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 김의 MLB산책] 시거-류현진-커쇼 DL행..쉽지않은 다저스의 시간

댄 김 재미 저널리스트 / 입력 : 2018.05.08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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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애리조나전서 2회말 사타구니부상을 입고 마운드에서 내려오고있는 류현진. /AFPBBNews=뉴스1


“다 끝나고 나면 다저스는 디비전 순위 맨 윗자리에 있을 것이다.”

데이브 로버츠 LA 다저스 감독은 지난달 말 샌프란시스코 원정 도중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렇게 장담했다.


올해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 중 하나로 꼽힌 다저스가 첫 한 달 동안 고전을 면치 못하며 승률 5할도 안 되는 성적으로 하위권으로 떨어지는 슬로우 스타트를 끊은 뒤 시간이 지나도 좀처럼 달라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팬들의 불안감과 우려가 커지자 “시즌은 이제 시작이고 충분히 회복할 수 있다”면서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6년 연속 우승을 장담하는 강경 발언을 한 것이었다. 생각만큼 시원하게 흐름이 바뀌지 않는 답답한 처지에서 팀 내에서 싹틀 수 있는 회의적인 생각을 미리 차단하고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불러 넣어 주기 위해 의도적으로 강한 발언을 통해 자신감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할 수 있어 보인다.

하지만 로버츠 감독의 이 발언이 나온 후에도 다저스 사정은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 오히려 상황은 더 안 좋은 쪽으로 움직이고 있는 느낌이다.

우선 샌프란시스코와 애리조나, 그리고 지난 주말 멕시코를 거치는 11경기 원정여행에서 다저스는 4승7패로 뒷걸음질을 계속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1승3패, 애리조나에 2승2패 후 멕시코로 날아가 치른 지구 최하위팀 샌디에이고와의 3연전도 1승2패로 내줬다.


이 3팀은 모두 다저스의 디비전 라이벌들이다. 디비전 상대들과의 경기에서 이처럼 열세를 보인다면 지구 우승이 힘들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다저스는 올 시즌 샌프란시스코를 상대로 4승6패, 애리조나는 상대로 3승7패의 열세를 이어갔고 샌디에이고를 상대로만 4승2패로 우위를 보이고 있다. 또 다른 디비전 라이벌인 콜로라도 로키스와는 아직 한 번도 만나지 않았다. 다저스가 왜 15승19패로 NL 서부지구 4위에 그치고 있는지 잘 알 수 있다. 디비전 선두 애리조나(23승11패)와는 이미 8게임차가 벌어진 상태다.

하지만 이런 부진한 출발 이상으로 더 다저스 팬들에게 불안감을 안겨주는 것은 팀의 주전급 선수들이 계속해서 부상으로 쓰러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당장 로버츠 감독의 발언이 나온 이후 이번 원정여행 기착지마다 다저스는 팀의 핵심선수들을 부상자명단(DL)에 올려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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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 시거./AFPBBNews=뉴스1


우선 샌프란시스코에선 팀의 올스타 유격수 코리 시거가 토미 존 수술(팔꿈치 인대재건 수술)을 받아야 한다는 진단을 받고 팀을 떠나 LA로 돌아갔다. 시거는 올 시즌에는 돌아올 수 없게 됐는데 타격은 물론 수비에서도 핵심선수인 시거의 전열 이탈은 다저스에 심대한 타격이 될 수밖에 없는 악재다.

하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었다. 다음 기착지인 애리조나에선 올 시즌 팀에서 가장 좋은 출발을 끊었던 선발투수 류현진이 쓰러졌다. 경기 도중 사타구니 근육이 파열되는 중상을 입고 팀을 떠나 LA행 비행기에 올라야 했다. 류현진은 MRI(자기공명이미지) 촬영결과 근육이 뼈에서 떨어져 나갈 정도로 부상 정도가 심한 것으로 알려져 장기 결장이 불가피해졌고 후반기 중에나 복귀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시즌 초반 다른 선발투수들이 아직 제 궤도에 오르지 못한 상황에서 사실상 에이스 역할을 해줬던 류현진 이었기에 다저스로선 더욱 뼈아픈 손실이었다.

