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 김의 MLB산책] LAD, 지난해 WS 우승에 1승 앞까지 갔던 팀 맞나

댄 김 재미 저널리스트 / 입력 : 2018.05.15 09:47 / 조회 : 3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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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판당하고 있는 차고이스. /AFPBBNews=뉴스1






LA 다저스의 날개 잃은 추락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 주말엔 그때까지 37경기에서 단 10승을 올리는데 그쳤던 내셔널리그 최악의 팀 신시내티 레즈에 안방에서 4연패하는 망신을 당했다.

신시내티가 다저스타디움에서 4경기 시리즈를 싹쓸이로 이긴 것은 지난 1976년 이후 42년 만에 처음이다. 이 시리즈에서 무기력한 다저스 타선은 4경기 합계 9득점에 그쳤다. 5월 들어 주자 득점권 팀 타율이 0.158(101타수 16안타)에 불과하다.

다저스는 팀의 첫 40경기에서 16승24패로 1958년 이후 60년 만에 최악의 스타트를 보이고 있다. NL 서부지구에서 선두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24승16패)에 8경기차로 뒤진 4위로, 디비전 꼴찌 샌디에이고 파드리스(16승26패)와는 단 1경기차다.

샌디에이고 말고 다저스보다 성적이 못한 팀은 NL에서 마이애미 말린스(14승26패)와 신시내티(14승27패) 뿐인데 이번에 그중 한 팀인 신시내티에게 안방에서 4연패 싹쓸이 수모를 당했다.


여기에 지난달 말 마이애미와의 홈 3연전에서 1승2패로 시리즈를 내줬고, 2주전엔 멕시코 원정으로 벌어진 샌디에이고와의 3연전 시리즈를 1승2패로 패했다. 지난 3주 동안 NL 각 디비전 꼴찌인 3팀을 상대로 거둔 성적이 2승8패니 '꼴찌들의 동네북' 신세가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해 리그 최다 104승을 거두고 월드시리즈까지 진출했던 팀과 전혀 다른 팀 같다.

지난달까지 다저스와 워싱턴 내셔널스, 시카고 컵스 등 지난해 NL 3개 디비전 우승팀들이 모두 부진한 출발을 보였을 때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시즌은 아직 초반이라며 멀지 않아 이들이 제자리를 찾아갈 것으로 전망했다.

그리고 워싱턴과 컵스는 얼마 지나지 않아 그런 예상에 따라가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말까지 11승16패에 그치던 워싱턴(24승18패)은 이후 6연승과 4연승을 포함, 13승2패의 맹렬한 상승세로 돌아섰고, 승률 5할선에서 오르락내리락하던 컵스(21승16패)도 최근 5연승을 거두면서 서서히 제 모습을 찾아가고 있다. 이들은 아직 디비전 선두자리를 되찾지는 못했지만 각각 선두에 1.5게임과 1게임차로 육박하며 선두 탈환이 멀지 않았음을 예고했다.

사실 다저스도 이 대열에 합류할 것으로 생각됐다. 지난 주말 '동네북' 신시내티와의 안방 4연전에 이어 16일부터는 또 다른 '만만한 팀' 마이애미와의 3경기가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16일에는 올 시즌 전혀 뛰지 못했던 올스타 3루수 저스틴 터너와 또 다른 주전 내야수 로건 포사이드가 부상에서 돌아와 복귀할 예정이어서 기대가 컸다. 반등의 시동을 거는 주말이 될 것으로 기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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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타에 그친 후 아쉬워하는 야시엘 푸이그. /AFPBBNews=뉴스1





그런데 다저스는 반등은커녕 오히려 후진하고 있다. 특히 '소문난 동네북' 신시내티에 안방에서 4패를 당한 충격은 컸다. 홈에서 '동네북' 팀에게 '동네북' 신세가 됐으니 디펜딩 챔피언의 체면이 말이 아니다. 아니 이젠 체면이 문제가 아니라 정말 다급한 상황으로 몰리기 시작했다. 마지막 19경기에서 5승14패, 최근 8경기서는 1승7패로 추락을 거듭하면서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물론 아직도 '초반'이긴 하지만 그래도 이미 시즌의 4분이 1이 지나갔다. 시간이 지날수록 회복할 가능성은 계속 낮아질 수밖에 없다. 벌써 주요 분석 사이트들의 다저스 우승확률은 뚝뚝 떨어지고 있다.

현재 페이스라면 다저스는 시즌 97패로 가고 있다. 97승은 거뜬할 것으로 예상됐던 팀이 97패 페이스로 가고 있으니 다저스팬들은 말문이 막힐 지경이다. 이제 다저스는 시즌 97승을 올리려면 남은 122경기에서 81승41패로 승률 6할6푼4리를 기록해야 한다. 절대 불가능한 수치는 아니지만 현재까지의 다저스의 모습을 보면 절대 불가능해 보인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신시내티에 4연패를 당한 뒤 "(팀의 부진을) 설명할 길이 없다. 왜 이리 부진한지 도무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사실 다저스는 지난 오프시즌 사실상 전력보강을 거의 하지 못했다. 이번 시즌만큼은 연봉 총액을 메이저리그 사치세 부과기준선 밑으로 떨어뜨려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큰 걱정은 하지 않았다. 워낙 기존 전력이 탄탄했기 때문이다.

