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솔로' 재미와 바꾼 전설..창대한 끝의 시작 ①

한 솔로. '스타워즈' 시리즈의 쾌남. '스타워즈' 팬이라면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이 유쾌한 남자의 모험이 다시 시작된다.

축축하고 범죄 냄새 가득한 고향별. 한은 연인 키라와 함께 그 별을 탈출하려 한다. 악당의 돈이 될 만한 물품을 빼돌렸다. 쫓는 추적대. 그래도 이곳이 아닌 어딘가를 꿈꾸는 두 사람은 행복하다.


탈출 직전 눈앞에서 키라는 추적대에 끌려간다. 한은 최고의 파일럿이 돼 우주선을 타고 돌아와 키라를 구하겠다고 다짐한다. 백마 탄 왕자 같은 꿈을 꾼다. 그 꿈을 이루려 제국군에 지원한다.

현실은 시궁창이다. 제국의 침략전쟁에 동원돼 땅을 기며 무모한 전투를 벌이고 있다. 전투에서 수상한 능력자를 만난다. 베켓이다. 그의 팀은 어딘지 진짜 군인 같지 않다. 한은 그에게 같이 탈주하자고 제안했다가 오히려 괴물이 사는 감옥으로 던져진다.

아우윽. 진흙투성이 괴물이 덤벼든다. 우키족이다. 다행히 한은 우키족 말을 할 줄 안다. 둘은 힘을 합해 감옥에서 탈출한다. 다시 베켓에게 달려가 한 패에 넣어달라고 부탁한다. 베킷은 제국군 물품을 빼돌려 열차 강도를 계획 중이었다.


한은 자신의 이름이 츄바카라는 우키족과 베켓 일당과 합류, 열차강도에 참여한다. 열차강도질에 해적이 끼어든다. 엔피스 네스트. 이들과 다툼으로 강도질은 실패한다. 이 강도질은 우주 최강 악당조직 크림슨 도운의 의뢰였으니, 탈이 났다.

한은 츄바카, 베켓과 같이 크림슨 도운의 중간보스 드라이덴 보스를 만난다. 드라이덴 보스는 이익을 위해선 수단과 방법을 가리는 않는다. 한은 뜻밖에 그곳에서 키라를 만난다. 키라는 드라이덴 보스의 수적 보좌관으로 일하고 있었다.

한과 베켓은 드라이덴 보스에게 손해를 만회하려 새로운 제안을 한다. 그 제안을 흥미롭게 여긴 드라이덴 보스는 키라를 한 일행에 동행시킨다. 그렇게 모험은 다시 시작된다.

한 솔로는 '스타워즈' 시리즈에서 해리슨 포드가 맡았던 캐릭터다. 밀레니엄 팔콘으로 케셀 런을 12파섹으로 주파한 인물. 능청맞은 쾌남 한 솔로를 디즈니에서 외전으로 만든다고 했을 때 팬들의 우려가 컸다. 전설은 전설로 남을 때 전설인 법이니. 이런 우려를 뒤로 하고 '한 솔로: 스타워즈 스토리'는 선택을 했다. 재미다. 스타워즈 세계를 배경으로 한 서부활극을 택했다. 그 선택은 주효했다.

'한 솔로'는 젊은 한 솔로의 이야기다. 전설의 시작이다. 한 솔로의 성이 왜 솔로가 됐는지, 츄바카와는 어떻게 만났는지, 그의 애기인 밀레니엄 팔콘은 어떻게 갖게 됐는지, 말로만 나왔던 케셀 런을 12파섹으로 주파했다는 게 뭔지, 소개된다.

구멍이 숭숭 뚫린 이야기는 재미로 메웠다. 빠른 전개와 모험 활극. 심각할 틈 따위는 주지 않는다. 제국이 어떻고, 혁명이 어떻고, 반란이 어떻고는 양념이다. 스카이워커 가문과 별개의 이야기다. 이런 선택은 자칫 '스타워즈' 골수팬들에겐 이건 '스타워즈'가 아니야라는 반감을 살 수 있다. 반면 새롭게 '스타워즈' 시리즈에 입문한 관객에게, 박제된 전설이 아니라 살아 움직이는 전설을 만나고 싶은 관객에겐, '한 솔로'는 반가울 법하다. 전설도 시작은 늘 어리숙한 법.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에서 더욱 두드러진, 여성 캐릭터들의 활약은 '한 솔로'에서도 이어진다. 에밀리아 클라크가 맡은 키라는 백마 탄 왕자님이 구해주길 기다리지 않는다. 스스로 운명을 결정한다. 최초의 여성형 드로이드 L3는 드로이드의 혁명을 꿈꾼다. 이 변화는 새로운 '스타워즈'를 바라는 팬들에겐 환영을, '스타워즈'는 백인 남성의 서사라고 믿는 팬들에겐 반감을 살 것 같다.

한 솔로는 엘든 이렌리치가 맡았다. '한 솔로' 시리즈가 계속된다면, 그 역시 새로운 아이콘이 될 것 같다. 흥행 여부에 달렸지만 일단 '한 솔로'는 후속편을 염두에 두고 결말을 맺었다. '스타워즈' 팬들이라면 한 솔로의 끝을 안다. 그 창대한 끝의 시작이다.

5월24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