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퍼톤스 "정규앨범 고집..솔로? 발표하면 큰일 나"(인터뷰①)

밴드 페퍼톤스 신재평, 이장원(왼쪽부터)/사진제공=안테나뮤직

인터뷰를 위해 자리에 앉은 두 남자는 먼저 어색한 인사를 건넸다. 조금 있으면 불혹(不惑)을 바라보는 그들이지만 어색한 상황에 쑥스러워하고, 자신들의 농담에 취재진이 웃으면, 만족한 듯 미소를 짓는 두 남자는 아직 소년 같았다.


밴드 페퍼톤스(신재평, 이장원)는 오는 9일 오후 6시 여섯 번째 정규앨범 '롱웨이(Long way)'를 발매한다. 무려 3년 9개월 만에 발표하는 앨범이다. 새 앨범 발표까지 오랜 시간이 흐른 만큼 두 사람을 둘러싼 환경도 변했다. 신재평은 결혼해 아이까지 생겼고, 이장원은 예능프로그램에서 활약하면서 조금 더 대중 친화적인 이미지를 가지게 됐다. 페퍼톤스는 새 앨범을 발매한 소감으로 "긴장된다"고 말했다.

"약 4년 만에 새 앨범을 발표하며 인사를 새롭게 드리는 것 같네요. 너무 설레지만 한편으로는 긴장됩니다. 라이브 무대, 방송 등 활동은 계속해왔지만 새 앨범을 보여드리는 일은 늘 긴장이 되는 것 같아요."(신재평)

"저희가 활동은 쉬질 않았어요. 방송도, 공연도, 클럽투어도 다 했는데 앨범을 오랫동안 쉬다 보니까 새로운 음악을 보여드리고 싶었던 것 같아요. 특히 공연할 때 그랬죠. 죄송한 마음이 컸는데 이제 좀 덜 수 있을 것 같아요."(이장원)


페퍼톤스의 정규 6입 '롱웨이'는 주제가 확실하다. 가상의 주인공이 여행을 하는 과정을 옴니버스식 구성으로 표현했다. 총 8곡이 수록된 이번 앨범에서 페퍼톤스는 각 수록곡별로 다양한 여행 이야기를 담으며 다양한 감정을 표현하고자 했다.

"수록곡 8곡 중에 가사가 있는 곡은 7곡입니다. 모두 각기 다른 이야기를 담고 있어요. 서로 다른 가상의 주인공들이 여행을 떠나고, 그 길 위에서 벌어지는 장면들을 그려봤어요. 특히 노래 속 주인공들은 우리들(사람들)의 여행과 달라요. 목적을 정하고, 즐겁게 떠나는 느낌은 아니죠. 기약 없이 떠나는 편도여행에 가까워요. 어떤 일이 벌어질지, 보고 싶었던 것을 볼 수 있을지 아무것도 모르지만 막연한 기대와 설렘, 그리고 거기서 오는 쓸쓸한 감정을 표현해보고자 했어요."(신재평)

/사진제공=안테나뮤직

정규 6집은 페퍼톤스가 발표한 기존의 앨범들과는 사뭇 다른 양상을 보여준다. 가장 큰 차이점은 페퍼톤스 자신들의 이야기가 아닌 가상의 주인공 이야기를 그렸다는 것. 신재평의 설명처럼 각 노래 속 주인공들의 여행의 감성은 사뭇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여기에는 신재평과 이장원, 두 사람이 느낀 감정이 바탕이 됐다.

"즐거운 여행도 좋지만 무작정 떠나는 길이 더욱 매력적이라고 느꼈어요. 저희가 대학교 때 만났는데 저는 집이 경기도라 주말마다 버스를 타고 왔다 갔다 했어요. 장원이도 본가가 대전이라 마찬가지고요. 그때 이런 감정을 많이 느꼈어요. 터미널에 앉은 사람들 모두가 같은 목적지를 가지고 있고, 같은 버스를 기다리는데 서로 아무 말도 안 하고, 목적지에 도착하면 뿔뿔이 흩어져요. 설레지만 외로운 그런 감정이 우리에겐 익숙했죠. 즐거우면서도 고독한 여행의 모습을 보여주고자 했어요. 지금까지 밝고 경쾌한 음악들로 사람들에게 위로를 주고자 했다면 이번 앨범에서는 공감대를 형성하는데 집중했어요."(신재평)

앨범에서는 두 사람의 고민과 표현하고자 하는 감정이 오롯이 묻어난다. 이처럼 높은 완성도를 보여주는 앨범이지만 정규앨범을 고집하는 두 사람의 스타일 때문에 팬들의 기다림도 길어질 수밖에 없다.

"물론 저희들도 싱글을 자주 발표하며 활동할 수도 있겠죠. 그러나 저희는 지금까지 앨범 단위로 발표했었고, 기존의 앨범과 늘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렸다는 자부심이 있어요. 재밌게 들을 수 있는 앨범, 신선하고 부끄럽지 않은 앨범을 만들고자 하다 보니까 공백이 생각보다 길어졌죠. 앞으로도 우리 방식을 계속 이어갈 생각입니다. 그리고 저희는 솔로 앨범을 발표하면 큰일 난다는 것을 알고 있어요. 본능적으로요. 하하."(이장원)

인터뷰②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