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현장]이창동이 말하는 '버닝'..#미스테리 #분노 #남산타워

칸(프랑스)=김현록 기자 / 입력 : 2018.05.17 21:20 / 조회 : 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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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회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된 영화 '버닝'의 공식 포토콜에 참석한 이창동 감독 /AFPBBNews=뉴스1


이창동 감독의 신작 '버닝'이 칸을 달구고 있다.

올해 칸영화제 경쟁부문 초청작 '버닝'은 지난 16일 제71회 칸국제영화제가 열리고 있는 프랑스 칸의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드디어 세계 무대에 첫 선을 보였다. 감격에 겨운 호평이 쏟아지는 등 작품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17일 칸의 팔레 드 페스티벌 기자회견장에서 영화 '버닝'(감독 이창동)의 공식 기자회견은 드디어 베일을 벗은 '버닝'에 대한 이야기를 감독에게 직접 들을 수 있는 첫 기회였다. 한국은 물론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럽과 중화권, 일본, 터키 등 다국적 언론들이 대거 참석한 기자회견은 어느 때보다 작품에 대한 애정과 열정이 느껴지는 현장이었다.

이창동 감독이 8년 만에 내놓은 신작 '버닝'은 유통회사 알바생 종수(유아인)가 우연히 어릴 적 친구 해미(전종서)를 만나고, 그에게 정체불명의 남자 벤(스티븐 연)을 소개받으면서 벌어지는 미스터리한 이야기를 그렸다. 청춘의 절망과 서글픔, 그리고 절망이 다층적으로 닮겨있는 이야기는 칸 공개와 동시에 열광적 반응을 얻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를 반영하듯 가장 많은 질문이 이창동 감독에게 쏟아졌다. 그가 직접 밝힌 '버닝'의 이야기를 가능한 디테일하게 이 곳에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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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회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된 영화 '버닝'의 공식 포토콜에 참석한 스티븐 연, 전종서, 유아인 /AFPBBNews=뉴스1


※다음 기사 내용은 영화 '버닝'에 대한 일부 스포일러를 담고 있습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 원작을 영화화했다.

▶원작 소설을 영화화 한 것이 처음은 아니다. '밀양' 또한 한국 단편이 원작이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이 원작이다. 원작소설이 가지고 있는 미스터리를 영화적으로 다른 미스터리로 확장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을 영화화하게 됐나.

▶최초 NHK에서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을 영화화해줄 수 있겠냐는 요쳥이 있었다. 처음엔 젊은 감독이 영화화하고 저는 제작에 나설 계획이었는데 여러 사정으로 이뤄지지 못했다. 시나리오 작가인 오정미씨가 이 작품을 영화화하는 게 어떻냐고 제안했다. 처음에는 저도 쉽게 영화화할 수 없는 소설이라고 생각했지만 소설에 있는 미스터리가 요즘 세상의 이야기, 젊음의 이야기로 확장시킬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라카미 하루키 원작의 개구리 장면이 사라졌다. 이유는 뭔가.

▶주인공 종수가 어릴 적 연극을 떠올리는 장면을 아버지를 떠올리는 장면으로 바꿨다. '버닝'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과 제목이 같은 윌리엄 포크너의 소설을 함께 가져왔다. 윌리엄 포크너의 소설에서는 이 세상의 고통에 분노한 아버지가 그 분노로 남의 헛간을 태운다. 그 아버지의 분노가 아들의 분노로 옮겨간 것이 이 시대의 이야기와 가깝다고 생각했다.

-분노라는 주제로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었나.