지난 5년간 계속해서 사치세를 내야 한 다저스는 5년간 낸 사치세 합계만 무려 1억5000만달러에 달했고 세율도 최고로 치솟았다. 이번 시즌에 그 기준선 밑으로 연봉을 떨어뜨려 사치세 부과 페널티세율을 재조정(reset) 시키지 못하면 이번 시즌 종료 후 브라이스 하퍼와 매니 마차도, 그리고 어쩌면 클레이튼 커쇼 등 특급 스타들이 프리에이전트(FA) 시장에 쏟아져 나올 때 손가락만 빨고 쳐다봐야 할 신세가 될 판이었다.

결국 다저스 수뇌부는 지난 오프시즌 전력보강보다는 연봉감축에만 집중했고 그 결과 성공적으로 목표를 달성했다는 평을 받았다. 불펜에서 브랜든 모로와 토니 왓슨 등이 FA로 잃었으나 톰 콜러와 스콧 알렉산더와 JT 차고와 등을 저렴하게 영입해 손실을 보완했고 브랜드 맥카시와 에이드리언 곤잘레스 등은 연봉감축용 트레이드로 떠나갔으나 이들은 사실 핵심 전력 밖에 있었던 선수여서 전체적으로 전력의 큰 손실은 막은 듯 했다.

하지만 시즌이 시작되면서 그동안 다저스의 저력의 근원이었던 두터운 선수층이 엷어진 타격이 고스란히 성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터너와 코리 시거, 커쇼, 류현진 등 주요선수들의 부상이 꼬리를 물면서 그 여파가 여기저기로 퍼져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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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다저스 앤드류 프리드먼 야구부문 사장. /AFPBBNews=뉴스1





엷어진 선발진이 잇단 부상으로 구멍이 뚫리면서 구원진의 다목적 요원이던 로스 스트리플링이 선발진으로 이동해야 해 가뜩이나 취약해진 불펜이 더욱 약해진 것이 대표적인 예다. 지난해 시즌 초반 곤잘레스가 부상으로 나오지 못하면서 올라온 벨린저가 놀라운 활약으로 그 공백을 메우고도 남았던 일이 올해는 일어나기 힘들어진 것이다.

선발진과 타선이 기대에 못 미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도 지금 다저스의 가장 큰 문제는 불펜이다. 사실 실망스런 성적에도 불구, 다저스 타선은 올 시즌 171득점을 올려 NL 전체 6위이자 서부지구에서 1위에 올라있고 선발진의 평균자책점은 3.58로 NL 5위이자 서부지구 1위다.

하지만 불펜 성적은 보면 한숨만 나온다. 다저스 불펜의 평균자책점은 4.51로 NL에서 마이애미(5.48)와 콜로라도(4.77)를 빼면 리그 최악이다. 디비전 선두인 애리조나 불펜(2.41)의 두 배에 육박한다. 지난 2년동안 불펜이 리그 1위와 4위를 차지했던 것과 비교하면 하늘과 땅 차이다.

특히 비용 감축을 위해 떠나보내야 했던 모로와 왓슨이 각각 컵스와 샌프란시스코에서 뛰어난 성적으로 활약하고 있는 것이 더욱 속이 쓰린다. 2년간 2천100만달러에 계약한 모로는 올 시즌 컵스에서 9세이브에 평균자책점 1.29를 기록하고 있고 2년간 700만달러에 계약한 왓슨은 샌프란시스코에서 1승과 7홀드, 평균자책점 2.65를 올리고 있다. 반면 이들을 대체하기 위해 영입한 선수들은 부상자명단에 있거나(콜러) 전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다저스의 앤드루 프리드먼 구단 사장은 14일 LA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전체적으로 볼 때 올 시즌 우리는 선발진은 괜찮았지만 불펜과 타선은 그렇지 못했다"면서 "좋은 팀은 매 경기마다 이 3가지 중 최소한 두 가지가 제대로 작동을 해주는데 우리는 거의 매 경기에서 3가지 중 한 가지만 작동하는 일이 반복돼 왔다"고 문제를 진단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제 궤도에 돌아가려면 불펜이 지난해의 모습을 되찾는 것이 필수적이다. 그리고 우리는 지금보다 훨씬 더 잘 할 수 있는 선수들이 있다고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그는 이런 불펜 보강을 위한 트레이드 가능성을 묻는 질문엔 "5월에 외부 영입을 논하는 것은 가능한 옵션이 아니다"라면서 "현재는 우리 선수들이 제 기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해 당분간은 그럴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또 로버츠 감독 경질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는 "그(로버츠)가 앞으로 계속 이 팀을 이끌 적임자라는 것은 전혀 의심치 않고 있다"면서 "지금은 누구를 비난할 때가 아니라 함께 힘을 합쳐 문제를 풀어야 할 때다. 누군가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면 그 대상은 로버츠가 아니라 바로 내가 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기자가 다시 한 번 '그렇다면 로버츠가 올 잔여시즌 동안 감독으로 남는 것이냐'고 질문하자 "내 대답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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