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인터뷰]윤종빈 in 칸 "다음엔 칸 경쟁? 가봐야 알죠"

칸(프랑스)=김현록 기자 / 입력 : 2018.05.14 09:00 / 조회 : 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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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71회 칸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된 영화 '공작'의 윤종빈 감독 / 사진제공=CJ E&M


제 71회 칸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된 윤종빈 감독의 '공작'은 남과 북의 이야기다. 1990년대 남과 북을 오가며 활동했던 안기부 스파이 흑금성의 이야기를 담았다. 남과 북의 화해 무드 속에 마치 계획이나 한 듯 세상에 나온 영화지만 그 과정이 순탄한 것은 아니었다.


스파이 흑금성으로 불린 박채서 씨는 영화가 기획되던 당시 수감 중이었고, 윤 감독은 박씨에 대한 감시의 눈 때문에 직접 면회조차 할 수 없었다. '공작'이란 두 글자 제목도 애초 전 정권 아래 흑금성 이야기를 영화화한다는 걸 들킬까 조심스러워 남의 눈을 피하려 지은 가제였다. 그러나 세상이 바뀌고, 남과 북이 손을 잡고, '공작'은 프랑스 칸영화제의 스포트라이트 속에 처음 베일을 벗었다. 윤종빈 감독은 "촬영을 시작할 때만 해도 상상도 하지 못할 상황"이라며 거듭 "신기하다"고 말했다.

윤종빈 감독은 2006년 '용서받지 못한 자'가 주목할만한 시선에 초청된 지 12년 만에 다시 칸을 찾았다. '공작'의 칸 갈라 상영 직후 티에리 프레모 칸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윤 감독에게 '다음엔 경쟁부문에서 보자'는 덕담을 건넸다고 윤종빈 감독은 그 이야기를 들은 게 사실이라면서도 "가 봐야 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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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71회 칸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된 영화 '공작'의 황정민, 윤종빈 감독, 이성민, 주지훈 / 사진제공=CJ E&M


-북핵위기가 고조되는 시점에 촬영해 남북한의 화해무드에서 영화를 선보이는 소감이 어떤가.


▶신기했다. 남북 정세라는 게 정권에 따라서 냉탕과 온탕을 왔다갔다 한다. 실제로 화해무드로 간다는 게 신기했다. 작년 겨울 '공작' 촬영을 시작할 때만 해도 상상도 하지 못할 상황이었다. 영화를 떠나 한국에서 사는 국민으로서 감회가 새롭다.

-칸영화제의 미드나잇스크리닝 부문에 남북관계를 다룬 묵직한 작품이 초청됐다는 자체도 이례적이다.

▶남북 정상회담이 예정돼 있었고 북미정상회담이 예정돼 있다는 점에서 관심있게 보지 않았을까. 영향이 없지는 않았을 것 같다.

-흑금성이라고 하는 스파이에게 매료돼 영화화를 결심하게 된 이유가 뭔가.

▶제가 생각했던 스파이 이야기와 달라 흥미가 갔다. 중앙정보부 관련 영화를 만들려고 취재를 하다가 흑금성이란 스파이의 존재를 알게 됐다. 당시 감옥에 수감 중이라고 하더라. 바로 면회를 하려 했다. 면회를 간다고 하니 다른 사람을 보내라고 하더라. 영화감독이 자신을 만난다는 게 보고가 올라간다는 이유였다. 그래서 영화사 대표가 조카라고 하고 아내 분과 함께 면회를 갔다.

첩보물이라는 게 일종의 비사를 다루는 것 아닌가. 정보량이 적어 대본 쓰기가 어려웠다. 스파이 활동을 어떻게 시작했는지부터 해서 죽 써달라 했더니 책 두 권 분량을 자필로 써서 보내주셨다. 그걸 봤는데 이야기 자체가 드라마틱하고 흥미로웠다. 실제 스파이의 이야기를 날것 그대로 본 것 아니겠나. 어떻게 스카우트가 돼 어떻게 일을 시작하게 됐는지가 다 있었다. 영화엔 1993년으로 나오는데 1991년부터 스파이 활동을 했다더라. 본인 뜻과 상관없이 스파이 활동을 하다 평양에 가서 적국의 수장을 만난 것이다. 냉전시대 미국 스파이가 레닌을 만난 셈이다. 현대사의 한 순간에 개입하는 것이 너무 흥미로웠다.

그 회고록이 토대였다. 회고록은 영화가 개봉하는 즈음 출간을 준비하는 것으로 안다. 너무 길어서 압축과 축약 없이는 영화만들기가 불과했다. 재미있는 과정이 많이 빠지기도 했다. 그런 부분에서 제 관점이 들어갔는데 부정적이다 긍정적이다는 느낌으로 각색하지는 않았다. 영화적 맥락에 따른 것이다.

-사전정보가 없는 관객에게는 어렵게 다다갈 수도 있는 내용이다.

▶친절하게 풀어줄 수도 없으니까. 정보가 없어도 쉽게 볼 수 있는 영화가 아니다. 어느 정도 수준에 맞춰야 하나 어려움이 있었다.

