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인터뷰] 이명세 감독 "환경에 빚..영화로 갚는다"

전형화 기자 / 입력 : 2018.05.18 14:47 / 조회 : 15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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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세 감독/사진=임성균 기자


이명세 감독이 돌아왔다. 2007년 'M' 이후 다시 영화계 전면에 섰다. 영화가 아니라 서울환경영화제 집행위원장으로 영화팬들 앞에 섰다. 그간 이명세 감독은 영화제에는 초청을 받았을 뿐 자리를 맡진 않았다. 현역 감독으로 영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늘 앞섰기 때문이다.

지난해 JTBC '전체관람가'에 참여하면서 그랬던 이명세 감독 마음이 조금 바뀐 모양이다. 그는 올초 최열 환경재단 이사장이자 서울환경영화제 조직위원장의 제안을 받았다. 한 달 동안 고민 끝에 서울환경영화제 집행위원장을 수락했다.

그렇게 이명세 감독은 17일 제15회 서울환경영화제 개막식에 집행위원장으로 섰다. 아직은 집행위원장보다는 감독이란 말이 더 어울리는 이명세 집행위원장과 만났다.

-그간 영화제 집행위원장 제안들이 여러 번 있었지만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환경영화제는 왜 수락했나.

▶ 영화를 계속 해야 하니깐, 하면 제대로 해야 하니깐, 제대로 한다는 건 올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다가 아무래도 영화 작업이 계속 늦어지니깐 뭔가 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환경에 대한 마음의 빚은 계속 있었고. 명예교사로 낙도 아이들과 영화를 같이 만드는 작업은 매년 해왔다.

그래서 처박혀 있는 것보다 영화인으로서 환경에 빚진 마음을 갚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누가 제안을 했나.

▶최열 이사장이 올 초에 제안을 했다. 한 달 동안 시간을 달라고 했다. 고민도 했고, 일도 있었다. 그리고 하겠다고 했다.

-정식으로 위촉된 게 3월이다. 영화제 개막이 5월이고. 집행위원장으로 영화제를 준비할 시간이 촉박했을텐데.

▶영화제는 오래 준비해온 많은 분들이 같이 해가는 것이다. 나는 선장이 아니다. 서포터다. 난 영화제는 축제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서울환경영화제는 15회가 될 때까지 많이 안 알려진 게 사실이다. 내가 참여해 축제가 되는 데 일조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이번에는 '전체관람가'를 같이 한 후배 감독들이 많이 참여한다.

내가 제안한 건, 그간 서울환경영화제가 그린이란 것에 국한돼 있었는데 그걸 에코로 확장한 것이다. 환경과 영화, 이 두 가지 축으로 서울환경영화제가 가도록 방향을 잡았다.

예전에는 영화가 개봉하면 영화 본연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다. 하지만 이제는 흥행이 먼저다. 물론 흥행이 중요하지만, 이제는 흥행이 다른 모든 것을 덮는다. 서울환경영화제는 환경에 대한 건 물론이고 영화 본연에 대해 이야기하는 축제가 될 것이다.

-추천할 작품이 있다면.

▶개막작인 '창세기 2.0'을 비롯해 '토마토 제국' '햄의 비밀' 등 다양한 영화들이 있다. 개인적으론 먹거리에 관한 다큐멘터리가 흥미롭다. 피부에 가장 맞닿아 있는 환경 이슈이기 때문이다. 편수는 많이 하지 않도록 했다. 작은 영화제에 200~300편을 상영해서 누가 다 볼 수 있겠나. 관객이 최대한 볼 수 있는 적정한 영화들이 준비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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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세 감독/사진=임성균 기자


-감독으로서 행보는 어떻게 되나. '스파이'를 찍다가 그만 뒤에 아직까지 신작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그간 '개미지옥'도 준비했고, 중국에서 신작도 준비했었는데.

▶시나리오는 준비됐다. '개미지옥'이 어렵게 된 뒤 중국에서 차기작을 하려 했는데 사드 문제가 터져서 무산됐다. 지금 준비 중인 영화는 60년대 '나의 사랑 나의 신부' 같은 영화다.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꼭 해보고 싶었다. 시나리오에 대한 평은 좋다. 다만 아직도 나를 (영화계에서) 못 믿는 것 같다. 예술 한다는 두려움이 있는 것 같다. 난 상업영화 감독이다. 예술과 상업의 경계는 없다고 생각한다. '인정사정 볼 것 없다'는 한국에선 상업영화지만 해외에선 작가영화로 보더라.

난 상업영화를 하면서 작가의 생각을 담을 수 있었던 운이 좋은 감독 중 하나였다. 요즘은 돈이 우선이니 쉽지는 않다. 최근 미국영화 미쟝센이 좋은 건 돈 때문이다. 영화는 기다림의 미학인데 기다리려면 돈이 든다. 이창동 감독의 '버닝'을 보면서 앞으로 이런 영화를 찍을 수 있을까 싶더라. 이렇게 기다리려면 돈이 많이 들텐데 이런 영화에 돈을 투자한다는 사람이 있을까 싶더라. 시류에 따르지 않으면서 영화를 찍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싶었다. 해외 투자도 고민하고 있다.

-영화 외에 다른 활동은.

▶TV드라마도 좋고, CF도 좋고, 뮤직비디오도 좋다. 모든 게 영화 작업과 이어진다고 생각한다. 다 열어놓고 있다. '전체관람가'에 참여한 것도 그런 이유 중 하나였다.

-작품이 먼저라면 그럼 서울환경영화제는 언제까지 할 생각인가.

▶한 3년 정도. 내 역할은 씨앗을 뿌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실질적으로 영화제를 준비하고 계획하고 초청하는 분들이 많다. 내 역할은 서울환경영화제가 궤도에 오를 때까지 그분들을 서포트하는 것이다. 요즘은 미세먼지로 환경에 대한 관심이 예전보다 훨씬 커졌다. 예전에는 환경운동이라면 시민운동, 운동권, 정치권의 영역이라고 사람들이 생각했다. 이제는 다르다. 그런 점을 서울국제영화제로 알릴 계획이다.

한국에 영화제는 많다. 전주영화제 지나면 서울환경영화제, 지나면 제천영화제, 그리고 부산영화제, 이렇게 1년 내내 영화축제가 지역에서 열린다. 이런 걸 만끽했으면 한다. 그런 걸 알리는 게 내 역할이다.

-그렇게 하기에는 예산이 많지 않은데. 서울환경영화제는 5억원 규모인데.

▶좋은 해외 영화를 영화제에 초청해 상영하는 것도 돈이 든다. 상영료를 내야 한다. 그런 점에서도 이제부터 여러 사람들을 만나려 한다.

-환경 다큐멘터리를 만들 생각은 없나.

▶있다. 예전보다 훨씬 관심이 많아졌다. 시간을 담는 다큐멘터리에 관심은 예전부터 있었지만 이제는 더 커졌다. 먹거리에 대한 다큐를 하는 것도 기회가 된다면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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