▶세계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마음의 분노를 품고 있는 것 같다. 각각의 이유로. 국적과 종교와 계급과 상관없이 모두가 분노하는 시대인 것 같다. 그 중에서 젊은 사람들이 표현할 수 없는 분노를 가지고 있으면서 현실에는 무력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뭔가 공정하지 못하다 생각하며 분노하는데 그 이유를 정확히 알 수 없다. 요즘 세계의 문제가 바로 그것인 것 같다. 과거에는 분노의 대상과 이유가 분명했던 것 같다. 지금은 세상이 점점 더 좋아지고 편리해지고 있는데 나는 미래가 있는 세상에 놓여 있다는 것이 젊은이들의 감정인 것 같다. 젊은이들에게는 이 세계 자체가 미스테리로 보이지 않을까 생각했다.

-제목이 '버닝'인데 불타는 장면이 2번 나온다. 상상 속 비닐하우스가 타고 포르쉐가 불탄다.

▶보시는 대로다. 비닐하우스는 한국의 농촌에서 일상적으로 만날 수 있는 흔한 공간이다. 종수가 어린 시절에 본 비닐하우스는 자기 자신과 같은 느낌을 받았을 것이다. 포르셰가 타는 것은 뭔가 알 수 없는, 바라고 원하지만 자기 손에 닿을 수 없는, 서울의 가장 고급스러운 동네에 살고 있는 개츠비처럼 알 수 없는 모습의 이미지가 있다. 자신의 공간이 타고 있는 것과 분노의 대상이 타고 있는 것의 상징으로 그려졌다.

-대사와 설명이 많지 않다.

▶이 영화에는 많은 사회적 코드, 경제적 코드, 예술과 문화… 의미가 있는 많은 코드가 숨겨져 있다. 저는 그것을 설명하는 방식이 아니로 단순하게 영화적으로 보여주고 싶었다. 관객도 단순하게 영화적으로 보여주고 싶었고 단순한 영화적 방식으로 느끼고 받아들이기를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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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회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된 영화 '버닝'의 공식 포토콜에 참석한 전종서, 스티븐 연, 유아인, 이창동 감독 /AFPBBNews=뉴스1


-노을을 바탕으로 전종서가 춤을 추는 장면은 그 주제를 보여주는 단적인 장면으로 보인다. 어떻게 만들어냈나.

▶이 영화는 겉으로 두 남자의 대결처럼 보인다. 마음에 분노를 품고 있는 무력한 젊은이와 모든 것을 다 가진 듯하며 세련되고도 제너러스 해 보이는 돈 많은 정체 불명의 사나이가 있다. 그는 어쩌면 자신을 모든 것을 다 가지고 있으며 모든 것을 다 가능하게 하는 신처럼 생각하는 사나이다. 그 두 인물 간의 대결로 돼 있다. 그 인물들 사이에 있는 한 여자는 사라지지만, 혼자서 삶의 의미를 찾고 있는 것으로 봤다. 저녁 노을이라는 신비 앞에서 혼자서 삶의 의미를 찾는 '그레이트 헝거'의 모습으로 그리고 했다.

-남산타워와 남산 타워 아래 그녀의 작은 방, 그녀가 없는 그 방에서 자위를 하는 종수의 모습에 어떤 의미를 담았다.

▶남산타워, 외국인들에게는 서울타워로 알려져 있다. 어느 대도시에나 관광객들이 가장 먼저 가보고 그 공간을 내려다볼 수 있는 상징적 장소가 있다. 해미는 그 서울타워 바로 밑에, 하루 한 번 거기서 반사되는 햇빛이 반사되는 좁은 방에 살고 있다. 서울의 상징인 서울 타워와 그렇게 작은, 가난한 젊은 여성이 사는 작은 방의 대비가 있었다. 그 곳에서 젊은이들은 가난한 섹스를 하고, 요즘 젊은이들이 또한 많이 그러하듯이 홀로 자위하는 장면도 있다. 그리고 그녀가 없는 방에서 혼자 소설을 쓰게 된다. 그 소설이 어떤 내용인지는 독자의 상상에 맡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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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록|roky@mtstarnews.com 트위터

스타뉴스 영화대중문화 유닛 김현록 팀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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