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 김의 MLB산책] 기다려준 피츠버그..신뢰에 답해야 될 강정호

댄 김 재미 저널리스트 / 입력 : 2018.04.27 08:59 / 조회 :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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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호가 마침내 미국비자를 받아 메이저리그 복귀의 길이 열렸다. /AFPBBNews=뉴스1


강정호가 미국 취업비자를 받아 조만간 팀에 합류한다고 피츠버그 파이리츠가 26일(현지시간) 전격 발표했다.


강정호는 지난 2016년 한국에서 음주운전 혐의로 유죄가 인정돼 8개월 집행정지를 선고받으면서 그동안 미국 비자를 받지 못해 지난해 시즌 전체를 뛰지 못했고 올해도 메이저리그 복귀가 힘들 것으로 생각됐었는데 예상을 뒤엎고 미 취업비자가 발급되면서 자신이 걷어차 버리다시피 한 메이저리그 커리어를 되살려내는 새 출발 기회를 얻게 됐다.

피츠버그 구단의 프랭크 쿠넬리 사장은 이날 성명서를 통해 “오랜 절차를 거쳐 강정호가 다시 미국에 입국할 수 있도록 허락된 사실이 기쁘다”면서 “그동안 강정호가 보여준 변화에 대해 고무적으로 생각하며 그가 지난 1년 이상 자신이 사랑하는 야구를 할 수 없게 됐던 실수의 경험을 잊지 않고 앞으로 살아가면서 모든 삶의 결정을 바르게 할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쿠넬리 사장은 이어 “우리는 모든 과정동안 계속해서 강정호와 연락을 유지해 왔으며 그가 우리 구단과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 지녀야 할 높은 기대치에 부응하는데 필요한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성명서에 따르면 피츠버그는 그동안 계속해서 강정호와 연락을 이어오며 미국 취업비자 발급에 필요한 여러 가지 과정을 이수하도록 하고 비자 발급을 도운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닐 헌팅턴 단장이 지난해 12월 강정호가 2018년에도 팀에 합류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던 것으로 미뤄볼 때 구단에서도 이토록 빨리 그가 취업비자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치는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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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호. /사진=뉴스1



물론 미 입국비자가 나왔다고 해서 강정호가 당장 메이저리그에 돌아갈 수 있을 것은 아니다. 우선 미국에 입국하는 대로 메이저리그가 부과한 음주운전 상담 및 치료 프로그램을 이수해야 하고 그 후에 피츠버그의 스프링 트레이닝캠프인 플로리다주 브래덴턴의 파이리트시티에 입소, 사실상 ‘스프링 트레이닝’ 과정을 거쳐야 한다. 오랜 공백기로 인하여 그가 메이저리그에서 뛸만한 몸을 만들고 감각을 찾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기에 사실 올 시즌 후반기에 메이저리그 복귀하는 것도 장담할 수는 없다.

강정호는 지난해 오프시즌 동안 피츠버그 구단의 주선으로 도미니카공화국 윈터리그에서 뛰었으나 녹슨 실전감각과 현지 적응 실패로 24경기에서 삼진 31개를 당하며 타율 0.143, 1홈런으로 부진한 성적을 보인 뒤 방출된 바 있다. 하지만 혼자서 언어와 풍습, 문화, 음식 등 모든 생활환경이 완전히 낯선 도미니카공화국에 가서 뛰는 것과 이젠 익숙해진 미국에서 뛰는 것은 엄청난 차이가 있어 강정호가 본격적으로 미국에서 적응을 시작하면 생각보다 빠르게 빅리그에서 뛸 만한 상태로 몸을 끌어올릴 가능성도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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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미니카 윈터리그에 참여한 강정호. /사진=아길라스 시바에냐스 페이스북 캡처


현 시애틀 매리너스의 벤치코치이면서 강정호가 뛰었던 도미니카 윈터리그팀 아길라스 시바에냐스 단장인 매니 악타는 강정호가 윈터리그에서 실패한 이유가 낯선 생활환경은 물론 메이저리그와는 전혀 다른 야구 환경에 적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악타 단장은 피츠버그 구단이 강정호의 입단을 제안했을 때 즉시 받아들였던 것은 강정호의 가세로 라인업이 강화되는 효과와 함께 그의 네임밸류가 지닌 관중동원 능력 때문이었다면서 그가 온다고 발표되자 온 나라가 흥분했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강정호의 부진이 계속되자 팬들의 환호는 비난과 야유로 변했고 강정호는 아예 의욕을 잃고 적응하려는 노력을 포기하는 단계까지 갔었다고 전했다.

