, 방화 욕구를 통해 무라카미 하루키 원작을 대가답게 직조한 이창동의 눈을 뗄 수 없는 미스터리"라고 평했다. 또 다른 저명한 영국 평론가 닉 제임스는 "이창동은 현존하는 최고의 감독"이라고 추켜세웠다. 스크린은 리뷰에서 "고요히 파괴적인, 놀라운 복합성과 불가해성의 영화"라고 '버닝'을 높이 평가했다. 할리우드리포터는 "명백히도 내내 지성적이며 미묘하고 영리한 스토리텔링이 담긴 '버닝'은 관객이 기쁜 마음으로 시간을 투자할 수 있는 작품"이라며 배우들의 연기와 촬영, 음악 등 모든 면에서 최고들들의 솜씨가 빛난다고 칭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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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회 칸영화제 심사위원 에바 두버네이 감독, 심사위원장 케이트 블란쳇, 싱어송라이터 카자 닌, 배우 크리스틴 스튜어트, 배우 장첸 /AFPBBNews=뉴스1


그러나 칸의 심사위원의 선택은 달랐다. 황금종려상의 주인을 결정하는 것은 전적으로 호주 출신 배우 케이트 블란쳇을 중심으로 한 9인의 심사위원단이다.

심사위원장 케이트 블란쳇 외에 미국 배우 크리스틴 스튜어트, 프랑스 배우 레아 세이두, 대만 배우 장첸, 캐나다 드니 빌뇌브 감독, 미국 아바 두버네이 감독, 러시아 안드레이 즈기야긴체프 감독, 프랑스 로베르 구에디귀앙 감독, 브룬디 싱어송라이터 카자 닌이 심사위원단을 구성했다. 9명 중 여성이 5명으로 과반수를 넘고, 직업적으로는 배우가 4명, 감독이 4명, 뮤지션이 1명이다.

칸의 한 영화 관계자는 "'만비키 가족'의 황금종려상과 무관하게 '버닝'의 본상 불발 자체는 충격적 결과"라며 "평론가는 한 명도 없이 배우가 4명, 여성이 5명이었던 이번 심사위원단 구성이 '버닝'에게는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지만 이런 결과가 나올 줄 몰랐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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