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인터뷰] 日카라타 에리카 "칸에 와 있어도 안 믿겨요"

칸(프랑스)=김현록 기자 / 입력 : 2018.05.18 09:40 / 조회 : 6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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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회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초청작 '아사코I&II'의 주인공 카라타 에리카 / 사진=김현록 기자


일본 배우 카라타 에리카가 데뷔작으로 칸영화제의 레드카펫을 밟았다. 이름이 익숙지 않아도 그 얼굴이 익숙한 건, 얼마 전 화제가 됐던 모 휴대폰 광고로 덕이다. 나얼의 뮤직비디오에서도 그녀를 발견할 수 있다. 또렷한 이목구비, 뽀얀 피부의 그녀는 청순한 여성미를 발산하며 시선을 붙든다.

그녀가 칸에 온 건 데뷔작이자 주연작인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영화 '아사코I&II'가 제71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됐기 때문이다. 2년 전 갑자기 사라진 남자친구와 똑같이 생겼지만 성격은 완전히 다른 남자를 만나게 된 여인의 이야기를 담은 '아사코I&II'에서 카라타 에리카는 여주인공 아사코 역을 맡았다. 하지만 영화 속 그녀의 모습은 화사한 청순 여신에 그치지 않는다. 복잡한 여주인공의 심경을 절제된 연기로 표현하며 또 다른 존재감을 드러낸다.

광고 이전에도 그녀는 여러 모로 한국과 인연이 깊다. 2016년 일본에서 선보인 소녀시대 뮤직비디오에 출연하며 연기를 시작했고, 평소 K팝의 팬이기도 하다. 이병헌 한효주 한지민 등이 있는 BH엔터테인먼트에 몸담고 활동하며 한국어 공부도 열심히 하는 중. "안녕하세요, 카라타 에리카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라는 한국어 인사와 함께 인터뷰를 시작한 그녀는 내내 밝고 건강한 매력을 뿜어내며 지켜보는 이들을 절로 미소짓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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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회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초청작 '아사코I&II'의 주인공 카라타 에리카 / 사진=김현록 기자


-데뷔작으로 칸 국제영화제에 오게 된 소감은?

▶첫 주연을 맡은 영화고 첫 영화인데 그것이 칸영화제가 될 것이라고는 상상을 못했다. 와 있는데도 믿기 어렵고 실감이 안 난다.

-첫 칸영화제의 레드카펫은 어땠나.

▶혹시 보셨는지? 치마가 구두에 걸려서 한참 있다가 겨우겨우 올라갔다. 호텔에 가니까 친구들이 기사가 났다며 연락을 해왔다. '카라타다웠다'고 하더라. 스태프도 '카라타다웠다'고 해서'괜찮구나' 하고 생각했다. 구두를 빼려고 하는데 빠지지가 않아서 진짜 당황했다. 몇 번을 해도 안되는 데 시간만 가더라. 그러고 나서 계단을 올라가는데 웃음을 멈출 수가 없었다.

-뤼미에르 극장에서 영화를 본 소감은 어땠나.

▶처음 관객과 영화를 본 시간이었다. 영화를 함께 한 사람들과 영화를 볼 수 있다는 사실이 기뻤고, 감동에 벅차 눈물을 흘렸다. 기립박수를 보내주는 관객들을 보고 영화가 관객들에게 다가갈 수밖에 없었구나 하는 생각에 울었다.

-복잡하고 특이한 사랑 이야기. 어떻게 공감하면서 연기했나.

▶영화를 촬영하기 전 준비 기간이 있었다. 스태프, 배우들이 밥도 같이 먹고 하며 관계를 쌓아갔다. 같이 연기한 히가시데 마사히로도 10살 위인데 극중 친한 관계니까 먼저 말을 놓으라고 해주시더라. 나도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에 평소 친구들이 어떻게 부르냐고 물어봤다. '뎃군'이라고 부른다기에 '저도 그리 부를테니 '카라짱'이라고 불러주세요'라고 했다. 편하게 이야기를 하며 불안 없이 연기할 수 있었다.

그렇게 배우, 스태프, 감독 모두에 대한 신뢰를 갖고 안심하고 촬영에 들어갈 수 있었다. 복잡하다고 생각하기보다는 무의 상태로 놓였다는 감정의 흐름으로 연기해 달라고 디렉션을 받았고 스스로도 그렇게 생각하려 했다. 복잡하게 생각하기보다는 그 안에 빠져들려고 했다. 어렵다고 생각은 하지 않았고 아사코로서 연기를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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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회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초청작 '아사코I&II'의 주인공 카라타 에리카 / 사진=김현록 기자


-스스로 생각하기에 아사코와 닮은 점이 있었나?