악타 단장은 “강정호가 야구를 하면서 아무런 즐거움도 느끼지 못하는 듯 했고 결국 방출통보를 듣고도 올 것이 왔다는 것처럼 전혀 놀라지 않고 담담하게 받아들였다”고 전했다. 악타 단장에 따르면 강정호는 특히 미국과는 전혀 다른 도미니카 공화국의 야구 환경에 적응하지 못해 힘들어했다. 팀에 요리사나 식당이 없어 선수들은 슈퍼마켓에 가서 샌드위치를 사 먹으며 경기를 하는 환경이었다. 하지만 강정호는 한 밤중에 3~4시간 씩 버스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다른 선수들과 달리 음식을 먹지 못해 두 달간 도미니카공화국에 머무는 동안 체중이 11파운드(5kg)나 빠졌다고 한다.

지난 2015년 1월 피츠버그와 4년간 1천100만달러에 계약한 강정호는 올해로 4년 계약이 만료되지만 피츠버그가 내년도 연봉 550만달러로 계약 옵션을 갖고 있어 피츠버그가 올해 남은 기간 동안 그의 재기노력을 살펴본 뒤 내년도 옵션을 픽업할 가능성이 있다. 강정호는 지난해 미 입국비자를 받지 못해 팀의 제한선수 명단에 오르면서 지난해 연봉 275만달러를 전혀 받지 못했고 올해 연봉 300만달러도 역시 구단의 제한선수 명단에 있는 기간은 연봉지급이 안되고 명단에서 나온 뒤 잔여 시즌에 해당하는 액수만 받게 된다.

피츠버그의 캐처 프란시스코 서벨리는 MLB닷컴과의 인터뷰에서 팀이 강정호의 복귀를 환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피츠버그는 이미 강정호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지난 1월 콜린 모란을 영입, 베테랑 데이빗 프리스와 함께 3루수로 기용하고 있어 강정호의 복귀가 임박해지면 로스터 변화도 필요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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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미니카 윈터리그 아길라스 시바에냐스 소속으로 뛰던 시절 강정호의 수비모습./사진=아길라스 시바에냐스 페이스북 캡처


강정호는 지금 메이저리그 선수로서 커리어를 회복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그가 배신했던 팬들에게 사죄하고 팬들의 신뢰를 되찾는 것이 최우선 과제다. 팬들이 원하는 것은 야구만 잘하는 기계 같은 선수가 아니라 팬들과 함께 같은 가치를 공유하며 함께 즐기고 성장해가는 선수이기 때문이다. 이미 강정호의 복귀 소식을 전한 피츠버그 언론에 달린 댓글들을 보면 강정호에 대한 회의적인 시선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 팬들의 마음을 돌리려면 이제부터 강정호는 생애 가장 큰 도전을 시작하게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서벨리는 “우리는 항상 대화했고 도미니카공화국에서도 만났다”면서 “그가 2주전 전화해 ‘I'm coming. I'm coming’이라고 말했는데 난 믿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에게 그는 좋은 사람이고 좋은 선수다”라면서 “삶은 항상 다음 기회를 준다. 그때 옳은 방법으로 그 기회를 잘 살려야 한다. 그는 지금 배고프다. 그가 준비된다면 우리에게 좋은 일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강정호는 자신의 어리석은 실수로 인해 선수로서 생애 가장 중요한 시간들을 허망하게 날려버렸지만 그나마 다행스럽게도 자신을 끝까지 믿어준 피츠버그 구단의 노력으로 인해 새 출발의 기회를 얻게 됐다. 이제는 겸손한 자세와 그야말로 뼈를 깎는 노력으로 자신의 실수를 만회해 가야한다. 과연 강정호는 산산조각난 자신의 커리어를 추슬러 되살리고 잃었던 팬들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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