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혜진의 톡톡] 미안함에 눈물과 함께한 황재균의 첫 끝내기

심혜진 기자 / 입력 : 2018.05.11 08:48 / 조회 : 3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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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후 인터뷰에 나선 황재균./사진=심혜진 기자






KT 위즈가 마침내 긴 연패에서 탈출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88억 원에 데려온 황재균(31)이 한 방을 쳐냈다. 팀에 미안함에 눈물을 흘린 황재균이다.

KT는 지난 10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MY CAR KBO리그' 삼성과의 주중 3연전 마지막 경기서 5-4 승리를 거뒀다.

패색이 짙던 8회 동점을 만들었고, 9회 마지막 공격에서 다시 경기를 원점으로 돌렸다. 2번의 동점 끝에 경기는 연장으로 접어들었고, 11회말 승부가 끝이 났다. KT의 끝내기 승리. 끝내기 안타의 주인공은 황재균이었다.

미국 도전을 마치고 국내로 돌아온 황재균은 KT를 선택했다. KT 역시 88억 원이라는 거액으로 그를 맞이했다. 분명 KT가 황재균에게 바라는 역할은 있었을 터. 초반에는 그의 효과가 여실히 나왔다. 신인 강백호와 함께 팀 타선을 이끌며 활약해줬다.


그러나 타격에는 사이클이 있기 마련이다. 팀 타선이 조금씩 침체에 빠졌고, 황재균도 마찬가지. 결국 연패로 이어졌다.

김진욱 감독은 계속해서 타순에 변화를 주면서 연패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했다. 주로 4번 또는 중심타선에서 활약하던 황재균이 이날은 1번 타순으로 올라간 것이 가장 큰 변화였다. 지난 4월 21일 대구 삼성전에서 시즌 첫 1번 타자로 나서 3안타를 몰아친 좋은 기억이 있다. 일종의 배려였다. 부담감 없이 자기 스윙을 하라는 주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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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재균./사진=KT 위즈







11일 오전 현재 시즌 타율 0.333으로 괜찮은 황재균이지만, 최근 들어 문제는 저조한 득점권 타율이었다. 이날 경기 전까지 그의 득점권 타율은 0.227로 좋지 않았다. 이날도 끝내기 안타가 없었다면 득점권 타율은 더 떨어졌을 것이다.

첫 타석에서 안타를 쳤지만, 두 번째, 세 번째 타석에서는 각각 삼진과 유격수 땅볼로 물러났다. 8회 몸 맞는 공으로 나갔지만, 9회 2사 2, 3루 끝내기 찬스에는 좌익수 뜬공에 그쳤다.

그렇게 경기는 연장으로 접어들었다. 10회 공격은 무위로 끝났다. 결국 11회 KT가 웃었다. 그 배경에는 황재균이 있었다. 4-4로 맞선 연장 11회말. KT는 선두타자 강백호의 볼넷과 심우준의 고의 4구 그리고 무관심 도루로 2사 2, 3루 기회를 잡았다.

타석에 들어선 황재균은 2볼 상황에서 김승현의 직구를 공략했고, 타구는 우중간을 갈랐다. 길고 길었던 승부에 마침표를 찍는 순간이었다.

경기 전 만난 채종범 타격코치는 타선 부진에 대해 "'자신이 해결해야겠다'라는 생각들이 많은 것 같다. 의욕이 너무 넘치는 것이 문제점이라면 문제점이다. 작년, 재작년처럼 상황이 되풀이되는 것 때문에 선수들이 급해져 있다"고 짚었다.

팀 타선에서 황재균의 역할은 당연히 중요하다. 일단 황재균의 마음이 편해야 좋은 스윙이 나올 수 있다는 코칭스태프의 의견이었다. 그래서 이날 황재균이 1번에 자리잡은 이유 중 하나다. 채 코치는 "황재균이 활기를 찾아야 팀이 살아난다. 물꼬가 터져야 한다. 그 시점을 기다리는 중이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그 믿음에 황재균이 마침내 응답한 것이다. 동료들의 물세례를 받은 후 단상에 올라가 수훈 선수 인터뷰를 하던 황재균은 그동안의 마음고생을 생각한 듯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도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황재균은 "팀이 지는 동안 모든 것이 내 탓 같았다. 여러모로 마음고생이 심했다"면서 "오늘 이 끝내기로 막혔던 것이 확 뚫린 기분"이라고 웃었다.

타순 변화에 대해 "이렇게까지 왔다 갔다 하는 것은 처음이다. 그동안 내가 잘했다면 타순이나 수비 모두 고정됐을 텐데, 다 내가 못한 탓이다. 그래도 팀에 도움이 되는 위치에 나가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채 코치 말대로 '부담감'이라는 심리적인 영향이 부진으로 이어졌다. 황재균은 "보통 긴장을 잘 하지 않은 스타일인데, 요즘에는 부담감 때문인지 찬스 때 스윙이 바뀌더라. 맞추는데 급급한 스윙을 했다. 계속 '잘해야 한다', '잘해야 한다'라는 생각만 했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끝내기 상황까지 오게 된 장면을 보면 앞 타자인 심우준이 고의4구로 나가면서 황재균에게 기회가 왔다. 황재균으로서는 자존심이 상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크게 개의치 않았다. 그는 "고의 4구로 거르고 나를 택해서 자존심이 상하거나 그런 것은 없었다. 다만 무조건 쳐서 끝내야겠다는 생각만 있었을 뿐이다"고 답했다.

이번 끝내기 안타로 조금이나마 마음의 짐을 내려놓을 수 있는 계기가 됐다. 황재균은 "미안함은 조금 내려놓고, 앞으로는 더 열심히 치겠다. 내 역할을 잘 하겠다"고 다짐했다.

KT는 11일부터 13일까지 롯데와 주말 3연전을 치른다. 황재균에게는 친정팀이다. 끝내기 안타로 부담감에서 벗어난 황재균이 친정팀을 상대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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