-흑금성은 애국자일까. 어떻게 캐릭터를 설정했나.

▶나는 영화를 만드는 사람이니까 내가 만들고자 하는 인물을 부정적으로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는 내가 동의하든 동의하지 않든 애국심과 국가관이 투철한 사람이다. 회고록에도 스파이 활동을 하며 느낀 위정자에 대한 분노가 솔직하게 담겨 있었다. 회고록에도 등장하는 데 총선 당시 북풍이 있었던 걸 도청을 통해 알고 있었고, 해당 기사를 썼던 기자가 청와대로부터 고소당했는데 전화를 해 사실이라고 이야기했다고 하더라. 하나는 그 일이 잘못된 거라 생각해서, 또 하나는 스파이로서의 인장을 남기고 싶었던 게 아닌가 생각한다.

회고록에도 나오지만 스파이 활동을 하면서 위정자들에 대한 분노가 솔직하고 담백하게 써 있었다. 그것이 영화 개봉 즈음에 출간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회고록에도 김단 기자 이야기가 나온다. 총선때 북풍이 있었던 걸 도청을 통해 알고 있다가 시사인을 통해 김단 기자의 기사를 보고 전화를 했다더라. 청와대에서 소송이 붙었는데 사실이라고 하더라. 영수증까지 찾아서 준 것으로 알고 있다. 하나는 잘못된 거라 해서 한 것, 또 하나는 스파이로서의 인장을 남기고 싶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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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71회 칸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된 영화 '공작' 포스터


-처음 작업에 착수하는 게 쉽지 않았을 텐데.

▶박근혜 정부 당시에 시작했다. 블랙리스트는 그 때부터 영화계에서 공공연한 사실이었다. 제목이 '흑금성'이었는데 그러면 어려움이 있을 듯해 '공작'이라고 대외용 제목을 지었다. 부르다 보니 나은 것 같아 이렇게 됐다. 촬영 중간에 탄핵과 촛불혁명이 벌어지며 세상이 너무 빨리 변하는 거다. 나는 일개 영화감독이지만 '대선 전에 북풍이 있을 것이다, 뻔하다'라고 생각하며 영화를 거기에 초점을 맞췄다. 또 다른 포커스가 간 상황이기도 하지만.

-시기가 시기라 더 주목을 받을 듯하다. 걱정이나 바람이 있나.

▶걱정은, 남북화해무드가 일고 종전 선언도 곧 될 텐데 사람들이 이 영화를 남과 북이 대립하는 영화로 볼까봐. 궁극적으로 이야기하려 하는 건 그 쪽이 아닐까. 영화를 보면 아실 것이다.

-한반도 정서를 이해해야 공감할 수 있는 영화라는 생각도 든다.

▶영화를 찍으며 해외 관객을 염두에 두지 않는다. 저는 국내 관객의 반응이 걱정됐다. 사전 지식이 필요하다. 10대 20대는 모르는 부분이 있을텐데. 어느 수준으로 설명해야 할까 너무 어려웠다. 후반 작업까지 고민을 많이 했다.

기본적으로 영화라는 매체가 100% 이해한다고 해서 100% 좋아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영화에 몰입하고 된 후에 찾아볼 수도 있는 것이고 이야기를 나누다 알게 될 수도 있다. 영화로서 이해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최대한 담담하게 해 보자 했다 .이 영화는 그런 톤이 맞겠다고 생각했다. 과잉으로 가면 애국을 강조하거나 민족애를 강조할 수 있다. 그런 건 내가 좋아하지 않아 부담이 점이 부담이 됐다. 극중 인물은 너무나 투철한 국가관을 가진 군인이지만.

-총제작비 200억을 들여 액션이라곤 없는 스파이 첩보물을 만든다는 데 대한 현실적인 부담도 있었을 텐데.

▶총제작비 200억이 될 줄 몰랐다. 그런데 대본 쓰고 가다 보니 북한 장면도 사야 하고, 세트도 짓고, 해외도 가고…. 예산 때문에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다. 감독님 '이걸 빼세요' 하는데 뺄 수는 없고. 시작한 콘셉트를 예산 때문에 바꿀 수는 없는 거다. 예산의 부담이 있었지만 차라리 다른 쪽을 부각시키자 했다. 그것이 바로 둘의 교감이었다. 한 신 있던 액션 장면은 편집 과정에서 빼 버렸다. 맞지 않아서.

-지난 미드나잇 스크티링 공식상영을 마치고 티에리 프레모 칸영화제 집행위원장이 '다음엔 경쟁부문'이라고 말했는데.

▶너무 놀랐다. 기립박수를 받을 때 길게 가는 게 중요하다는데, 뭘 못하겠더라. '끊어줘' 하는 마음으로 티에리 프레모를 계속 봤다. 가자고 해서 냅다 따라나왔다. 나가자마자 '영화 너무 좋고, 훌륭하다. 다음에는 경쟁에 부른다'고 하는데 의례적으로 하는 이야기인 줄 알았다. '영광이다'라고 했는데 빈말 하는 사람이 아니라고 하더라. 다 가봐야 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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