▶카라타 에리카와 이즈미 아사코는 다른 사람이지만 처음 극본을 읽었을 때 나와 닮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감정 이입이 쉬웠던 것 같다. 아사코란 캐릭터가 가지고 있는 근본적 부분이 닮았다고 생각했기에 연기에 빠져들 수 있었다. 아사코는 기본적으로 감정에 솔직하고 거짓말이 없으며 직관에 따라 움직이는 캐릭터다. 내 모습이 그렇다. 친구들과 있을 때의 모습도 아사코와 닮았다. 가장 기본적인 성향이 닮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어떻게 캐스팅이 됐나?

▶오디션을 봐서 캐스팅됐다. 그 자리에서 각본의 한 신을 주시고 '읽어봐주세요'라고 하더라. 감정을 넣지 않은 채로. 실제 촬영 때도 그랬지만 감독님이 소리를 굉장히 신중하게 듣는 편이다. 오디션 때도 굉장히 신중하게 목소리를 들어주셨다. 나중에 알게 됐지만 목소리가 믿을만했다고 하셨다.

-일본 배우이면서 한국 소속사가 있는 특이한 환경에서 활동하고 있다. 어떻게 인연이 됐나.

▶어려서 TV에서 빅뱅을 보고 이런 가수가 있구나 했다. 빅뱅 소녀시대를 보고 자라 자연스럽게 한국에 대한 관심이 생겼다. 배우 일을 하면서 한국에서도 활동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졌다. 2016년 데뷔하고 얼마 되지 않아 소속사 후라무 배우들과 한국에 갈 일이 있었는데, 이 소속사가 배우 한효주의 일본 에이전트였다. 그 인연으로 만나 한국에서 소속사를 갖게 됐다.

-소속사 선배 배우들을 만나봤나?

▶일본을 오가며 활동하다보니 시간을 보낼 일이 많지 않았다. 다들 더 친해지고 싶다. 사무실에 갔다가 이병헌 배우에게 지나가면서 인사를 한 적이 있었는데 배우로서 카리스마가 대단해서 아시아 스타는 대단하구나 하고 생각했다.

-한국에서도 광고와 뮤직비디오 촬영 등을 했다.

▶LG V30의 CF와 나얼의 뮤직비디오를 찍었다. 한국에서 작업하며 빠듯한 와중에도 서둘기보다는 제대로 좋은 작품을 만들고 싶어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좋은 작품을 만들겠다는 마음으로 움직이는 게 너무 좋았다. 나도 그렇다. 앞으로도 광고 잡지 영화 다양한 장르에서 활동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호흡을 맞춰보고 싶은 한국 배우가 있다면.

▶배두나 배우와 양익준 배우를 좋아한다. 두 배우와 함께 만나 연기를 하고 싶다. 배두나 배우는 '도희야'를 봤다. 충격적이라고 할 만큼 뛰어난 연기라고 생각한다. 양익준도 '똥파리'를 보고 너무나 좋아하게 됐다. 둘 모두 힘과 중심이 있다고 해야 할까, 중심을 갖고 연기하기에 힘이 넘치지 않으면서도 존재감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두 배우들을 좋아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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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회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초청작 '아사코I&II'의 주인공 카라타 에리카 / 사진=김현록 기자


-목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캐스팅돼 처음 활동을 시작했다고 들었다. 활동하면서 연기에 대한 마음이 더 각별해졌을 것 같다.

▶맞다. 고등학교 2학년때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발탁돼 데뷔했다. 패션잡지를 좋아해서 모델이 되고 싶었지만 적극적으로 도전하지 못했는데 다행이라 생각했다. 처음 캐스팅됐을 때 친구들은 '그런 스카웃은 조심하는 게 좋아'라고 아주 진지하고 심각하게 조언했다.(웃음) TV 영화를 좋아했지만 실제로 연기를 하게 될 줄은 몰랐다고 실제로 스카우트 된 이후 연기 수업을 받으면서 처음에는 너무 어려웠다.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어려워 고민이 많았다. 이번 영화를 만나면서 연기가 재미있다고 처음 느꼈다. 좀 더 적극적으로 연기를 잘 하고 싶다고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됐다.

-칸 경쟁부문 주연배우는 자동적으로 남녀주연상의 후보가 된다. 기분이 어떤가.

▶칸 경쟁부문에 세계 20개 작품밖에 선택되지 않는다는 걸 이번에 알았다. 내가 선택되다니 너무 놀랐다. 상도 받을 ㅅ ㅜ있다. 솔직한 마음으로는 받고 싶다고 생각하고 본인도 그렇게 생각하지만 아니어도 좋다. 지금도 너무나 행복하다.

-어떤 평가를 받고 싶나

▶독특하고 어려운 작품이라 사람마다 느끼는 바가 있을 것이다. 용서할 수 없다 생각하는 분도,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사람마다 다른 느낌을 받을 이 영화를 자연스럽게 즐겨주셨으면. 공감하며 즐겨주신다면 기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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