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선무비] '어벤져스3' 나비효과..착한 독과점은 없다

[전형화의 비하인드 연예스토리]

전형화 기자 / 입력 : 2018.04.28 09:30 / 조회 : 2073
image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가 괴물 같은 흥행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지난 25일 개봉해 3일만에 200만명을 넘어섰습니다. 현재 추세라면 첫 주말 400만 돌파를 할 것 같습니다.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이하 어벤져스3)에 대한 관심이 워낙 큰 탓입니다. 27일에는 예매율이 역대 최고치인 97.4%를 찍었습니다. 대단한 관심입니다. 뿐만 아닙니다.

'어벤져스3'가 이처럼 엄청난 흥행을 하는 데는 극장들의 몫이 큽니다. 스크린과 상영횟차를 몰아주기 때문입니다. 스크린 독과점이 아닙니다. 이 정도면 독점입니다. '어벤져스3'는 27일 2459개 스크린에서 1만 2182번 상영됐습니다. 역대 최고입니다. 더 놀라운 건 상영점유율입니다. 27일 75.2%를 기록했습니다. 상영점유율이 70%를 넘는 것 자체가 처음입니다.

한국의 모든 극장에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모든 상영관에서 '어벤져스3'를 틀어대고 있다는 뜻입니다. '살인소설'을 비롯한 다른 상영작들이 몇 개 스크린에서 상영되고 있다는 건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오전 6시30분이나 오전 7시. 아니면 새벽 1시에 한 차례 상영될 뿐입니다. 영화를 보라고 이 시간대에 상영하는 건 아닐 겁니다. 배급사에 보여주기 위한 쇼일 뿐입니다.

상황은 이런데도 '어벤져스3' 스크린 독점에 대한 관객들의 분노는 그리 뜨겁지 않습니다. 지난해 여름. '군함도'가 개봉할 때 스크린 독과점이라고 분노했던 것과는 딴판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찾으니 많이 상영하는 게 당연하다는 착한 독과점 같은 소리나 나오고 있습니다.

유달리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특히 팬층이 두터운 마블 영화들은 스크린 독과점 논란에서 자유롭습니다. 단지 팬층이 두텁기 때문은 아닙니다. 영화는 들어간 돈이 얼마든 가격이 똑같은 재화입니다. 500억원으로 만들었던 5억원으로 만들었던 영화 관람료는 똑같습니다. 그러니 같은 값이면 더 많은 제작비가 들어간 블록버스터를 보고 싶다는 건, 그 블록버스터에 관대한 건, 어쩌면 인지상정일 것입니다.

그러니 착한 독과점 같은 소리가 나옵니다. 착한 독과점은, 착한 강도질과 비슷합니다. 그저 욕망을 유리하게 포장할 따름입니다. 착한 독과점은 없습니다. 더욱이 '어벤져스3'는 독과점이 아닙니다. 독점입니다. 모든 가게에서 '어벤져스3' 하나만 파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매번 되풀이됩니다. 이런 논란은. 그래도 바뀌지 않습니다. 극장도 먹고 살아야 하는 건 물론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스크린 독과점을 넘어 독점으로 가는 건 위험신호를 넘은 것입니다. 규제가 필요합니다.

단지 극장에 대한 규제뿐 아닙니다. '어벤져스3'는 한국영화산업에 여러 변화를 줄 것 같습니다. '어벤져스3' 개봉에 앞서 멀티플렉스 3사가 차례로 영화관람료를 올렸습니다.

한국영화계에선 극장요금 인상에 따른 효과가 다른 영화 산업 종사자들에게 제대로 돌아갈지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그중에서 첫 번째 타켓은 배급피가 될 것입니다. 영화가 개봉하면 배급사가 총수입에서 배급수수료(배급피)를 10% 가져갑니다.

'어벤져스3'는 배급사가 영화 배급을 결정하지 않는다는 걸 새삼 일깨웠습니다. 극장들이 모든 걸 결정한다는 걸 확실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배급수수료를 배급사에 줄 이유가 없어집니다. 배급수수료는 디지털이 아닌 필름 시절 관행입니다. 영화 필름을 프린트로 떠서 극장들에 배급할 때 있었던 비용입니다. 이제 디지털로 상영관과 상영횟차를 극장들이 마음대로 조정하는 시절이니 배급사가 배급수수료를 받을 이유가 없습니다. '어벤져스3'가 여실히 그 사실을 보여줍니다.

한국 투자배급사 1, 2위인 CJ E&M와 롯데엔터테인먼트는 각각 CGV와 롯데시네마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배급수수료가 무의미하다는 지적은, CJ E&M과 롯데엔터테인먼트에 배급업을 포기하라는 압박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가뜩이나 영비법 개정안 발의로 극장업과 배급업을 같이 하는 걸 금지하라는 압박이 커지고 있는데 엎친데 덮친 격입니다.

이 압박은 CJ E&M과 롯데엔터테인먼트의 배급업 포기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어차피 극장이 영화 상영 규모와 회차를 정하는 데 배급업을 유지할 이유가 없습니다. 배급피가 아깝기는 하지만 다른 곳에서 돈 벌 방법이 있습니다. 투자사는 투자에 집중하는 한편 자체 제작으로 더욱 눈을 돌릴 겁니다. 배급업을 포기하면 수직계열화 논란에서도 자유로워질테죠. 투자도 자체 제작영화에 더 집중될 것입니다. 할리우드 스튜디오처럼 환경이 변할 수 있습니다.

중소 제작사들은 메이저 투자사와 손을 잡거나 자체적으로 제작비를 조달하는 환경이 조성될 수 있습니다. 주52시간 근무제 도입과 함께 한국영화산업에 불어올 가능한 변화들입니다.

'어벤져스3' 나비효과입니다. 실제로 물밑에서 이런 움직임이 있습니다. '어벤져스3'는 방아쇠입니다.

과연 '어벤져스3'가 한국영화산업에 얼마나 많은 변화를 줄지, 착한 독과점 운운하는 사이 세상은 변해있을 겁니다.

  • 트위터
  • 페이스북
  • 라인
  • 웨이보
  • 프린트
  • 이메일

최신뉴스

더보기

베스트클릭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