그런데 설상가상으로 나쁜 소식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이번엔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의 차례였다. 원정여행 마지막 기착지인 멕시코에서 다저스는 커쇼마저 DL에 올리고 LA로 돌려보내야 했다. MRI 촬영 결과 왼쪽 이두박근에 염증이 생긴 사실이 발견됐는데 비록 앞선 두 명 만큼 큰 부상은 아닌 것으로 보이지만 현재로선 그가 언제쯤 돌아올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비록 커쇼가 올 시즌 그답지 않게 부진한 출발을 보이고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팀의 간판투수인 에이스인데 그런 선수를 잃은 타격은 아무리 선수층이 두터운 다저스라도 쉽게 만회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더구나 이미 저스틴 터너, 리치 힐, 로건 포사이드, 야시엘 푸이그 등이 전열에서 이탈해 있는 상황인 것은 감안하면 다저스 팬들이 느끼는 위기감이 상당할 수밖에 없음을 이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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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두근 건염으로 부상자 명단에 오른 클레이튼 커쇼. /AFPBBNews=뉴스1


물론 모든 소식이 나쁜 것만은 아니었다. 루키 선발투수 워커 뷸러는 이번 시즌 3번의 선발등판에서 2승과 평균자책점 1.13의 빼어난 성적을 올리며 다저스는 물론 메이저리그 전체에서 최고 유망주 중 하나라는 평가를 입증해가고 있다. 뷸러는 지난 주말 멕시코에서 벌어진 샌디에이고 시리즈 1차전에선 선발로 나서 6이닝을 무안타로 막으며 다른 구원투수 3명과 함께 다저스 구단 역사상 첫 ‘팀 노히터’를 합작하기도 했다. 또 리치 힐은 9일(이하 한국시간) 애리조나와의 경기에서 복귀할 예정이고 터너도 앞으로 2주 정도면 돌아올 것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하지만 이 정도로 부상과 슬로스타트로 인한 타격을 만회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사실 시즌이 아직도 많이 남아있어 충분히 회복할 여지가 있다는 것은 사실이지만 문제는 앞으로 치고 나가고 있는 애리조나의 기세가 심상치 않다는 것이다.

애리조나는 현재 23승11패로 다저스보다 8게임이나 앞서 있을 뿐 아니라 내셔널리그 전체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올리고 있다. 애리조나는 올해 첫 9번의 시리즈를 모두 승리한 뒤 다저스와 4연전 시리즈를 2승2패로 비겼으나 곧바로 월드시리즈 챔피언 휴스턴 애스트로스를 상대로 2승1패로 시리즈를 따내는 등 올해 11개 시리즈에서 무패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마지막 경기에선 올 시즌 전승가도를 달리던 휴스턴 에이스 저스틴 벌랜더에게 시즌 첫 패를 안기며 시리즈 승리를 따내는 저력을 발휘하는 등 결코 초반에 반짝하다 스러질 팀이 아님을 입증해 가고 있다.

애리조나의 전력이 시즌 전 평가보다 훨씬 안정된 것으로 나타나면서 메이저리그 전문사이트들의 시즌 프로젝션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팬그라프는 시즌 개막전 다저스가 94승, 애리조나가 84승을 올릴 것으로 전망했으나 이제는 두 팀 모두 87승을 올리는 것으로 전망을 바꿨다. 그리고 디비전 우승확률에선 애리조나 39.6%, 다저스 38.5%로 박빙의 차이긴 하지만 올해 처음으로 애리조나가 다저스를 추월했다.

최소한 팬그라프는 아직도 두 팀간의 간격을 박빙으로 보고 있는 반면 또 다른 전문사이트 베이스볼 프로스펙터스의 PECOTA 시뮬레이션은 이미 완벽하게 애리조나 쪽으로 저울추가 기울었다고 보고 있다. 시즌 시작 전엔 다저스가 99승으로 86승의 애리조나를 여유있게 제치는 것으로 나왔으나 이제는 애리조나가 93승, 다저스가 86승을 올리는 것으로 상황이 역전됐다. 애리조나의 디비전 우승 확률은 70.6%에 달해 17.1%의 다저스를 압도하는 것으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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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브 로버츠 감독./AFPBBNews=뉴스1


또한 PECOTA 시뮬레이션에서 애리조나의 월드시리즈 우승 확률은 12.4%에 달하는 데 이는 내셔널리그에서 압도적 1위이고 메이저리그 전체로는 휴스턴(14.7%), 보스턴 레드삭스(13.2%)에 이어 3위다. 상대적으로 다저스의 월드시리즈 우승확률은 5.9%에 불과하다. 다저스 입장에서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다고 생각하기엔 너무도 강한 상대가 같은 디비전에 자리 잡고 있는 셈이다.

다저스는 9일과 10일 홈구장에서 애리조나와 또 2연전을 치른다. 9일 경기는 원래 커쇼가 선발로 예정됐으나 그의 부상으로 인해 힐(1승1패, 6.00)이 나서게 됐고 10일은 알렉스 우드(3패, 3.83)가 선발 등판한다. 이에 맞서는 애리조나는 우완 잭 고들리(4승2패, 3.41)와 좌완 패트릭 코빈(4승, 2.15)가 선발로 나서 선발 싸움에서 다저스가 눌리는 모양새다. 만약 다저스가 로버츠 감독의 호언장담을 현실로 만들어내려면 당장 이번 2연전부터 달라진 모습을 보여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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