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별점토크]'이상한나라의며느리', 이상하지 않은 나라로 바꿀 수 있을까?

이수연 스타뉴스 방송작가 / 입력 : 2018.05.11 14:50 / 조회 : 3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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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MBC


다매체, 다채널 시대가 되면서 하루에도 수십 개의 방송 프로그램이 쏟아져 나온다. 이 얘기는 곧 볼만한 프로그램이 수도 없이 많다는 것이요, 그 반면에 놓치는 프로그램 또한 많다는 걸 의미한다. 때문에 수많은 프로그램들 가운데에서 살아남는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니, 방송국은 그야말로 살벌한 전쟁터라고 할 수 있다. 솔직히 말해 리모콘으로 채널을 돌리다가 '음... 무슨 프로그램인지 한 번 봐볼까?' 하고 시청하는 것조차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첫 회 방송만으로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며 화제가 되었던 프로그램이 있다는 건? 답은 물론 대단한 프로그램이라는 것이다.


MBC에서 파일럿으로 방송 된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가 바로 이랬다. 첫 방송이 나가자마자 실시간 검색어를 장악(?)했으며, 관련 기사가 쏟아져 나왔다. 며느리로 살고 있는 이들의 모습을 지켜보는 리얼리티 관찰 프로그램으로, 연예인 며느리, 연예인 남편을 둔 며느리, 일하는 며느리, 세 명의 며느리가 등장한다. 이들의 삶이 전파를 타면서 '며느리'란 명칭으로 불리는 이 땅의 여성들은 공분했다. 곧 출산을 앞둔 만삭의 몸이건, 하루 종일 일과 육아에 치여 지쳤건, 갓 결혼을 한 새 색시이건 상관없이, '며느리의 삶'은 똑같았다. 각자의 입장이나 상황이 있건만 시댁에서 음식하고, 설거지하는 건 모두 며느리의 몫이요, 시부모님의 억지스러운 주장(?)도 미소로 받아들여야만 하는 분위기가 조성되어 있었다. 이상한 나라에선 그녀들의 각자 입장과 상황은 용납(?)되지 않고, 그저 시댁에 모든 걸 맞춰야한 한다. 방송을 보는 내내 불편함이 스멀스멀 기어 나온다. 결혼을 통해 한 명의 인격체로 존중받기 보다는 남편 가족에게 '일하는 사람'으로 취급받는다고나 할까? 물론 방송되지 않은 부분에선 가족들이 함께 한 아름다운 모습들이 있을 수 있고, 제한 된 방송시간 때문에 안타깝게 지내는 며느리의 모습에만 초점을 맞추어서 이런 부분만 더 부각되었을 수 있다. 그러나 나무를 보지 말고 숲을 보자. 어찌되었든 '이상한 나라'다.

이걸 어찌 누구 한 명의 잘못이라고 할 수 있을까. 뿌리 깊게 박혀 있는 유교 사상과 전통적인 관습이니 말이다. 그러나 세상이 바뀌고 여성들의 생활 패턴도 바뀌었다. 그러니 '며느리의 삶' 역시 바뀌어야 되지 않을까. 예전엔 '안'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였겠지만, 이제는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가 맞다는 것이다. 이 땅의 며느리들은 모두 '이상한 나라'라는 것에 공감하는데, 문제는 '며느리'를 제외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기에 찬성(?)하지 못한다는 데에 있다. 그랬으니 시댁 식구를 둘러 싼 갈등이 지금까지 끊이지 않았으리라. 분명 결혼은 남자와 여자가 1:1의 인격체로 만나 또 다른 가정을 만드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지금껏 우리네 방식은 여자가 남자네로 종속되는 것을 당연시했다는 것이다.

때문에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는 분명 혈압을 오르게 만드는 프로그램임은 맞다. 발암드라마는 지금까지 꽤 많았으나 발암 관찰 프로그램은 아마도 처음일지 모른다. 아이러니하지만 그래서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에 박수를 보낸다. 이 땅의 수많은 가정들이 이러한 문제로 갈등과 싸움을 반복한들 무슨 영향이 있을까. 그저 개인사, 가정사에 머물 수밖에. 그러나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 한 회 방송이 지금까지 있었던 그 어떤 캠페인이나 뉴스 기사보다 더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방송을 시청하는 이 땅의 남녀노소 모두여! '이상한 나라'가 맞음을 인식하고 다 함께 협력하여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가면 어떨까! 정규편성을 확정지었으니 앞으로 바꾸어 나갈 시간, 충분하지 않을까.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를 통해 긍정적인 가족 문화가 형성되길 바라며! 그래서, 제 별점은요~ ★★★★ (4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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