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인터뷰]이성민 in 칸 "'공작'이란 꿈이 현실로"

칸(프랑스)=김현록 기자 / 입력 : 2018.05.15 11:00 / 조회 : 10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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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71회 칸 국제영화제를 찾은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 초청작 '공작'의 배우 이성민 / 사진제공=CJ E&M


"NG의 퍼레이드였다."

영화 '공작'의 이성민이 치열했던 촬영을 돌이키며 한 말이다. 제71회 칸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된 영화 '공작'(감독 윤종빈)은 1990년대 중반 '흑금성'이란 암호명으로 활동하던 안기부 스파이의 이야기다. 이성민은 북한의 숨은 실세인 대외경제위 처장 리명운 역을 맡았다.

지난 9일(현지시간) 칸영화제의 갈라 스크리닝을 통해 드디어 베일을 벗은 '공작'에서 이성민의 존재감은 단연 빛난다. 결코 진실을 말하지 않는 인물을 연기하면서 그 진심을 끝내 납득시킨다.

하지만 칸의 따가운 햇살을 맞으며 만난 그는 되려 "첫 장면을 찍고 잠 한 숨을 못 잤다", "굉장히 반성하고 후회하고 아파했던 영화였다"고 한숨을 쉬었다. 이성민은 다행히 배우들 모두가 비슷한 고민에 빠져있어 서로를 위로하며 '공작'을 만들어갔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남북한이 한창 대립하던 시기에 '공작'을 찍어, 남과 북 정상이 만난 화해무드 속에 처음 공개하게 된 감상도 남다를 수밖에. 이성민은 "'공작'은 어떤 꿈이었다"며 "꿈이 현실이 된 거 같아 묘하다"고 생각에 잠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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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71회 칸 국제영화제를 찾은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 초청작 '공작'의 배우 이성민 / 사진제공=CJ E&M


-칸 상영을 마치고 눈시울이 붉어졌더라.

▶(황)정민이 나를 바라보는 신을 볼 때 많이 울컥했다. 다들 그 신이 울컥해서 다른 데를 봤다.

-기립박수를 받을 때는 어땠나.

▶솔직히 말하면 그 때는 울컥하지 않았다. 제 생각은 영화에 등장하는 시계를 언제 보여줘야하나 하는 거였다. 시계를 빌려서 왔다.

-표현이 별로 없는 캐릭터다. 그만큼 절제하며 밀도있는 연기를 펼쳐야 했다.

▶대본이 그렇게 돼있었다. '공작'은 제가 연기하면서 굉장히 반성을 많이 하고 후회하고 아파했던 영화다. 왜냐면 잘 안 되니까. 머리 속으로 생각한 것이 구현이 잘 안 돼서 정말 힘이 들었다. 동작이 거의 없다. 늘 앉아있고 진실이 드러나지 않고. 사람이 마음을 열고 말을 해야 하는데, 흑금성은 스파이라지만 저도 진실을 말하지 않는다.

이 영화는 인물들이 모두 딜레마에 빠져있는 상황이다. 국가의 이념이나 자신의 신념이냐에 따라서 자신을 감추고 다른 것들을 얘기하고 있기 때문에 더욱 쉽지가 않았다. 내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을 직접 하지 못하고 다른 얘기를 하고 있으니, 테이블 밑으로 칼싸움을 하는 셈인데 쉽지가 않았다. 감당을 못하겠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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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공작'에서 북한 실세 리명운 역을 맡은 이성민 / 사진=영화 '공작' 스틸컷


-황정민 등과 다시 호흡을 맞췄는데.

▶즐길 수는 없었다. 사실 NG의 퍼레이드였다. 평소 NG를 잘 내지 않는다. 그런데 흑금성과 처음 만나는 고려관 식당 장면을 찍고 숙소에 들어가서 잠을 한 숨도 못 잤다. 내가 생각하는 것들이 구현이 전혀 안 되니까. 숨을 쉴 데가 없었다. 머릿속은 창과 칼을 날리는데 이게 구현이 안 되는 거다. 다행히(?) 다른 배우들 소식을 들어보니 다 그렇더라. 서로가 서로를 위로했다. 누군가 NG를 내도 불평을 할 수가 없다. '당연히 힘들지'라고 생각하며 서로 위로했다. 영화에 '호연지기'라는 말이 나오는데, 배우들의 '호연지기'가 끈끈했던 영화다.(웃음)

-어떻게 리명운이라는 인물을 잡아나갔나.

▶극중 리명운이라는 인물은 굉장히 엘리트 지식인이다. 김정일 대학교를 나온 김정일의 비선실세 같은 인물인데 외국에서 사업을 한다. 제가 한 생각은 '왜 그는 그의 조국을 버리고 딴 데를 가지 않지? 이 정도라면 이 사람은 그의 조국을 사랑하는구나' 였다. 그것이 리명훈을 연기한 가장 기본 베이스이자 중심축이 됐다.

-'군도'에 이어 다시 윤종빈 감독과 작업했다.

▶윤종빈 감독이 날 캐스팅할 때 깜짝 깜짝 놀란다. '군도' 때도 그렇고 이번에도 '왜 나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군도' 때는 묻지 못했고, '공작'을 할 때 물었다. '리명훈을 연기할 수 있는 배우가 더 있는데 왜 하필 나냐'고. 윤종빈 감독이 익숙함보다 새로운 걸 보고 싶어하는 것 같은 욕망이 있더라. 그래서 이성민이었다고 얘기했다. 익숙한 것을 불편해 하는 감독님의 취향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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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회 칸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된 '공작'의 레드카펫 행사에 참석한 주지훈, 이성민, 윤종빈 감독, 황정민 /AFPBBNews=뉴스1


-칸영화제는 이번이 처음이다. 언젠가 가야겠다는 생각은 해봤나.

▶전혀 그렇지 않다. 처음에는 칸영화제에 초청됐다는 소식을 듣고 '가야 되나' 이런 생각도 했다. 감독님이 '미쳤냐'고 '거기 가서 사진을 찍어야 한다'고 하더라. 와 보니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환대를 받으면서 촬영했던 영화를 본다는 게 굉장히 색다르더라. 레드카펫을 걸어올라가 뒤를 돌아보니 제작사와 투자자, 함께했던 분들이 일렬로 쫙 서있는데, 살면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것이었다. 로마시대에 승전을 하고 돌아온 군인이 된 느낌이었다. 전쟁터에서 살아 돌아온 것 같은.

-남북 화해무드 속에 개봉을 앞두게 됐다. 남다르게 느껴질 것 같다.

▶이 영화 준비할 때는 극단적으로 냉랭했다. 당시 영화를 만들 때는 '문제작이 되겠구나. 여러 사람 입에 오르락내리락 할 수 있겠구나' 했다. 남북의 관계가 달라지는데, 그들에 대한 정보가 많아지면 그들도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은 사람이구나 생각하게 되지 않을까. 3년 전에 이 영화를 하며 어떤 꿈과 희망을 가지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지금 남북의 정서 때문에 우리 영화가 많은 관심을 모은 것 같다. '공작'은 어떤 꿈이었고 지금이 현실이다. 꿈이 현실이 된 거 같아 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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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영화대중문화 유닛 김현록 팀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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